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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wesome Day to Eat Sep 30. 2018

[진수성찬] Old Fashioned

블라디보스톡 Old Fashioned

 

    어렸을 적에는 가족 여행을 자주 다녔다. 한·중·일은 물론이거니와 동남아시아, 유럽, 아메리카 등 많은 곳을 방문하였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가족이 모두 모여 여행을 가는 것은 어려운 일이 되었다. 나와 동생은 이제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로 나갈 준비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우리 가족에게 이번 추석은 얼마 남지 않은 기회임을 직감하였다. 아쉽게도 아버지는 함께하지 못하였지만, 어머니, 동생 그리고 나는 러시아 블라디보스톡으로 여행 떠났다. 특별한 가족 여행인 만큼 식상한 한·중·일이 아닌 유럽을 가고 싶었다. 하지만 짧은 연휴 동안 왕복 24시간이 걸리는 유럽 대륙을 가는 것은 좋은 선택이 아니었다. 많은 조사와 고민 끝에 우리는 2시간이면 갈 수 있는 가장 가까운 유럽인 러시아 블라디보스톡을 가족 여행지로 낙점하였다. 지금부터는 둘째 날 큰 기대를 안고 방문한 <Old Fashioned>에 대한 푸드라이팅을 하고자 한다.     


    어디에서 식사할지 많은 고민이 되었다. 짧은 여행 기간 동안 블라디보스톡의 맛을 최대한 느끼고 즐기고 싶었기 때문이다. 많은 고민 끝에 블라디보스톡 영원의 불꽃과 개선문 옆에 위치한 <Old Fashioned>를 방문하였다. 가장 큰 이유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칵테일 Old Fashioned와 이름이 같기 때문이다. 많은 블로그와 후기를 읽었지만 이름에서 오는 이유 모를 신뢰감이 이곳을 선택한 가장 큰 이유였다.

 건물 사이에 조그맣게 자리 잡고 있는 Old Fashioned를 발견하였다. OPEN이라 쓰여 있는 네온 간판이 왠지 모르게 이국적으로 느껴졌으며, 지붕을 포함한 전면이 투명하게 되어있어 고급스러웠다. 그리고 식당 곳곳에 화분과 조명이 매우 앙증맞게 자리 잡고 있었다. 테이블에 앉아 투명한 벽 넘어 보이는 푸른 바다와 나무들 그리고 건물이 내가 블라디보스톡에 있다는 것을 상기시켜주었으며 살짝 열린 창문으로 가을 바닷바람이 솔솔 들어오는데 상쾌하며 쾌적하였다. 관광하며 쌓인 피로를 바람이 덜어갔다. 분위기를 만끽하며 서버가 건네준 메뉴판을 천천히 살펴보았다.     


    다행히 영어 메뉴판이 있었으며, 메뉴 사진이 있어 주문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시종일관 미소를 짓는 서버와 의사소통은 원활하지 않아 부가적인 메뉴 설명은 힘들었지만, 응대에 최선을 다한다는 것은 분명 느껴졌다. 어머니께서는 토마토 가스파초와 문어요리를, 나는 양고기 스튜를, 여동생은 맥주를 주문하였다.

    토마토 가스파초가 먼저 나왔다. 어머니께서 한 숟가락 드시고 인상을 찌푸리셨다. 차가웠기 때문이다. 가스파초는 스페인의 야채수프로 토마토, 피망 등 여러 채소와 얼음물을 갈아 만드는 차가운 수프다. 하지만 가스파초를 처음 드시는 어머니께서 차가운 수프를 먹어보고 놀라는 것은 당연했다. 내가 어머니께 더 자세한 메뉴 설명을 해야 했다. 하지만 이내 어머니께서는 토마토 주스 같다고 하시며, 토마토와 각종 채소가 어우러져 “건강한 맛”이 기분 좋다고 하셨다. 어머니에게 ‘건강한 맛’이란 ‘맛있다’와 동의어다. 어머니의 당황한 기색은 이내 사라졌고 그릇을 깨끗이 비우셨다.

    다음으로 문어 요리와 양고기 스튜가 나왔다. 문어는 알맞게 익어 질기지 않고 쫄깃쫄깃하였다. 겉의 껍질은 고소하고  쫀득쫀득하였고, 안쪽은 촉촉했다. 그리고 토마토 베이스인 듯한 소스와 매우 조화로웠다. 간이 약하게 되어있는 제대로 익은 문어와 토마토소스가 입안에서 만나자 문어의 식감이 제대로 느껴지며 알싸하면서 단 토마토 향이 입안을 가득 채웠다. 문어와 함께 샐러드가 나오는데, 아삭아삭한 식감도 느낄 수 있었다.

 양고기 스튜는 상상했던 것과 다른 비주얼이었다. 살코기가 소스에 버무려져 작게 찢어져 있었으며 견과류가 얹혀 나왔다. 양고기를 한 입 먹자, 양고기 향이 매우 약하게 퍼지면서 소스에서 향신료 향이 풍겼다. 전혀 질기지 않았으며, 고기와 함께 견과류를 먹자 다양한 식감을 느낄 수 있었다. 어머니께서는 “눈 감고 먹으면 양고기인지 모를 수도 있다”고 평하셨다. 많은 사람이 거부감을 느끼는 양고기 냄새가 나지 않았다. 또한, 각종 채소가 함께 나오는데, 직화로 구웠는지 겉이 그을려있었다. 양고기의 좋은 육향, 적절한 향신료, 고소하고 바삭바삭한 견과류, 그리고 직화로 구워진 채소가 한입에 어우러지자 풍미가 매우 뛰어났으며 밸런스가 훌륭한 요리였다.     

    우리는 식사시간이 한참 지난 3시쯤에 Old Fashioned를 방문하였다. 한국인 2팀이 식사 중이었으며, 러시아인으로 보이는 두 명의 여자 손님은 커피를 마시며 진지하게 대화 중이었다. 평온하고 기분 좋은 분위기는 인테리어도 한몫하지만 투명한 벽과 천장 넘어 보이는 풍경과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바닷바람이 가장 큰 역할을 한다. 우리는 아늑하고 편안한 분위기를 한껏 즐겼지만, 식사시간에는 손님이 많이 몰리며 저녁에는 펍으로 생동감 있고 활기찬 분위기라고 한다.

 다음에 블라디보스톡을 가게 된다면 재방문 의사가 분명 있으며, 저녁에 방문하여 펍으로써의 Old Fashioned가 매우 궁금하다.     


총평

* 접객 & 서비스: 서버의 응대는 친절하였지만, ‘모둠 생선회에 대한 설명을 해주었다면’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 메뉴: 코스, 단품, 식사, 술안주 등 다양한 메뉴 구성이다. 메뉴가 직관적이고 한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좋아할 만한 메뉴로 구성되어있다. 

* 음식의 맛: 훌륭하지도 아쉽지도 않은 평범한 맛이다.

* 분위기: 건물 외관과 내관이 조화롭게 꾸며져 있으며, 전통미와 현대미가 어우러져 퓨전 이자카야 분위기다. 손님이 없어 매우 조용하고 차분했다. 


★★★ 하루가 특별해지는 식사

★★☆ 좋은 식사

★☆☆ 평범한 식사 

☆☆☆ 최악의 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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