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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경선 Nov 07. 2024

[에세이] 새벽

2024.11.07. 밤을 지새고.

힘들어도 해내야 하는 것들이 있다.


참아내는 것. 버티는 것. 포기하지 않는 것. 살아내는 것. 그리고 때론 잠에 드는 일도 그렇다. 시험 전날 잠이 오지 않아도 잠을 자야만 하고 운전해야 하는 날 전날에도 잠을 자야 한다. 꼭 중요한 일이 있어서가 아니라도 잠을 자야 한다. 잠에 들지 못하는 건 어떤 고통, 고문과도 같다. 스스로에게 불가피하게 의도치 않게 주는 고문 같은 것. 가끔은 그 잠, 당연히 오기 마련인 잠을 맞는 게 힘겨울 때가 있다. 


이틀 동안 잠을 잘 자지 못했다. 어제는 새벽 5시가 지나서야 잠에 들었고 오늘은 아침 8시가 돼서야 선잠을 잤다. 무수히 많은 장르의 각기 다른 스토리의 꿈을 계속 꾸고 계속 깨길 반복하면서 그럼에도 조금이라도 자야 한단 생각에 침대에 붙어있었다. 20대엔 밤을 새워도 꽤 괜찮았던 것 같은데 이젠 머리가 어지러워진다. 한밤을 지새운 걸로 체력이 바닥나고 근육이 군데군데 아프기도 해. 수능 전날 잠 못 이룬 경험 탓에, 트라우마가 생겼고 그게 지금까지 이어져 온다. 다행히 이번 시험 전날엔 잠을 잘 잤다만. 시험 이후가 또 문제가 될 줄은. 잠 못 이루는 날들이 많다.


뜬눈으로 지새운 밤은 꽤나 힘겹다. 수많은 잡생각이 머리를 휘젓고 무엇 하나 버리지 못해, 버리고 싶어 안간힘을 쓰고 그게 다시 하나의 생각이 돼서 자리를 튼다. 비관적인 생각들이 떠오르고, 사는 게 너무 힘들단 생각을 하게 된다. 사실 그런 감정과 생각이 순간에 불과하단 걸, 내일이 되면 또 아무 것도 아니란 걸 알고 있지만. 그럼에도 그 순간만큼은 버겁다. 


예민함은 철처히 양면적이다. 긍정적인 부분과 그 반대 부분이 극명해. 좋아하는 것들을 더 잘할 수 있게 해주고 상황과 관계에 있어 눈치가 빠른 건 긍정적. 그게 강박으로 불안으로 극단이 될 때, 불면증이 올 때는 부정적. 감사하기도 하지만 지고 갈 짐이 꽤나 무겁다. 지금의 사회는 강박적으로 예민한 사람들에 의해 만들어졌다, 는 말을 들었다. 할 수 있어, 라 생각하다가도 그건 그 사람들 이야기지, 생각하다가도. 이걸 더 유용하게 긍정적인 방면으로 잘 사용할 수 있다면 좋겠다. 상황이 변하지 않더라도 나 자신이 굳게 서길 바라지만, 그게 어렵다면 상황의 변화에 따라 나 자신이 변하길 기대해야지. 상황이 의도적으로 변하도록 노력하고. 어쩔 수 없는 건 놓아두고. 모든 것에 초탈해서 온전히 나란 육체, 정신으로서만 서 있고 싶은데, 그게 이토록 어려운 일인 줄 몰랐다. 겸손해지고 또 일련의 것들에 감사함을 갖는다. 더 오래 묵상하고 기도한다. 


새벽을 지새우면서 그 긴 복도를 까맣게 걸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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