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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lly 샐리 Apr 27. 2020

탈락 대기번호, 벌써 25번째입니다.

- 직장인 K의 20대, 02

자소서 작성부터 서류통과까지 1개월.
1차 실무면접 1개월.
2차 임원면접 1개월.


하나의 회사에 지원서를 넣고 합격에 이르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최소 3-4개월이다. 하나의 전형이 발표되는 시기가 올 때마다 핸드폰 진동소리에도 왜 그렇게 심장이 쿵쾅쿵쾅 떨리는지... 

최종 합격을 하면 그동안의 시간과 수고들이 헛되이 되지 않아 기쁘지만, 만일 최종면접에서 낙방이라도 하는 날에는 그동안의 노력이 모두 물거품이 되어 사라지고 만다. 마치 아무것도 안 했던 상태로 내 일상은 원상복귀. Reset.


(따르릉 따르릉)


오매불망 딸내미 합격소식만 기다리는 엄마의 전화 벨소리를 들으며 뭐라고 해야 할지 고민을 한다. 그러다가 차마 받을 수가 없어 일단 수신 거절을 해놓고 눈물을 흘리기 벌써 25번째. 

하루하루 지날 때마다 합격자 소식을 기다리며 나와 같이 마음 졸였을 부모님을 생각하니 너무 마음이 무겁다. 자식 자랑 한 번 하고 싶어하는 부모님 소원을 그렇게 내가 들어 드리지 못하는 존재인가 싶다. 한참을 생각하고 다시 전화를 건다.


(뚜루루 뚜루루)


엄마: 여보세요?

나: 엄마, 하반기 취업 다시 도전해야 할 것 같네. 집에 시간되면 한 번 내려갈께.

엄마: 괜찮아. 요즘 TV 보면 너만 그런 거 아니야. 다들 그래. 우리야, 이번 주말에 내려 올래? 엄마가 소고기 구워 놓을께. 그리고 우리 딸 좋아하는 복숭아도 있어. 아니다. 엄마가 아빠랑 데릴러 갈까?


그래도 부모님이라는 존재가 있어 힘이 난다. 물론 매번 따스한 말만 하시는 건 아니다. 가끔 욕도 하시고, 속상하면 같이 싸우고. 그래도 내가 가장 힘들고 우울해 있을 때 용기를 북돋아 주면서 전화기 너머에서 나보다 더 슬퍼했을 부모님을 생각해서라도 내 취업준비는 다시 시작된다. 


“탈락 대기번호 벌써 25번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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