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ally 샐리 Apr 29. 2020

가면을 쓴 취준생..불편한 나였다.

- 프리랜서 L의 20대, 02

증명사진, 스펙, 자기소개서...취업을 위한 가면을 쓴 나였다.


취업을 위해 20대의 난 가면을 쓴 채 살았다. 진짜 내가 원해서가 아닌 20대 내 또래 대부분이 그렇게 살아가니까 나 또한 그 길을 선택했었다. 나를 위해서라기 보다 내 딸만큼은 좋은 회사에 취업해서 멋드러지게 잘 생활할거라는 기대를 한 껏 하고 있는 부모님을 위한 선택이었다. 20대의 내 생활이, 삶이 잘못 살았던 것 처럼 여겨지고 싶지 않았다. 대학교 4학년 졸업을 앞둔 시점...우리에게 집중된건 취업의 성공과 실패. 그리고 어느 회사냐였다.


취업을 하더라도 그럴싸한 대기업에 취업을 했는지, 아니면 중소, 중견 기업에 취업을 했는지 등에 따라 모습이 달라졌다. 대기업에 취업을 하면 세상에 모든걸 얻은 것 마냥 자신감 넘치는 모습이었다. 그 자신감 넘치는 모습과 성공한 사람인 것 마냥 보이는 그들의 모습에 나 또한 취준생으로서 마냥 부러웠다. 그들이 말해주는 합격 팁을 들으며 합격한 사람이 많은 스튜디오를 가서 증명사진을 찍고 있자면 ‘언제쯤...’이라는 불안감이 물 밀듯이 밀려 오고 또 한편으론 ‘이번엔 합격하겠지..’ 하는 희망도 함께했다. 


좀 더 잘 보이기 위해 비싼 돈을 들여가며 증명사진을 찍고, 하나라도 더 있어 보이기 위해 스펙을 쌓았다. 스펙을 하나씩 쌓을 때마다 이게 과연 취업 후에도 내 업무에 도움이 될까 싶은 것들도 많았지만 다들 하니까..하지 않으면 뒤쳐지는 것 같아 쌓은 스펙은 날 불편하게 만들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다시 살 수 없는 시간임에 왜 그렇게 아둥바둥 발버둥치며 하루하루 취업을 위한 나로 살았을까. 


취업은 중요하지만 진짜 내가 원해서 하는 것과 나처럼 떠밀려 방향 없이 하는 취준생 생활은 위태롭기 짝이없다. 진짜 내가 원해서 필요에 의해 했던 스펙이 아닌 그럴싸한 사람이 되고 싶었던 스펙이었다. 많은 회사에 지원하기 위해 자기소개서를 작성 하면서도 ‘이 회사에 합격하면 행복할까?’를 생각하며 작성한 자기소개서는 영락없이 진짜 내가 없었고, 가면을 쓴 내가 있을 뿐이었다. 있어 보이게끔 포장된 자기소개서와 이력서, 증명사진..뭐하나 진짜 내가 없는 가면 속 내가 있는 듯 했다. 


멋들어지게 이미 이 회사에 합격한 듯한 행복하고 밝은 기운을 내뿜는 사람인 마냥 미소를 짓고 촬영한 증명사진을 보고 있자면 나 스스로 거부감이 들었다. 진짜 나는 취준생일 뿐이고, 매일 자기소개서를 작성하고 1차, 2차,  최종 면접 등을 보며 언제 합격할지 모르는 불안감에 사는 나일뿐인데..증명사진 속 난 이미 행복한 사람이었다. 진짜 회사에 입사해서도 이 미소를 유지할 수 있을 거라는 착각과 함께...


하루에도 수십곳에 이력서를 작성하다 보면 어느샌가 나의 20대 삶이 부족해 보였다. 난 분명 나를 찾기 위해 다양한 경험을 했는데 단지 직무와 연결된 경험이 아니기에 쓸수 없었다. 대학생활 동안 아무것도 안한 사람인 것 마냥 모든게 지워진 것 같았다. 

열심히 살았는데...아닌게 되었다. 


회사의 직무와 관련된 대외활동 보단 내가 하고 싶은 대외활동을 많이 했던 나였기에 직무와 관련된 활동을 쓸 수 없을 때가 꽤나 많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상하지 못한 ‘임서정님은 서류 전형에 합격하였습니다.’라는 문자를 볼 때면 좋다가도 불안했다. 


‘진짜 내가 원했던 곳은 아닌데...왜 서류 합격 한거지?’

‘최종 합격하면 어떻게 하지?’


참....누가 날 최종 합격 시켜 준 것도 아닌데 김칫국부터 마시며 고작 서류 전형 합격임에도 불안했다. 

합격을 해도, 불합격 해도 20대 취준생이었던 난 불편하고 불안을 유지한채 그렇게 생활을 이어갔다. 20대의 생활이 취업을 하지 않으면 인정받지 못할 것 같아 선택했지만, 취업이 오히려 날 불편하고 불안하게 만들고 있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