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차, 하필 코로나 바이러스
나의 첫 유럽은 2015년 9월 30일이었다. 유럽은 많은 이들에게 로망의 대상인것 처럼 나에게도 항상 갈망하는 곳이었다. 첫 유럽 여행을 하면서 난 다짐했었다. 살지 못한다면 매년 유럽을 가겠다고...그렇게 다짐 했던 내가 2015년 부터 매년 유럽으로 가고 있다. 어떤 이유에서든 공통된 이유는 딱 하나다. 오로지 나를 위해서...
올해도 난 유럽으로 떠났다. 여행작가로 살기 시작하면서 나에게 유럽은 일을 위한 또 하나의 공간이 되었다. 일로써 떠나는 곳은 어디든 오로지 그 장소를 즐길 수만은 없다. 그래서 이번은 취재를 위해서가 아닌 서른 셋, 유럽 33일 살기를 하러 떠났다. 이번 나의 유럽 여행은 이제 완전히 30대가 된 나를 위해, 현지에 있는 내 친구들과 그들의 삶을 나누기 위해 갔다.
하지만 한치 앞도 알 수 없는게 인생이라고 했던가?..코로나19로 인해 유럽 33일이 아닌 유럽135일의 생활을 서른셋에 하게 되었다. 고난이 있어도 벗어날 구멍이 있고 그 상황에서도 시간은 흐르고 적응하며 사는게 사람이고 나였다. 계획에 없이 코로나19와 함께 했던 나의 유럽은 또하나의 애틋함을 남겼다.
1일차, 하필 코로나 바이러스..
이번 나의 유럽 여행은 시작부터 참 고민을 많이 하게 만들었다. 중국 우한 폐렴이 전 세계적으로 문제가 되면서 확진자 발생에서 그치지 않고, 인종차별의 또 다른 원인 제공이 되었기에 고민이 많았다. 하지만, 내가 가려는 스위스, 스페인은 확진자가 없었을 시기였고, 한국의 상황이 훨씬 좋지 않았기에 걱정은 했지만 스스로 조심하며 조금 쉬며 스위스 책 집필 여부에 대해 결정을 하고 오자는 생각으로 유럽으로 가기 위해 새벽 인천국제공항으로 향했다. 오랜만에 이른 시간 출국임에도 공항버스엔 생각보다 꽤 많은 사람들이 탑승했다. 오전 7시30분쯤 도착한 공항은 지금까지 내가 이용했던 인천국제공항의 모습과는 달랐다. 내가 잘못 도착한게 아닐까 싶은 생각마져 들게끔 공항에서 느껴지는 분위기는 꽤나 낯설었다.
내 출국장은 제1 여객 터미널이었는데 예전이었으면 많은 사람들로 북적이고 그랬을 공항이 한산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고, 언제 어디서 걸릴지 모르는 감염에 신경이 꽤나 날카로워 지려고 했다. 2020년 2월6일 오전 10시45분, 영국 히드로 공항을 경유해서 마드리드 바라하스 공항으로 가는 나의 2020년 첫 여행은 그렇게 시작됐다. 시작과 함께 나의 이번 여행은 뭔지 모르게 다사다난 하겠다는 생각을 하게끔 했다. 영국 항공을 탑승 하기 전까지 몰랐다. 처음으로 3자리에서 가운데 자리를 내가 무슨 생각으로 예약을 했는지 말이다. 그렇게 비행기에 탑승한채 내가 사랑하는, 스페인 마드리드로 향했다.
영국 항공이기에 런던 히드로 공항을 경유해서 가야했는데 영국의 심해지는 인종차별에 공항에서도 혹시나 있을까 싶어 걱정했지만 그 누구도 신경쓰지 않는 듯 했지만 마드리드 행 항공편 게이트 근처에 있는 TV로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해 나오는걸 보면서 괜히 더 신경쓰게 됐다. 탑승을 위해 게이트 근처에 앉아 있는데 한국인으로 보이는 여자 2분이 있었고, 늦은 시간에 마드리드 공항에 도착한다는 부분에 꽤나 걱정하는 눈치였다.
“저..혹시 한국분이세요?, 마드리드 가시나요?”
“네 안녕하세요, 한국인이에요. 딸과 마드리드 가는데 늦은 시간이라 숙소로 어떻게 가야 할지 고민이에요.”
“아, 마드리드의 경우, 택시비가 25유로로 정찰제라 늦은 시간이니 택시 타고 이동하시는게 좋아요.”
“혹시 마드리드 치안은 어떤지 아시나요?”
“걱정하시는 것 만큼 위험하지 않아요. 소매치기 주의는 해야 하지만 치안이 못 돌아다닐 정도로 불안한 곳은 아니니 걱정 하지 마세요.”
게이트 앞에서 대기하는 동안 한국인 모녀의 첫 여행지에 대한 걱정을 조금이나마 덜어주고 싶었는지, 묻지도 않았는데 오지랖 부리며 그들의 고민에 대한 답을 해주었다. 아마도 모녀라서 그러지 않았을까 싶다. 나도 부모님과 유럽 여행에 꽤나 긴장 했던 때가 있어서 도움을 주고 싶었던 것 같다.
내가 이렇게 비행기를 타고 환승을 하고, 새로운 곳에 대한 두려움 없이 다니기 전까지 여행에 대한 걱정도 함께 했던게 사실인데 지나고 보니 참 별거 아니었다. 미리 경험해본 사람으로 여행 자체를 즐기기 바라며 그렇게 모녀와 짧은 대화 후 마드리드행 항공편에 탑승했다. 지연으로 인해 처음으로 늦은 밤에 도착한 마드리드는 어둠이 짙게 깔렸지만 다시 왔다는 안정감을 느끼게 해줬고, 자정이 다 되어가는 시간에 마드리드 그란비아 거리에 도착하며 이번 여행이 시작 되었음을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