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차, 벌써 4번째 마드리드
지난 밤 늦게 도착한 탓에 오전10시쯤 눈을 떴다.
한국 집에서 느낀 공기와 온도 그리고 창밖으로 보이는 모습은 괜히 나도 모르게 설레임을 느끼게 했고, 어제와는 달리 창밖으로 보이는 마드리드 시내 모습이 올해 첫 나의 여행이 시작 되었음을 알려주는 듯 했다. 내가 마드리드에 있는 동안 있을 숙소는 '써니 마드리드 한인민박'. 내가 이 곳으로 숙소를 정한데는 특별한 이유가 있다.
이번 여행의 시작 마드리드는 나에겐 참 좋은 기억을 준 곳이다.
마드리드를 취재를 위해서도 갔고, 부모님과 함께 여행을 위해서도 갔던 스페인 마드리드는 나에게 좋은 기억을 더 많이 준 곳이다. 많은 여행자에게 마드리드는 볼게 없는 도시 중에 하나다. 하지만, 나에게 마드리드는 알면 알 수록 매력이 넘치는 곳이다.
사실 이런 매력적인 곳이 지금은 나의 친구가 된 써니 마드리드 사장인 써니가 아니었다면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우리가 처음 알게 된 건 일로서 만났지만, 동갑인 우린 친구가 되었고 마드리드 하면 써니가 가장 먼저 떠오르게 되었다. 여행지에 내 지인이 있다는 건 참 행운이고, 평생 소중하게 여겨지지 않을까 싶다.
써니는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대학원을 다니며 글도 쓰고, 일도 하고 한인민박도 운영하고 있다. 작은 체구지만 모든 사람을 아우르는 그녀만의 포스는 동갑 친구지만 이래서 한국이 아닌 이곳에서도 잘 사는 구나를 생각하게 했다. 올해 내가 써니 마드리드에 도착해 보니 써니의 막내동생이 함께하고 있었다.
낯가림이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고, '애어른'이라는 단어가 어울리는 듯한 '연아'는 초등학생이라고 전혀 생각 되지 않을 정도로 의젓했다. 물론, 그 나이에 있는 어린아이다운 모습도 있지만 말이다.
아침에 눈을 떠 방 밖으로 나오니,
"언니 안녕하세요. 자는데 춥진 않았어요?"
라며 연아가 먼저 나에게 말을 거는게 아닌가. 지난 밤 늦게 도착하는 바람에 스치듯 인사만 하고 방에서 뻗은 탓에 써니의 동생 연아와는 인사만 했는데, 아침부터 반달이 된 눈으로 웃으며 나를 반기는 연아를 보니 귀여우면서도 이 사교적인 성격은 뭐지?! 싶었다.
써니 어렸을적 모습이 이러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갖게 하는 연아를 보니 사교적인 성격은 부모님으로 부터 물려 받은게 맞겠구나 싶은 생각을 들게 했다. 써니와도 안부를 전하며 외출 전 잠깐의 대화를 하며 서로의 삶에 대해 이야기 나눴다.
30대 초인 우린 한국에서든 유럽에서든 다 비슷한 고민을 한다. 어떻게 먹고 살지, 어떤걸 해야 더 행복할지.....다르다면 써니는 한국이 아닌 유럽에서의 생활에서 겪는 그녀만의 고충이 있다는거다. 우리의 인생에 그 누구도 평탄 하기만 하지 않듯 써니와 나 우린 모두 원하는 선택을 하며 살고 있지만, 그 속에서도 고민은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명확한 하나는 우린 우리의 선택을 후회하지 않고, 살아볼만한 인생을 살고 있다는 거다.
거의 1년만에 만난 써니는 좀더 활력이 넘쳤고, 여전히 밝고 무던한 성격을 지닌채 스페인 마드리드 중심 Callao 광장 영화관 건물 7층에서 여전히 다양한 추억을 지닌채 있었다. 걱정은 있지만 써니의 성격대로 큰 고민으론 만들지 않은채 그렇게...
스페인의 수도 마드리드는 관광지로서의 매력은 사실 별로 없다. 나또한 관광지로서 마드리드를 접했다면 아마 실망했고, 굳이 또 가야할 이유를 찾지 못한 도시 중에 하나가 되지 않았을까 싶다. 하지만, 나에게 마드리드는 살고 싶은 곳이고, 또 다른 나의 집인 느낌이며 좋은 기억이 더 많은 곳이기에 스페인 많은 도시 중에서도 애정 하는 곳이다. 서울과 닮은 듯 다르고, 많은 사람들이 붐비지만 그들의 얼굴에는 미소가 함께 하며 여유가 있고, 그들의 삶을 즐기는 듯한 모습은 복잡한 스페인의 수도이지만 뭔가 사람 사는 생기 있는 곳 같았다. 꼭 여유가 있어야 여행이고, 사람 많은 곳은 좋지 않은 기억이 더 많을거라는 편견을 이곳에서는 내려두게 되었다.
여행이 직업이 되다 보니 여행에서 의미를 찾기보단 그냥 어느 순간에는 여행 자체만을 즐기고 싶었다. 꼭 무언가를 찾아야 진짜 여행을 잘했다가 아니라 여행 자체만으로도 순간순간 예상 하지 못한 상황을 스스로 해결하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여행을 통해 꽤 성숙해져 가고 있으니까..
이번 여행은 내 직업인 여행작가 또는 프리랜서 마케터로서가 아니라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여행자로서 온전히 그곳을 즐기기 위해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그렇게 나의 일정을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