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1일차, 아껴왔던 그곳
지난 밤, 마지막 스페인 밤이 아쉬웠는지 뒤척이다 늦게 잔 덕분에 비몽사몽으로 준비하고, 아침 8시 마드리드 까야오역 근처에서 택시를 타고 공항으로 향했다. 아직 겨울이라 늦게 해가 떠서 새벽과 같은 기분을 느끼며 마드리드 바라하스 공항으로 향하는 길은 못내 아쉬움을 느끼게 했다.
이른 아침임에도 역시나 공항엔 꽤 많은 사람들도 북적였다. 스위스 항공을 이용하는 사람들 중에 꽤 많은 사람들이 이미 내 키를 훌쩍 넘는 스키 또는 스노우보드 장비를 수화물로 함께 부치는 모습을 보니 진짜 스위스로 가는 구나 싶었다. 2시간 정도 기다린 후, 오전 11시 비행기를 타고 스위스 취리히로 향했다.
스페인의 따뜻함과는 달리 스위스의 겨울은 춥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기에 잔뜩 긴장한 채 탄 기내에는 많은 사람들로 가득했다. 따뜻한 햇살이 내리쬐는 아침 스위스로 가는 항공편은 오랜만에 새로운 나라로의 여행이라 설레면서 걱정도 됐다. 사실 스위스는 2번째 가이드북 요청으로 고민하던 차에 직접 가보고 또 다시 가이드북 집필의 힘든 시간을 겪을지 말지를 고민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휴식과 간단한 취재라는 이유로 그렇게 아껴 왔던 곳으로 향했다. 스위스 항공을 탄 난 이륙 후 간단하게 제공하는 스낵으로 이른 아침의 배고픈 허기를 달랬다.
감자로 만든 스낵은 사실 내 입맛에는 맞지 않았다. 감자로 만든 스낵을 보며 진짜 스위스를 가고 있음을 느끼게 했고, 작은 초콜릿에 쓰여있는 ‘I love Switzerland’는 괜시리 미소가 지어지게 만들었다.
30분쯤 지났을 때, 오른쪽 창가 자리에 앉은 사람들이 탄성을 자아내기 시작했다.
‘뭐지?’
‘무슨 일 있나?’
하며 오른쪽을 보는데 작은 창문을 통해 보여지는 모습은 나도 모르게 ‘와...미쳤다.’는 말을 내 뱉고 있었다. 내가 앉은 좌석이 아닌 다른 쪽에서 선물 같이 나타난 하얀 눈덮힌 알프스 산맥의 모습은 ‘아 내가 진짜 스위스를 가는 구나.’ 하는 생각을 갖게 했다.
자연이 아름다운 곳이라 그런지 마드리드에서 스위스 취리히로 가는 길에 맛보기 같은 자연의 모습은 왜 스위스는 꼭 가라고 하는지 알게 해줬다. 그렇게 새 하얀 눈덮힌 스위스의 모습을 생각하며 취리히 공항에 도착했다. 마드리드 공항에서 부터 꽤 많은 사람들이 스키 또는 스노우보드 장비를 수화물에 실은채 스위스로 왔기에 겨울의 스위스는 어떨지 도착 전 부터 내심 기대됐다. 기내 밖으로 나서니 스페인 마드리드 공항의 익숙함과는 달리 첫 스위스의 낯설음은 어느 샌가 스스로를 긴장하게 만들었다.
기내에서 나와 30분 정도 지났을까?! 수화물을 찾고, 출구를 따라 나가니 곧 나를 향해 환한 미소와 함께 인사를 하는 사람...4년만에 만나는 A였다.
2016년 2월에 한국 문화 체험 모임에서 알게되고 꾸준히 연락을 하면서 지낸 A가 마중을 나왔고, 정말 오랜만에 만났지만 어색함 보단 꽤나 반가웠다. 시간이 흐르고 약간의 스타일 변화만 있었지 한국에서 만났던 그 모습 그대로 스위스에서 만나니 기분이 묘하면서도 바쁜 와중에도 마중 나와줘서 참 고마웠다. 인사를 한 뒤 우린 취리히를 뒤로한 채 스위스 열차를 타고 베른으로 향했다.
열차를 통해 본 모습에선 하늘에서 봤던 눈덮힌 모습은 온데간데 없이 햇살이 강하게 내리쬐는 모습만이 눈에 들어왔다. 겨울의 쌀쌀함이 아닌 이미 봄이 시작된 것 같은 봄의 따뜻함을 느끼며 그렇게 나의 스위스 생활은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