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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따따시 Aug 05. 2024

여름 성수기 영화라기엔 아쉬운

영화 [파일럿]

조정석이라는 배우

영화 <파일럿>은 극장 극성수기에 해당하는 여름휴가철에 개봉하는 영화라는 점에서 많은 기대를 하고 있었습니다. 특히나 조정석 배우의 코미디라는 점이 더더욱 기대를 하게 만들기도 했고, 거기에 여장을 하고 나온다는 것 자체가 파격적이라고 볼 수 있을 겁니다. 물론, 조정석 배우의 여장이 처음은 아닙니다. 과거 <헤드윅>이라는 뮤지컬을 통해서, 여장남자 캐릭터를 연기한 경험이 있어 이번 영화에서도 자연스러울 것입니다. 그의 연기 경력을 보면 다양한 역할을 소화할 수 있는 배우임을 알 수 있습니다.

거기에 2019년에 <엑시트>라는 영화를 통해서, 코미디 영화 속 그의 능력을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당시 <엑시트> 942만이라는 기록을 했기 때문에 충분히 단독 주연 영화로 나올만한 상황이긴 합니다. 이번 영화에서도 그의 연기력을 기대했었습니다. 지금 시점에서도 영화 <파일럿>의 조정석 배우는 상당히 좋은 선택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걸 조정석이 아니면 누가 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상당히 매력적이었기 때문이죠.


감독과 작가의 스타일

다음은 감한결 감독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우선 이 영화의 감독은 여성이라는 점을 분명히 해둬야 할 것 같습니다. 그 이유는 일부 커뮤니티에서는 이 영화가 특정 사상에 대한 영화인가에 대해서 이야기가 오고 간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제 생각을 말씀을 드리자면, 특정 사상이 담겨 있는 영화는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오히려 반대라고 하면, 일부 동의하는 부분이 있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특성 사상의 유무를 떠나서, 만약 그런 이야기를 담고 싶었다면, 적어도 관객들이 헷갈리도록 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감독에 대한 이야기로 이어가자면, 김한결 감독은 이전에 <가장 보통의 연애>라는 영화를 연출했던 감독입니다. 이 영화에서도 아슬아슬한 선을 타는 연출을 보여주었습니다. 이를 통해서 감독은 경직된 관계보다는 자유롭고 유연한 관계를 선호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성향이 <파일럿> 영화 분위기에 잘 반영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이 영화를 집필한 조유진 작가의 필모를 확인해 볼 필요도 있을 것 같습니다. 이전에 <카시오페아>라는 영화를 공동 집필하기도 했습니다. 이 영화는 딸의 미국 유학을 준비하던 수진이라는 인물이 알츠하이머 진단을 받게 되면서, 그녀의 아버지가 알츠하이머 딸을 보살피게 된다는 이야기의 영화입니다. 꽤나 재미있는 영화니까 관심 있는 분들은 관람하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이 영화에서도 알츠하이머의 현실적인 부분을 잘 다루고 있습니다. 그리고 <카시오페아>와 <파일럿>을 통해서 알 수 있는 조유진 작가의 특징은 현실을 다루고 있다는 것과 기존 질서를 거스르는 이야기를 다룬다는 것입니다. 개인적으로 <파일럿>이라는 영화에서 가장 걱정이 되었던 부분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조정석 배우가 연기한 한정우가 여장을 하게 되는 계기가 무엇이냐는 것입니다. 현실적으로 남성이 여장을 하게 되는 것도 상당히 큰 결심이 필요하죠. 거기에 항공사에서도 기장을 뽑을 때, 까다로운 검증의 작업이 필요할 겁니다. 과거 이력이나 비행 기록 등이 그것이겠죠. 그런데 한정우가 여장을 하게 되면, 과거 이력들이 검증이 어렵게 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영화는 그것을 ‘여성할당제’라는 키워드를 이용하고 있습니다. 거기에 영화의 주요 사건이기도 한, 한정미가 부기장으로써 비상착륙을 하는 과정에서도 기존 질서를 거스르는 과정이 등장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이야기가 실제로 기장들의 과도한 기강 잡기로 해고당했다고 하는 어느 여성 부기장의 이야기를 차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아직 어느 쪽으로 결론 나지 않은 사건입니다)

영화에서 이런 이야기를 다룬다고?

이런 식으로 영화는 기존 질서에 맞서는 이야기를 배치하고 있습니다. 그 중심에는 바로 남녀 갈등에 대한 이야기가 있을 것 같습니다. 사실 이 영화가 보여주는 남녀 갈등에 대한 이야기는 인용 수준에 불과합니다. 영화가 어떤 결론을 내리지는 않습니다. 더 나아가서는 영화가 남녀 갈등만을 다루는 것이 아니라, 크고 작은 여러 갈등들을 다루고 있습니다. 그중에서 가장 예민하게 반응할만한 부분이 남녀 갈등이기 때문에 조금 더 부각되어 보이는 것이겠죠. 사실 이와 관련된 부분은 2012년에 제작된 영화의 원작에서도 그대로 드러나는 갈등입니다. 특히나 여장을 한 이후에 정우가 겪는 다른 남자들과의 에피소드들이 그렇죠. 원작인 <cockpit>은 유럽 영화라서 <파일럿>보다 조금 더 노골적인 표현들이 등장합니다. 특히 이주명 배우가 연기한 슬기와의 관계가 그렇습니다.

다만, 이 영화를 특정 사상의 영화로 바라보고, 영화의 젠더 이슈에만 매몰된 이야기를 작성한 부분은 몇몇 한 줄 평들은 상당히 아쉽게 느껴집니다. 이 영화는 결코 그게 전부가 아닌데 말이죠. 이 영화는 젠더 이슈를 다루고 있지만, 어떠한 결론도 내리지 않은 애매한 결론을 맺습니다. 매번 말씀드리지만, 영화가 어떠한 사안을 다루면서도 그것에 대해서 명확하게 다루지 않은 이유는 대부분 이렇습니다. 영화의 입장에서는 그 사안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죠. 이 영화가 다루는 젠더 이슈는 하나의 장치일 뿐입니다. 영화가 생각하는 진짜 문제는 따로 있다고 보는 것이죠.

이러한 갈등에 영화가 접근하는 태도는 일관됩니다. 영화는 등장인물들이 겪는 갈등을 ‘그들도 사연이 있겠지’라는 태도로 보여줍니다. 서로에 대한 이해와 소통을 통해, 그들의 생각과 이야기를 들어본다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겉으로 보이는 것만 보고 판단해서 갈등이 발생하게 된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즉, 이 영화는 표면적인 갈등을 넘어서 그 이면에 숨겨진 감정과 사연을 조명하며, 관객들에게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킵니다. 그들의 사연까지 보면 당시에 그들이 왜 그런 행동을 했었는지 이해가 된다는 것이죠.

물론 그것이 100% 공감이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이유는 알 수 있을 것이라는 것입니다. 영화 속 한정우는 그런 면에서 억울할 여지도 있습니다. 그가 어떤 의도를 가졌다기보다는 당시의 분위기를 잘 풀어내기 위한 기지였다고 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그마저도 불편하다고 생각할 사람도 있겠지만요. 영화는 이런 복잡한 감정선을 섬세하게 그려내며, 관객들에게 다양한 해석의 여지를 남깁니다.

그리고 영화는 그러한 갈등을 중재하기보다는 자신의 이익만을 우선 시 하는 집단에 대한 비판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영화를 다 보면 ‘한정우가 그렇게까지 큰 잘못을 한 것인가?’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러한 사건을 통해서 불이익이 생기지 않게 하려는 항공사와 그것을 자극적으로 보도하는 언론, 그리고 그의 사정을 이해하지 못하고, 자신의 불편함만 앞세운 어떤 인물이 있었던 것입니다.

한정우가 인기를 얻으면서는 그를 이용하여 마케팅을 하다가, CEO가 바뀌면서 회사의 마케팅 방향이 바뀌게 되죠. 그로 인해서 한정우가 여장을 하여 다시 입사를 하게 된 것입니다. 결국 한에어 또한 그들의 이익을 위해서 움직이게 되는 것이죠.

자세히 보셨는지 모르겠지만, 영화 중간에 언론의 기사들이 나오는 장면들이 많은데, 몇몇 기사에서는 제목에 이상한 오타가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것이 빠르게 자극적인 소식을 전달하려는 욕심이 부른 오타로 느껴지는 부분이 있습니다.

이런 식으로 감독은 우리 사회에 만연하게 발생하는 이야기들을 현실적으로 그려내면서도, 상당히 영리하게 영화화하여 그려내었습니다. 그 점이 이 영화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볼 수 있겠네요.


정리

영화 <파일럿>은 여름휴가철 극성수기에 개봉하면서 큰 기대를 모았던 작품입니다. 그런데 이 영화가 과연 극성수기에 어울리는 영화냐고 물어보신다면, 저는 아니라고 답하겠습니다. 물론 조정석 배우의 연기력은 빛을 발했으며, 함께 출연한 한선화 배우는 작년에 개봉한 [달짝지근해]와 마찬가지로 코미디 연기가 상당히 좋았습니다. 캐릭터성이 아주 확실하다고 생각합니다. 너무 잘해요.

영화는 현실적인 문제와 남녀 갈등을 포함한 다양한 갈등을 다룹니다. 특히 영화 속 한정우가 여장을 하고, 입사하게 되는 과정에서 '여성할당제'라는 키워드로 풀어내는 점이 인상적입니다. 그리고 그 ‘여성할당제’라는 것이 젠더 이슈를 자신의 이익으로 치환하려는 사람도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도 흥미로웠습니다.

영화에 이런 메시지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재미는 조금 부족합니다. 정확히 말하면 재미가 있을 자리가 부족하다는 것입니다. 2시간이라는 러닝타임 동안 코미디만 가득할 것 같은 이 영화의 구조는 메시지를 위한 갈등들이 추가되어 있다 보니, 100% 상업 영화로 보기에는 아쉬운 부분이 존재합니다. 조금 더 정확히 말하면, 여름휴가철 극성수기에 개봉할만한 영화는 아니라는 것입니다. 가족 모두와 함께 보기에 나쁠 것은 없지만, 선뜻 고르기에는 고민이 되는 지점이 있다는 것입니다.

다만, 이는 영화의 문제라기보다는 배급사의 판단이므로 분리해서 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거기에 영화 자세가 상당히 클래식한 구조로 보여줍니다. 이것이 영화 속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에서는 아쉬움을 남기는 부분이기도 했습니다. 너무 판타지 같은 느낌이 든 이유이기도 하죠. 영화도 이를 인식한 건지, 부분적으로 비틀어보려는 시도를 보여주긴 하지만, 코미디 부분에서는 마케팅한 것에 비해 양적으로 조금 부족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영화 자체는 만족스럽습니다. 감독이 명확한 철학을 가지고 있었기에 사회적인 이슈를 다루면서도, 방향이 흔들리지 않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잘 다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녀의 다음 영화가 상당히 기대가 되게 만드는 영화였습니다.

여러분들은 <파일럿> 어떻게 보셨나요?






스포일러 가득한 스포일러 코멘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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