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발견한 경주의 맛
'나의 발견’이라는 탭을 새로 만들었다. 이곳에는 공간이나 서비스, 음식처럼 내가 직접 보고 느낀 것들을 기록하려 한다. 영화 리뷰를 오래 쓰다 보니 매사에 분석적으로 바라보는 습성이 생겼는데, 그 부작용(?)을 차라리 글로 풀어내고 싶었다.
탭을 만들고 나서도 한동안은 첫 글을 무엇으로 할지 쉽게 결정하지 못했다. 괜히 가볍게 시작하기보다는, 스스로도 만족할 만한 경험을 올리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꽤 오랜 시간을 고민했고, 마침내 드디어 올리고 싶은 무언가가 생겼다. 바로 월드타워에 새로 문을 연 신라제면이다.
식사 시간이 되어 잠실 월드타워 안을 돌며 무엇을 먹을까 고민했다. 몇 가지 후보군을 추려두었는데, 그중 하나가 신라제면이었다. 사실 처음부터 가고 싶었던 곳은 아니었지만, 함께한 지인이 “여기 유명하다”며 권한 덕분에 선택하게 됐다.
식당은 건물 구석에 자리해 있었다. 눈에 잘 띄지 않아 간판 대신 화살표로만 안내가 되어 있었는데, 찾아보니 원래는 경주 본점이 유명한 집이었다. 최근 안국역에 지점을 냈는데, 그곳은 워낙 인기가 많아 줄을 서야 겨우 먹을 수 있다고 했다.
막상 들어가 보니 손님은 한 명도 없었고, 내부 가구도 모두 새 느낌이 강했다. 음식을 주문하고 검색을 해보니 지도에는 매장이 나오지 않았다. 구글에서 발견한 기사 하나에 “8월 중 월드타워 오픈 예정”이라는 문구가 전부였다. 궁금해서 직원에게 물어보니, 내가 방문한 날은 바로 정식 오픈 하루 전, 가오픈 기간이었다. 덕분에 서비스 몇 가지를 받을 수 있었고, 결제할 때는 몇 가지 피드백도 전하게 됐다. 맛집을 일부러 찾아다니는 성격은 아니지만, 나름 먹는 것에 자부심이 있어 의견을 나눴다. 리뷰를 쓰는 습관 덕분에 직업병처럼 모든 것을 분석하게 된 것도 사실이다.
대표 메뉴는 ‘신라 칼낙지’였다. 낙지볶음에 칼국수를 비벼 먹는 방식인데, 매콤하지만 짜지 않고 자극적이지 않아 의외로 만족스러웠다. 특히 양념에 김이 어우러질 때 풍기는 향이 맛의 결정적인 킥을 담당했다.
사이드로 주문한 감자전도 눈길을 끌었다. 밀가루 반죽 위에 얇게 썬 감자를 겹겹이 올려 부쳐 감자칩 같은 식감을 낸 전이었는데, 칼낙지와의 조합이 꽤 괜찮았다. 다음에는 해물파전을 꼭 먹어보고 싶다. 칼낙지 양념에 비벼 먹는 비빔밥도 있었는데, 이 역시 양념과 잘 어울려 만족스럽게 먹을 수 있었다.
전체적으로는 요즘 맛집 트렌드처럼 과하지 않으면서도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린 스타일이었다. 매장 분위기는 경주 본점의 고즈넉함을 옮겨온 듯했고, 눈에 띄지 않는 구석에 있으면서도 앞쪽에 대기 공간을 마련해둔 걸 보면 앞으로 많은 손님을 예상한 듯했다. 무엇보다 오랜만에 둘러본 월드타워에서 이 매장이 눈에 띈 건, 최근 대형 쇼핑몰들이 로컬 맛집 입점에 신경 쓰고 있다는 점이었다. 예전보다 F&B의 중요성이 크게 높아졌음을 체감했다.
식사를 하면서 예전에 대구에서 갔던 수봉반점의 중화 비빔밥이 떠올랐다. 맛이 비슷하다기보다는, 맵지만 자극적이지 않고 재료 본연의 맛에 집중한 음식이라는 공통된 인상 때문이었다. 개인적으로 수봉반점의 중화 비빔밥은 내 인생 TOP 3 안에 드는 식사였는데, 신라제면이 그 정도의 임팩트를 주지는 않았지만, 분명 기억 속에 남을 식당이라는 확신은 들었다.
아쉬운 점도 없지 않았다. 다만 이는 조리 숙련도와 관련된 부분이라 굳이 언급할 필요는 없을 듯하다. 추후 다시 방문했을 때 같은 단점이 느껴진다면, 그때는 조금 더 구체적으로 남겨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