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무엇이든 해내는 사람(김상현에세이)
지하철에서 읽는 책
어떤 책이든 만 부 이상 팔린다면 이유가 있다.
우연히 인터넷으로 만난 책 <내가 죽으면 누가 장례식에 누가 와줄까> 제목이 인상 깊어서 샀는데 작년에 <결국 무엇이든 해내는 사람>을 집필했다고 하여 또 샀다. 무엇이든 해내는 사람은 과연 어떤 사람일까?
분주했던 시간이 지나가고 일요일 오후에 차분한 마음으로 책장을 넘겼다. 책은 술술 읽혔다. 주제는 한마디로 ‘나만의 속도에 맞추어 나의 길을 가자’다. 삶이란 나 혼자 읽는 책이 아니라 가족, 친구, 직장동료, 지인들과 함께 가는 여정이다. 이것저것 부지런히 해 보고 망하고 또 도전하는 저자는 “하고 싶은 게 있으면, 지금 당장 해라.”라고 강조한다.
하고 싶어서 당장 해 본 일이 무엇이었을까? 작년 초겨울 드럼 연주하는 지인을 보고 인천 최고의 드럼 연습실이 있으니 와보라는 성화에 찾아갔다. 악기를 배우고 싶은 마음은 늘 있었다. 키보드는 손가락이 말을 안 듣고, 기타는 앉은 자세가 부담스러웠는데 드럼은 내가 원하는 악기다. 두 발 두 다리를 모두 쓰니 정신 집중해야 한다. 드럼연주를 잘하면 치매 예방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한 6개월 정도 배웠는데 기초는 어느 정도 칠 수 있고 이제 폴카를 가르쳐 준다고 한다. 지난달에는 사무실 일이 바빠서 쉬었고 7월에는 인사발령 나서 분주했고 8월부터 다시 배우려고 한다.
그리고 또 뭐가 있을까? 아직 없다. 지금 해 보고 싶은 건 아무것도 없다. 책도 흥미가 없고 글쓰기만 조금씩 하고 있다. 어떤 이는 스킨스쿠버 자격증을 딴다고 하는데 난 물이 무섭다. 근무 끝나면 강당에 가서 배드민턴 치고 집으로 걸어가서 샤워하고 저녁 먹고 책 좀 읽다가 9시가 되면 잠이 든다.
왜 흥미가 없는 걸까? 날이 덥고 의욕이 없다. 해서 다시 수첩을 만들었다. 그날 할 일을 깨알같이 적고 저녁에 확인하고 다음 날 무얼 할지 적는다. 했으면 색연필로 크로스 아웃하고 못한 일은 체크해서 다음 날 꼭 실천한다. 일정 수첩은 나를 기계적으로 움직이도록 조종한다. 오늘로 3일 차 모닝 페이지를 썼다. 노트를 마련하여 다시 시작한다. 쓰면 써진다. 버지니아 울프처럼 생각나는 대로 의식의 흐름대로 쓴다. 무조건 3페이지를 채운다. 노트에는 아무거나 다 쓸 수 있다. 말하지 못하는 것도 생각나는 대로 마구 써도 나 혼자 보니까 부담 없이 쓴다.
<30일 글쓰기> 모임을 이끄는 지인의 말이 작가는 책을 쓴 사람이 아니라 매일 쓰는 사람이라고 하며 쓰기를 독려한다. 날마다 쓰지 못해도 집중해서 쓰는 날에는 마음이 뿌듯하다. 한 장의 글은 뭔가 성취감을 느끼게 해 준다. 작은 성공이 모여 커다란 성공으로 이끌 수 있다.
“내가 걷는 길은 나만 알고 있고 나만 알 수 있습니다. 되고 싶다면 하면 되고, 하기 싫다면 바라지 않으면 됩니다. 사람들은 내가 잘되어도, 잘 안되어도 그 이유를 나에게서 찾을 것입니다. 그러니 무엇이든 개의치 말고 나만의 생각과 방법으로 나아가면 됩니다. 결국 내가 겪어내고 버텨왔던 지난한 시간이 나를 지탱해 줄 힘이 될 테니까요.”(206쪽)
이 책을 덮으며 나만의 시간을 나만의 속도로 조용히 채워나가리라 다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