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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컨추리우먼 Apr 12. 2024

<철도원 삼대>를 읽고 현장에 가다

느낌 있는 일상


지난 3월 말 북구도서관 행사로 문학 속에 등장하는 지역 탐방을 했다. 꽃샘추위가 남아 있던 주말 오후 탐방객들은 경인철도 도원역에 집결했다. 황석영 작가님의 책 <철도원 삼대>의 배경이 된 인천 곳곳을 탐방하는 코스다. 도원역 바로 옆에는 <한국철도 최초기공지>라고 쓰인 커다란 비석이 있다. 이곳에서 맨 처음 철도 공사를 시작했다는 뜻이다. 비석 뒤편에는 고종황제의 연설문이 담겨 있다.



50년 넘게 인천에서 나고 자랐음에도 이런 비석이 있는지를 몰랐다. 도원역을 지나 쇠뿔로라는 곳으로 이동했다. 그 길 옆에는 인천 최초 창영보통학교가 있다. 이곳에서 3.1 운동 시발점이 되었다고 한다. 철도가 생기기 이전에 한양으로 가는 길이 쇠뿔로였단다. 이 길을 중심으로 윗동네는 일본, 중국 등 다국인의 조개 지였고 아래 동네에는 조선인들이 살았다고 한다.


일제강점기부터 인천은 수탈한 곡물을 내 가기 위해 철도와 항만을 중심으로 노동자들이 많았다. 개항로 차이나타운 근처에는 최초의 서양식 대불호텔이 있고 제물포구락부라는 서양식 살롱도 있다. 신포동 주변에 애관극장, 배다리에 문화극장, 동인천에 미림극장등 유난히 극장이 많았던 이유도 노동자가 많았기  때문이란다.


<철도원 삼대> 도입부는 손자가 고공농성을 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폭 1미터 기장 3미터가 채 안 되는 탑 위에서 임금인상 고용안정 현수막을 내걸고 차가운 겨울을 견디고 뜨거운 여름을 버티며 400일 넘게 시위를 한다. 회사 측은 협상한다고 노동자 의견을 받아들인다고 말만 앞세운다.


노동강도가 심하고 임금도 제대로 못 받는 노동자들은 조직을 구성해서 독서회를 만들고 비밀리에 공부했다. 임금인상 처우개선 등을 요구하는 시위를 했고 주동자는 잡혀갔다.


할아버지는 일제강점기에 잘 나가던 철도 기관사다. 일본인에게만 철도 운전을 맡겼고 조선인들은 보조원으로 쓰다가 전쟁에 패한 뒤 일본으로 기술자들이 가버리고 난 뒤에야 기관사가 되었다. 해방이 되었어도 노동자들은 고생했고 한국전쟁이 발발하고 나서는 남북 철도가 끊겼다. 형은 기관사가 되었지만 동생은 공장 노동자로 일하며 노동운동 간부를 보호한다. 기차에 몰래 태워서 도주를 돕는다. 손주는 고공농성의 주역이 된다.


정당하게 일한 만큼 대가를 받는 것이 이렇게 힘든 일인가. 고공농성을 마치고 내려오니 경찰서로 인계되어 조사를 받는다. 시대가 변한 지금도 노동운동은 계속되고 있다. 불합리, 불공정을 타파하고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한 투쟁은 계속 이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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