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일찍 근테크 스트레칭이 끝나고 긍정필사를 마친 뒤 간단히 도시락을 싸서 택시를 탔다. 목적지는 프라이빗 헬스장. 나 홀로 운동하기 딱 좋은 곳이다.
원래는 월요일, 수요일에 러닝 훈련이 있어서 예약했는데 지난주 토요일 아침 3시간 넘게 달렸더니 48시간 휴식하라는 권고에 따라 오늘 아침엔 웨이트를 하게 되었다. 귀찮은데 포기할까? 잠시 스쳐가는 악마의 유혹을 뿌리친 나.
헬스장 예약시간은 아침 6시부터 8시까지 2시간인데 도착하니 6시 반이 넘었다. 부랴부랴 걷기부터 시작했다. 10분 정도 걸은 뒤에 치닝엔디깅을 50킬로에 맞추어서 15회씩 3세트를 하고 하이 렛풀도 15킬로에 15회씩 3번 했다. 운동은 나 혼자 하는데 이상하게 선생님이 옆에서 숫자를 세는 듯 환청이 들린다.
"그렇죠. 어깨 쭉 펴고 가슴 쪽으로 무게 받고 천천히 내리고 힘 빼지 말고 다시 쭉 올리세요!"
분명히 우리 선생님은 고향에 내려가셨는데 왜 자꾸 옆에 있는 거 같을까?
다음 동작은 체스트 웨이트다. 양팔 벌려 고리를 잡고 앞으로 두 걸음 나가서 무게 중심을 앞쪽으로 기울이고 양팔을 수평으로 쭉 펴서 모은다. 팔을 접을 때는 어깨와 옆구리로 힘을 받고 등이나 허리로 받지 않는다.
이 운동 처음 배울 때 근육질 남자들이 힘자랑하기 딱 좋은 포즈라고 가볍게 생각했는데 막상 내가 해보니 팔을 쭉 펴는 게 쉽지 않다. 시작부터 7개 까지는 속도를 일정하게 펼 수 있는데 뒤로 갈수록 팔과 어깨가 무거워지면서 손잡이를 턱 놓고 싶어 진다.
"집중하세요 회원님! 포기하시면 안 됩니다. 할 수 있습니다!"
또다시 선생님의 목소리가 들린다. 아니, 고향 가신 거 맞아요? 혼을 놓고 가셨나, 아니면 회초리를 두고 가셨나.
듀얼이 힘들어서 싱글로 자세를 바꾸었다. 밧줄모양으로 된 그립을 끼우고 가만히 서서 그립을 팔꿈치 높이에서 아래로 쭉 밀어낸다. 주의사항은 살짝 고개를 숙이고 온몸은 로봇처럼 움직이지 말고 오직 팔만 내리는 거다.
근테크 바프팀에서는 하루에 무슨 운동을 얼마큼 했는지 낱낱이 고해야 한다. 낯선 기구에 시키는 대로 운동하기도 바쁜데 이름까지 외울 수 없어 수첩에 적는다. 처음에는 선생님이 적었는데 나도 할 수 있을 거 같아 볼펜을 잡고 선생님이 시범을 보일 때 이거는 무슨 기구냐 몇 킬로 들었냐 꼬치꼬치 물으며 적으면 내가 선생님이 된 기분이다.
우리 선생님 별명은 꼬치선생님이다. 하도 궁금한 게 많고 호기심도 많아서 한번 걸리면 다 털린다.
"선생님, 학교 다닐 때 공부 잘하셨죠?"
"제가요? 왜요?"
"궁금한 게 많고 호기심도 많으니 질문도 많이 하셨을 거 같은데요. 원래 우등생이 질문하잖아요."
절대 아니라며 손사래를 친다. 하지만 궁금한 거를 못 참는단다. 밥 먹었다고 사진 올리면 여기가 어디냐, 메뉴는 무엇이냐 호기심이 발동한다. 아무 소식도 전하지 않으면 오늘은 무얼 할 거냐 또 물으신다.
체스트프레스, 팩덱플라이, 바벨 들기, 레그익스텐션, 숄더프레스까지 모두 마치니 1시간이 훌쩍 가버렸다. 더 하고 싶어도 예약시간이 끝나서 아쉬움을 뒤로한 채 가방 들고 나왔다.
세상에 내가 헬스장 예약해서 열심히 운동하고 아쉬운 발걸음으로 나오다니! 진짜 인생 오래 살고 볼 일이다. 시계를 보니 아침 7시 55분.
가벼운 발걸음으로 집에 가서 바나나를 우유와 갈아 꿀 한 숟가락 넣어 휘휘 저어서 신랑 주고 난 고구마랑 닭가슴살로 아침을 먹었다. 꿀맛이 바로 이런 맛이구나, 살맛 나는 인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