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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현미밥과 채식을 권하는가

식습관을 고치지 않으면 만성질환을 없앨 수 없다

나는 의사다. 직업환경의학 전문의.

직업환경의학 전문의가 하는 일은 작업장이나 환경과 관련해서 발생하는 질병을 발견하고, 이를 예방할 수 있는 적절한 방법을 제안하는 일을 한다. 한마디로 어떤 질병이 직업병인지 환경병인지를 판단하고, 이를 예방하기 위한 활동을 한다.


진료실 환자는 빙산의 일각

필자는 하루에 70~100명 정도의 사람들을 만난다. 주로는 공장, 연구실, 사무실에서 일하는 사람들이다. 요즘 직장인들의 가장 큰 건강문제는 무엇일까? 바로 비만과 고지혈증, 고혈압, 당뇨병 등이다. 이런 위험요인들은 직업성 뇌심혈관질환의 발생위험을 증가시킨다. 그래서 공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정기적으로 건강진단하고, 혈압, 혈당, 혈중 콜레스테롤과 중성지방, 간수치 등이 높은 사람들을 찾아내 건강이 악화되지 않도록 관리한다. 보통 의사들은 진료실에 찾아오는 사람들만을 진료하지만, 필자는 건강 문제가 있음에도 진료를 받지 않는 사람들, 건강관리에 대해 별 관심이 없는 사람들을 발굴해서 관리한다.


평생 약을 먹여야 하는가?

과거 필자의 건강상담 내용은 이런 것이었다. “건강진단 상 이상소견이 있으니 빨리 약을 드시기 바랍니다. 콜레스테롤이나 중성지방이 높으니 고지혈증 치료제를 드시고, 혈당이 높으니 혈당 저하제를 드시고, 혈압이 높으니 혈압 저하제를 드십시오. 더 늦기 전에 빨리 병원진료를 받으십시오.”

하지만, 이런 건강관리는 그다지 효과가 없었다. 약을 먹는다고 다 효과가 있는 것도 아니고, 약을 열심히 먹어도 환자들의 먹는 약 개수는 점점 늘어만 갔다. 처음엔 혈압만 높았는데, 혈당이 올라가고, 혈중 콜레스테롤과 중성지방은 계속 고공행진인 경우가 많았다. 그러다 누군가 약의 부작용(발기부전 등) 소문이라도 돌면, 그 사업장에서는 약을 먹으라는 얘기를 하기 더욱 어려워졌다. 특히 고지혈증약은 애물단지였다. 복용 시 간수치가 상승할 수 있어 혈액검사도 해야 하고, 수치가 낮아지면 약 처방을 중단해야 하는데, 약을 끊으면 대부분 수치가 다시 상승하기 때문이다. 이런 생활을 몇 년 반복하면서 의사로서 나의 일에 회의가 들기 시작했다. 사람들에게 약을 평생 먹이려고 의사가 된 건가? 도대체 왜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환자들은 늘어만 가는가? 그리고 왜 점점 더 발병 연령이 낮아지는가?  


채식, 정말 효과가 있는가?

이렇게 매너리즘에 빠져 있을 때, 서점에서 아내를 기다리다 무심결에 현미채식 관련 책을 읽게 됐다. 1달간 현미밥을 먹고 채식을 했더니 체중과 혈압이 쭉 떨어졌다는 내용이다. 게다가 이 내용이 TV에 중개됐다고 하는데, 조작이나 과장은 아닌 것 같았다. 약 없이, 부작용 없이, 혈압이 좋아지고, 다른 건강상태까지 좋아진다니 이만한 치료법이 없겠다 싶었다. 하지만, 여전히 미심쩍었다. 그래서 2~3개월간 관련 책과 논문들을 찾아보았다. 의구심이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었지만, 건강에 긍정적인 효과는 있을 것 같아 일단 나 자신에게 실험을 해보기로 했다. 현미채식이 정말 효과가 있는지. 100% 현미밥은 이전부터 먹고 있었기 때문에 고기, 생선, 계란이 들어간 반찬을 먹지 않고, 우유나 유제품이 들어간 음식만 먹지 않으면 됐다. 대신 채소반찬을 많이 먹기 시작했다.

  

먹는 것의 놀라운 힘

효과는 놀라웠다. 1주일이 채 되기 전에 가장 먼저 피로감이 사라졌다. 노동자들의 교대근무 시간에 맞춰 공장으로 나가야 하기 때문에 새벽같이 출장을 나가는 날이 많은데, 어느 날 자정을 넘긴 밤인데도 전혀 지치지 않고 보고서를 작성하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그리고 그렇게 일을 하고도 다음날 몸이 아주 가벼웠다. 1주 정도 지나니 세수할 때 만져지던 이마와 입 주변의 자잘한 피지가 어느새 만져지지 않았다. 대변량이 늘기 시작했고, 이전에 느껴보지 못한 쾌변을 경험하게 됐다. 체중은 6주에 걸쳐 6kg 정도가 빠졌고, 허리사이즈는 32인치에서 28인치로 줄었다. 고등학교 시절 몸매가 된 것이다. 혈압은 10정도 낮아져 110/70 정도가 됐고, 콜레스테롤과 중성지방은 각각 140, 70 수준이 됐다. 점심 식사 후 약간의 공복감이 느껴졌지만, 상쾌한 느낌이었다. 대학 입학 후 나이를 먹으면서 점점 늘어만 가던 허리사이즈가 줄어든 것이 가장 신기했다. 79kg일 때나 72kg일 때나 허리 사이즈는 큰 차이 없이 32인치여서 ‘뱃살은 나이 살’이라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는데, 얼마든지 줄일 수 있는 것이었다. 뱃살 회춘은 얼마든지 가능한 것이었다.

 

현미채식에 미치다

스스로 채식의 위력을 경험하고, 더 이상 매너리즘에 빠져있을 이유가 없어졌다. 의사로서 약이나 수술 이외에 새로운 치료의 가능성에 눈을 뜨게 된 것이다. 당장에 이해가 되지 않더라도 일단 건강상태가 좋아진다는 각종 '비법'을 소문이나 뉴스, TV, 인터넷을 통해 알게 되면, 관련 책을 읽고, 직접 찾아가 경험을 하게 됐다. 그리고 이런저런 음식으로 직접 몸에 실험을 하게 됐다.

단식을 해보기도 하고, 고가의 유산균제나 식물성 단백질 보충제를 먹어보기도 하고, 밀가루 음식을 완전 끊었다 먹어보기도 하고, 견과류를 많이 먹었다 끊어보기도 하고, 과자나 튀김을 많이 먹어보기도 하고, 치즈나 고기를 먹어보기도 하고, 식물성 고기를 많이 먹어보기도 하고.

하루하루가 나 자신에 대한 실험이었고, 그때 몸의 반응은 국내외 관련 논문을 찾아볼 주제가 됐다. 그렇게 하루하루를 살다 보니 벌써 8년 조금 넘는 시간이 흘렀다. 수많은 논문과 책, 나와 주변의 경험은 결론을 더욱 명확히 해줬다. 역시 답은 현미밥과 저지방 식물식(채식)이었다. 난무하는 온갖 건강정보 속에서 옥석을 가릴 수 있게 되었고, 더욱 풍부하게, 그리고 자세하게 무엇을 어떻게 먹어야 할지에 대해 설명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약 없이 건강해지는 법

나를 식물식(채식)에 경도된 사람, 연구 결과들을 곡해하거나 과장하는 사람으로 취급할 독자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식물식을 하는 사람으로서가 아니라 의사로서 이 칼럼을 써 나갈 계획이다. 이 칼럼은 약 없이도 얼마든지 건강을 되찾을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다양한 연구결과와 경험들을 전할 것이다. TV나 신문 등에서 볼 수 있는 '전문가들'의 의견과 다른 주장에 당혹스러울 수는 있겠지만, 선입관을 내려놓고 본다면, 이 칼럼을 통해 의외의 도움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약 없이도 얼마든지 건강할 수 있다.

아울러 이 칼럼에서는 최신 연구결과들을 명확한 근거와 함께 소개할 것이다. 직접 그 연구결과들을 확인한다면, 의약자본, 식품자본, 건강식품 자본, 축산업, 낙농업, 요식업 등의 광고의 지배하에 있는 주요 매체에서 다루지 않는 중요한 건강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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