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0년, 동물성 단백질 섭취량이 증가하면서 당뇨병이 증가했다
건강상담을 하다보면, 젊은 남성들 중 운동을 한다면서 밥 양을 줄이고 닭가슴살이나 계란을 챙겨먹는 경우를 자주 보게 된다. 꽤 뿌듯한 얼굴 표정을 짓고 있지만, 막상 이런 사람들의 콜레스테롤, 혈당, 콩팥기능, 요산수치 등이 악화되는 경우를 자주 보게 된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질까?
2019년 1월 단백질과 관련된 흥미로운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일명 <로테르담 연구>의 일부로, 네덜란드 로테르담에 거주하는 당뇨병이 없는 45세 이상 성인 6,822명을 1993년부터 2014년까지 21년간 추적관찰하면서 단백질 섭취량에 따른 인슐린저항성과 당뇨병 발생위험을 평가한 연구다.[1]
결과는 단백질 섭취량이 많을수록 인슐린저항성이 증가하고, 당뇨병전단계 및 당뇨병 발생위험이 증가한다는 것이다. 흥미로운 것은 단백질 중 동물성 단백질만 문제를 일으키고, 식물성 단백질은 안전하다는 것이다. 구체적인 연구결과는 다음과 같다.
섭취하는 칼로리의 5%에 해당되는 탄수화물을 단백질로 대체할 때마다, 인슐린저항성이 증가했고, 당뇨병전단계 발생위험은 34%, 당뇨병 발생위험은 37%씩 증가했다. 동물성과 식물성 단백질을 구분해서 분석했을 때 식물성 단백질은 인슐린저항성과 관련성이 없었고, 당뇨병전단계 및 당뇨병을 증가시키지 않았던 반면, 동물성 단백질은 인슐린저항성과 유의한 관련성이 있었고, 당뇨병전단계 발생위험은 35%, 당뇨병 발생위험은 37%씩 증가했다. 단백질의 당뇨병 발생위험은 동물성 단백질로 인한 것이다.
연구진은 다시 단백질을 좀 더 세부적으로 구분해 분석했다. 동물성인 육류, 생선, 유제품의 단백질 섭취량이 총 칼로리의 5%씩 증가할 때마다 당뇨병 발생위험이 각각 40%, 65%, 23%씩 증가했다. 반면 콩류, 곡류, 감자, 채소 및 과일류 등의 식물성 단백질은 전부 당뇨병 발생과 관련이 없었다.
좀 더 쉽게 풀이하면, 하루 2000칼로리를 섭취하는 남성이 탄수화물을 25g 줄이고, 단백질을 25g 늘릴 때마다 당뇨병 발생위험이 37%씩 증가한다. 이때 육류로 단백질 섭취를 늘릴 경우(닭가슴살 포함) 40%, 생선으로 늘릴 경우 65%, 유제품으로 늘릴 경우 23%씩 당뇨병 발생위험이 증가한다. 만약 밥 한 공기(약 300칼로리로 총칼로리의 15%정도 차지)를 줄이고 대신 닭가슴살을 먹을 경우 당뇨병 발생 위험이 2.7배가 되고, 밥을 2공기 줄이고 닭가슴살을 먹을 경우 당뇨병 발생위험은 무려 7.5배가 된다. 만약 밥대신 참치나 연어 등 생선으로 먹을 경우 당뇨병 발생위험은 한공기를 대체하면 4.5배, 2공기를 대체하면 20배가 된다. 우유나 유제품도 마찬가지다. 밥 대신 우유를 마실 경우 당뇨병 발생위험은 한공기를 대체하면 1.9배, 2공기를 대체하면 3.5배가 된다.
<로테르담 연구> 분석에서는 빠졌지만, 계란을 많이 먹을 경우에도 당뇨병 발생위험이 증가한다. 2013년 계란과 당뇨병 발생과의 관련성에 대한 5개 전향적 연구를 모아 메타분석한 연구가 발표됐다. 69,297명을 14.8년간 추적관한 결과, 계란을 먹지 않거나 1주일에 1개 미만 먹는 사람들보다 하루에 1개 이상 계란을 먹는 사람의 당뇨병 발생위험이 42% 높다는 것이 확인됐다.[2] 고기, 생선 및 어패류, 우유 및 유제품 그리고 달걀까지 모든 동물성 식품은 당뇨병 발생위험 증가와 관련이 있는 것이다.
동물성 단백질과 당뇨병 발생위험과의 관련성이 확인된 연구는 이뿐만 아니다. 호주 멜버른에 거주하는 21,523명을 11.7년간 추적관찰한 연구에서도 총단백질 섭취량 및 동물성 단백질 섭취량이 많을수록 당뇨병 발생위험이 증가했다.[3] 또한 단백질섭취량과 당뇨병 발생의 관련성에 대해 분석한 11개의 대규모 전향적 연구들을 취합한 메타분석(연구대상 50만 명)에서도 동물성 단백질을 가장 적게 섭취하는 사람들에 비해 가장 많이 섭취하는 사람들에서만 당뇨병 발생위험이 19% 증가했다. 일부 연구에서는 식물성 단백질은 당뇨병 예방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고했다.[3] <로테르담 연구> 결과는 어쩌다 한 번 나오는 연구결과가 아니라 확고부동한 사실의 일부인 것이다.
사실 지난 수십년간 당뇨병 발생률이 10배넘게 증가한 한국에서 벌어진 식습관 변화도 이와 비슷하다. 1970년대 이후 밥(쌀) 섭취량은 1/3로 줄었고, 쌀, 보리, 밀, 감자, 고구마, 옥수수 등 전체 전분질 음식 섭취량은 절반으로 줄었다. 반면 동물성식품 섭취량은 10배이상 증가했다. 탄수화물 섭취가 줄고 동물성 단백질 섭취량이 증가한 것이다. <로테르담 연구>에서 확인할 수 있는 사실들이 한국에서도 그대로 확인되는 것이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질까? 동물성 단백질에 풍부한 분지쇄아미노산(류신, 이소류신, 발린)과 방향족아미노산(페닐알라닌, 트립토판, 타이로신) 때문에 이런 문제가 발생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 아미노산들은 인슐린 반응을 강화해서 식후 인슐린 농도를 증가시켜 인슐린저항성을 초래할 수 있고, 지방합성을 촉진하는 mTORC1이라는 단백질을 직접적으로 활성화시켜 인슐린저항성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4,5] 공교롭게도 이 아미노산들은 운동하는 사람들이 즐겨 먹는 단백질 보충제의 주성분이기도 한다. 단기적으로는 이 아미노산들이 지방뿐만 아니라 단백질 합성도 촉진하고, 식용도 억제함으로써 체중감소와 근육증가에 도움이 되는 듯이 보이지만, 장기적으로는 부작용이 훨씬 큰 것이다.
운동의 목적이 보기 좋은 외모 때문이라면, 당장에 동물성 단백질과 단백질 보충제를 먹는 것이 중요해 보일 수 있다. 하지만, 그에 따른 부작용이 있다는 것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 그리고 조금이라도 부작용의 징후가 발생하면 당장 동물성 단백질과 단백질 보충제 섭취를 중단해야 한다. 사실 운동을 하더라도 단백질을 따로 보충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운동으로 소모한 칼로리만큼 현미나, 감자, 고구마 등 건강한 탄수화물을 더 많이 먹고, 신선한 채소, 과일을 충분히 먹기만 하면 된다. 이런 음식들에는 운동을 하면서 요구되는 단백질을 충분히 보충해줄 만큼의 단백질도 있고, 회복을 돕는 풍부한 영양소도 있기 때문이다. 식물성 세포도 동물성 세포와 마찬가지로 생명유지에 필요한 만큼의 단백질을 함유하고 있다. 초식동물들이 풀만 먹고도 우람한 근육을 키울 수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참고문헌>
[1] Associations of specific dietary protein with longitudinal insulin resistance, prediabetes and type 2 diabetes: The Rotterdam Study. Clin Nutr. 2019 Jan 31. pii: S0261-5614(19)30040-8.(Epub ahead of print)
[2] Egg consumption in relation to risk of cardiovascular disease and diabetes: a systematic review and meta-analysis. Am J Clin Nutr. 2013 Jul;98(1):146-59.
[3] Dietary protein intake and risk of type 2 diabetes: results from the Melbourne Collaborative Cohort Study and a meta-analysis of prospective studies. Am J Clin Nutr. 2016 Nov;104(5):1352-1365.
[4] Branched-Chain and Aromatic Amino Acids Are Predictors of Insulin Resistance in Young Adults. Diabetes Care. 2013 Mar; 36(3): 648–655.
[5] High dietary protein intake, reducing or eliciting insulin resistance? Eur J Clin Nutr. 2014;68:973-97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