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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nes 이네스 Mar 29. 2020

1년 배워서 외국어 유튜브를 한다고?

외국어를 얼마나 잘해야 영상을 만들 수 있을까



포르투갈어로 유튜브를 한다고 하면 사람들은

"와, 대단해, 포르투갈어를 원어민처럼 하는거야?"


내가 포르투갈어 유튜브를 한다고 하면 누구나 이렇게 말한다. '원어민처럼'이라는 말이 꼭 들어간다.



그렇다. 왠지 우리말로 유튜브를 하는 것도 어려워 보이는데, 외국어로 유튜브를 한다는 건 왠지 상상 밖의 일이다. 내 주변에도 "유튜브 할거야"라는 사람은 봤어도 "외국어로 유튜브 할거야"라는 사람은 보지 못했다. 왠지 외국에서 태어나 원어민처럼 유창하게 하지 않으면 절대로 영상을 만들 수 없을 것 같다.



나도 그렇게 생각했었다. 그래서 포르투갈어를 열심히 배우고 브라질에 머무르면서도 감히 나에게는 어렵기만 한 포르투갈어로 영상을 찍을 생각을 하지 못했다. 그냥, 열심히 배운 언어를 까먹을까 두려워 한국에서도 영상을 만들면서 포어를 써보자, 하는 마음으로 기념품처럼 가볍게 시작하는 데 1년이 걸렸다.



그리고 영상을 몇 개 만들어보니 생각보다 외국어를 잘하지 않아도 외국어로 유튜브를 할 수 있었다. 너무 어려워서, “포르투갈어로 내가 왜 유튜브를 시작했을까.” 했던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오히려 왜 진작 용기를 내서 시작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많이 했다.





언어천재라는 오해

이쯤 되면 사람들은 꼭 이렇게 말한다.

"이네스, 너, 언어 천재 아니야? 1년만에 원어민처럼 말하는 거 같은데."


언어 천재. 언어에 재능이 있는 사람.

한국 사람들은 외국어에 대한 로망이 있는 것 같다. 누구나 영어를 잘 하고 싶어한다. 그럴만도 하다. 한국인에게 영어는 너무 어렵다. 그냥 학교에서 배우고 혼자 조금 공부한다고 영어를 유창하게 잘 할 수 없다. 한국어는 영어 외 기타 주류 라틴계 언어와 너무나도 다르기 때문이다. 영어를 '원어민처럼 구사하려면' 어렸을 때 외국에서 살지 않으면 힘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학으로 잘 하는 사람들도 있어 나를 더 비참하게 하지만)


그래서 우리는 쉽게 외국어를 잘 하는 사람을 보면 이렇게 생각해버린다.

 - 운이 좋아서 외국에서 살았거나

 - 선천적으로 외국어에 재능이 있는 언어천재라고.


내가 억울했던 건 내가 언어천재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고등학교 때 시작된 외국어 열등감

오히려 언어바보에 가까운 편이다.


나는 언어를 배우는 데 있어서 '암기력'이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한다. 외국어를 배울 때 외우지 않으면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모든 것이 일단 단어와 문장을 외우는 것에서 시작된다. 더 정확하고 더 유려하게 구사하는 건 한참 뒤의 문제다. 일단 외워야 한다. 그리고 나는 선천적으로 기억력이 좋지 않은 사람이다.


게다가 외국어에 대한 열등감도 많았다. 한창 특목고 붐이던 시절, 중학교 때 입시학원의 권유로 준비하기 시작해 모외국어고등학교에 입학했다. 영어와 수학 시험을 치고 들어갔는데 내가 입학할 때는 영어보다 수학시험이 더 어려워 변별력이 있었다 한다. 영어시험이 어려웠다면 나는 들어가지 못했을 거라고 확신한다.


학교에는 정말 공부를 잘하는 아이들이 많았다. 수학 천재, 논술 천재는 물론이고 다들 기본으로 영어를 잘했다. 내 옆에는 고등학교 1학년 때 토플 만점인 친구도 있었고, 영어 원서책을 취미로 보는 친구도 있었다. 그런 환경에서 나는 상대적인 '영어 부진아'였다.


학교에서는 학기마다 영어능력시험을 쳤는데, 그 때 일정 점수가 되지 않는 학생들을 모아 방학 때 나머지 공부를 시켰다. 방학 때는 스쿨버스도 없어서 나머지 공부를 위해 지하철로 3번 갈아타며 왕복 세 시간을 통학해야 했다. 아마도 그 때 부터였을 것이다. 내가 영어를 정말 싫어하게 되고 영어에 대한 열등감을 갖게 된 것이.


 


 


그런데 포르투갈어는 달랐다

포르투갈어는 좋았다. 언어가 아름다워서 듣는 것도 말하는 것도 좋았다. 처음 배울 때부터 푹 빠져 열심히 했다.


나중에 포르투갈어 공부에 대해 더 다룰 일이 있겠지만 한국에서의 언어공부는 합숙하며 배우는 10주 과정이 전부다. 물론 다년간 프로그램을 지도한 교수님이 기초부터 확실하게 잘 가르쳐주시고, 커리큘럼이 워낙 잘 되어 있어 10주가 짧은 시간이긴 하지만 부족하지는 않다. 오죽하면 프로그램은 “벙어리도 말을 하게 한다고’ 유명하다.


그렇게 10주를 마치고 브라질에 가서 1:1 개인과외와 상파울로의 대학교에 있는 우리로 치면 ‘외국인 어학당’ 코스를 들었다. 처음에는 수업을 알아듣기도 어려웠지만 차차 익숙해졌고 더듬더듬 말하던 포르투갈어도 문장 단위로 말할 수 있게 됐다.


유튜브를 시작한 건 2019년 2월이었으니 포르투갈어를 알파벳부터 본격적으로 배우기 시작한 지 약 1년정도 됐을 때다. 1년. 짧고도 긴 시간이지만 내 기준에는 참 ‘짧은’ 포르투갈어로 유튜브를 시작했다.






유튜브를 하기 위해 필요한 외국어 실력?

그렇다고 내가 ‘유튜브를 하기 위해 1년은 언어를 배워야 한다’ 혹은 ‘1년은 현지에서 살아야 한다’라고 말하는 건 아니다. 사실 그 1년은 나에게 용기를 낼 수 있게 하는 시간이었다. 오히려 부족한 실력이었어도 훨씬 더 일찍 시작했더라면 좋았을 것이다.


유튜브를 시작하는 데 있어 필요한 실력을 정의한다면, 나는 이렇게 말할 것이다.


 그 언어로 간단한 문장을 만들 수 있으면 되요.


직접 외국어로 유튜브 채널을 1년정도 해 보고 얻은 결론이다. 유튜브를 하기 위해 원어민처럼 말할 필요는 없다. 내 의사를 전달할 수 있는 정도로 기본적인 문장을 만들 줄 알고 일상생활에 필요한 단어만 알면 된다. 유창한 한국어로도 만들기 힘든 영상을 초보 외국어로 어떻게 만드냐고?


유튜브는 언어실력과 그다지 상관이 없다. 초보 외국어로도 얼마든지 할 수 있다. 다음 글에서 내가 만드는 방법과 과정을 소개해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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