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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리는 강선생 Oct 31. 2024

2년 만에 런던을 다시 온 2가지 이유

[낭만 여행기] 영국 런던

2년 만에 다시 돌아온 런던, 이곳은 여전히 수많은 사람들로 붐비고, 복잡하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클래식하고, 멋지고, 무엇보다 너무도 사랑스럽습니다. 세계에서 손에 꼽힐 정도로 많은 관광객이 방문하는 런던은 남들은 모르고 나만 아는 그런 '숨겨진 맛집'같은 매력은 없습니다. 하지만 런던은 몇 대에 걸쳐 그 맛을 유지하고 전통을 지켜나가는, 그래서 다소 불친절하지만 자신만의 고집이 있는 그런 유명한 맛집과 같은 매력이 있는 것 같아요.

런던의 상징 빅밴과 빨간 이층버스


이번에 일곱 번째 런던을 방문한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생일을 맞아 자신에게 주는 선물로 뮤지컬 레미제라블 공연을 보기 위해서입니다. 레미제라블은 영화로도 여러 번 봤고, 뮤지컬로도 이미 봤지만, 언젠가는 꼭 런던 오리지널 캐스팅으로 보고 싶었거든요.


첫 유럽 여행을 할 때도 런던에서 뮤지컬 빌리 엘리엇을 봤습니다. 그때는 3층의 비좁은 구석자리였지만 이번에는 다릅니다. 스스로에게 주는 생일선물이니까 주인공 장발장의 표정이 보일 정도로 무대와 가까운 오케스트라 바로 뒤 좌석을 FLEX 했습니다.

뮤지컬 빌리 엘리엇 - 빅토리아 팰리스 시어터


빅토르 위고의 원작 레미제라블은 이미 내용도 다 알고 있고, 뮤지컬에 나오는 노래들도 너무 많이 들어서 다 외울 정도였지만, 그래도 런던 오리지널 캐스팅 공연은 기대됩니다. 공연장 앞의 흑색, 적색, 흰색이 강하게 어우러진 코제트 그림이 시선을 압도했습니다. 아직 공연이 시작되지 않은 무대에서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아우라가 느껴집니다.

뮤지컬 레미제라블 - 피카디리 서커스 퀸즈 시어터


첫 곡 Look down부터 시작된 전율은 1막이 끝나는 One day more에서 절정으로 치닫습니다. 2막에서 남녀 주인공 마리우스와 코제트의 사랑노래, 그리고 장발장이 사랑하는 딸을 위해 부르는 노래에서는 감동의 눈물이 흘렀습니다. 마지막 Do you hear the people sing을 끝으로 순식간에 3시간이 흘렀고, 객석의 모두가 일어서서 환상적인 연기와 노래와 연주를 선물해 준 무대를 향해 끊임없는 박수를 보냈습니다. 커튼콜이 여러 번 반복되며 귀가 먹먹해질 때까지 공연장 Queen's Theatre에는 박수소리가 끊이지 않았습니다.


런던을 방문한 다른 이유는 사실 런던 자체가 목적이 있어서가 아니었습니다. 여행을 출발하기 전 '잉여들의 히치하이킹'이란 영화를 우연히 봤는데요. 영화 속 주인공들이 자전거를 타고 런던에서부터 영국의 최남단 세븐 시스터스까지 가는 장면이 나옵니다. 새하얗고 거대한 석회암 절벽과 빠르게 차오르는 밀물, 그리고 그 옆의 빨간 등대의 모습을 제 눈으로 직접 담고 싶었거든요.

석회암 절벽과 파란 바다, 그리고 빨간 등대가 어우러진 세븐 시스터즈


브라이튼에 도착하여 일곱 개의 거대한 석회암 절벽이 바다와 맞닿아있는 세븐 시스터스를 향해 걸어갔습니다. 1년 중 300일 넘게 흐린 영국답지 않게 구름 한 점 없는 파란 하늘이 보입니다. 한 발씩 걸으며 세븐 시스터스에 가까워질수록 초록색 잔디와 파란색 하늘, 그리고 짙푸른 바다와 대비를 이루는 하얀 석회암 절벽이 점점 눈에 들어옵니다. 비슷하면서도 다른 듯한 네 가지 색이 완벽한 조화를 이룰 때쯤 그 거대한 절벽 위에 서 있습니다.


양팔을 벌려 하늘을 향합니다. 지금 이 순간 여기 있다는 사실이 무척이나 행복합니다. 세 달 전, 영화를 보면서 저곳에 언젠간 꼭 가봐야지 했던 장소에 이렇게 진짜 오게 되었다는 사실이 신기합니다. '무언가 간절하게 바라면 반드시 이루어진다.'는 파울로 코엘류의 소설 연금술사에서 반복되는 구절이 떠오르는 순간이었습니다.

세븐 시스터즈 - 지금 내가 여기에 있다는 사실이 너무도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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