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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침 Jan 30. 2022

2021년 회고

올해도 뒤늦게 2021년 회고를 써본다. 2021년을 한 문장으로 요약한다면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코로나로 인해 많은 사람이 그렇겠지만, 지난해는 유난히 어떻게 지나갔는지 기억이 나질 않는다. 업무적으로 많은 변화를 겪으면서 워낙 정신이 없었던 한 해이기도 하고, 다른 해와 달리 어딘가로 여행을 가는 등의 특별한 이벤트가 정말 드물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한마디로 ‘코로나로 몸은 1년 내내 집에 처박혀 재택근무했는데 정신은 저세상에 있던 천방지축 어리둥절 빙글빙글 한 해’라고 요약할 수 있을 것 같다.


4L로 풀어본 한 해 회고

회사에서 회고를 할 때 시간순 회고보다는 4L처럼 분류를 하는 회고 방식이 여러모로 좋다고 느꼈었다. 그래서 2021년을 정리하면서도 이 방식으로 사건들을 묶어서 혼자 figzam으로 포스트잇을 붙여 정리해보았다. 몇 가지를 텍스트로 풀어 기록해보자면 다음과 같다.



팀 이동의 연속

올해의 좋았던 일과 힘들었던 일의 대부분은 사실 사내 팀 이동으로 인해 일어났다고 봐도 된다. 올해에만 총 2번의 팀 이동으로 3개의 팀을 경험하게 되었는데, 덕분에 입사한 지 1년이 지났음에도 아직 업무에 적응하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든다.


2020년 9월에 우아한 형제들의 일본 프로덕트 팀으로 입사했고 12월에 푸드네코 서비스가 출시되었다. 디자이너로서도 푸드네코의 디자인을 좋아했고, SNS 등지에서 사람들의 긍정적인 반응을 지켜보며 새로운 서비스를 만들어나가는 재미를 한창 느끼던 중이었다. 그런데 3월에 청천벽력 같이… 서비스가 셧다운된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딜리버리 히어로에서도 푸드판다라는 서비스로 일본에 진출해 있었는데, 회사가 합병되며 서비스가 하나로 통합되어야 했던 것.


시간과 애정을 쏟아 런칭하고, 또 나름 성공적으로 안착했다고 생각한 서비스를 금방 없애려니 정말 아쉽고 슬펐다. 푸드네코의 캐릭터인 네기상이 마지막 인사를 남기는 영상이 올라오고, 많은 사람이 네기상에게 떠나지 말라고 댓글을 단 것을 보고는 눈물이 찔끔 나올 정도. 처음 이직했을 때 회사보다는 ‘일본 프로덕트’를 보고 지원했던 터라 팀이 사라진 후가 더욱 막막했는데, 결국 우아한 형제들의 한국 프로덕트 쪽으로 소속을 옮기게 되었다.


당시에는 굉장히 혼란스럽고 걱정이 많았는데, 지금 함께하는 팀원들도 서비스도 너무 좋아서 지금 시점에서 돌아보면 새옹지마와 같은 전환점이었다고 느껴진다. 게다가 내가 만든 디자인이 매일 쓰고 있는 앱에 적용되는 모습을 실제로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이 참 좋다. 이래저래 힘들고 혼란스러웠던 역변의 시기를 잘 버텨낸 나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디자인 잘하고 싶다…

이번 팀에서 아주 오랜만에 도전적이다! 라는 느낌을 받았는데 여태까지 다녔던 곳 중에 가장 디자인적으로 높은 기대와 챌린지를 받아서 그런 것 같다. 사실 스타트업에 재직 중일 때도 그랬는데 나는 효율적으로 화면을 빨리 치는 데에 집중하는 스타일이었고, 비주얼적으로 이런저런 시도를 하거나 아이디어를 펼치는 데에는 항상 약한 타입이었다. 지금의 회사/팀에서는 한 발자국 더 나아간 시도와 디자인을 장려하고 추구하기 때문에, 여기에 맞춰 아웃풋을 내는 게 초반에는 적응이 잘 안 됐다.


그 와중에 슉슉 잘 해내는 팀원들을 보며, 속도에서도 퀄리티에서도 나는 한참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랜만에 ‘나만 빼고 다 잘한다’는 불안감도 느껴보고 중간에 의욕이 떨어지기도 했는데, 여러 고뇌의 시간을 거쳐 지금은 꽤 잘 적응한 것 같다. 그렇게 느낀 불안감과 기대감만큼 성장할 수 있었다는 생각도 든다. 비슷한 규모의 다른 회사에서 이 정도로 디자인에 대해 욕심을 부리고 고민해볼 수 있을까? 하면 그런 곳을 찾기 힘들다는 생각도 들고. 여러모로 아직도 서투른 면이 많고 내 자신에게 만족하지 못하지만,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을 정도로 작업을 더 잘하고 싶다.



운동을 열심히 했던 한 해

2021년은 그래도 비교적 운동을 열심히 했던 한 해였다. 일주일에 한 번씩 2시간 수업하는 바디 밸런스를 다니면서 한번으론 부족하다고 느껴 추가로 헬스장을 등록했다. 바디 밸런스에서 배운 기초와 자세는 헬스장에서 많은 도움이 되었고, 헬스장에서 보다 무거운 무게로 운동하면서 부족했던 운동량을 채울 수 있었다. 직장인의 체력과 시간으로는 주 3회 정도가 최대였지만 코로나로 쪘던 지방률이 오랜만에 정상 수치로 돌아와서 뿌듯함을 느꼈다.



JLPT 2급 합격

7월 즈음부터 연말까지 과외를 받으면서 JLPT 시험을 준비했다. 회사를 다니면서 주 2회 수업에 숙제까지 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는데, 업무 중에는 항상 컴퓨터만 보다 보니 오랜만에 종이와 펜으로 공부하는 게 재미있게 느껴졌다. 그렇게 N3와 N2 교재 2권을 끝내고 시험을 쳤고, 얼마 전에 나온 결과는 만족스러운 점수로 합격이었다! 일을 시작한 이후로는 시험이나 공부 같은 단어와 멀어진 지 오래였는데 업무와 전혀 상관없는 것을 / 열심히 공부해서 / 자격증의 형태로 따내는 것이 성취감이 컸다. 퇴근하고 나서 전혀 다른 일을 하는 것이 스트레스 관리나 집중력에도 오히려 도움이 되었던 것 같기도 하고…? 2022년에도 가능하다면 당장 쓸데는 없어도 관심 있는 분야의 공부를 하나쯤 해보고 싶다.



커리어리와 커피챗

커리어리는 각종 업계 사람들이 관심 있는 뉴스나 아티클을 공유하는 서비스이고, 커피챗은 원하는 회사/업계 사람과 20분 정도 1:1 음성미팅을 진행할 수 있는 서비스다. 커리어리는 매일 읽은 아티클을 TIL로 남기다가 혼자만 보는 것이 아까워 시작하게 된 것인데 2021년에 기념비적으로(?) 팔로워가 1만 명을 넘었다! 잘 보고 있다고 댓글을 남겨주시기도 하고 프로필을 통해 이런저런 제안을 받기도 하는데, 내 생각을 나누는 것이 나에게도 좋은 효과로 돌아온다는 것이 참 기분 좋고 보람차다. 덕분에 나도 더 좋은 아티클을 찾아 열심히 읽게 되고, 내가 읽었던 글들에 대한 생각을 글로 남기려고 노력하다 보니 스스로의 발전에도 선순환으로 작용하는 것 같다.


커피챗은 사실 스타벅스 상품권을 준다고 해서(…) 얼떨결에 파트너 등록을 하게 되었던 서비스다. 의외로 등록하자마자 커피챗 신청이 들어와서 어찌어찌하다 보니 거의 10번 정도의 커피챗을 진행했다. 사실 시니어라고 하기도 애매한 연차의 내가 도움이 될만한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하고 걱정이 많았는데… 후기에 다들 많은 도움이 되었다고 남겨주셔서 내 경험이 도움이 된다는 게 기뻤다. 사실 그동안 내가 누군가에게 조언할 깜냥이 안 된다고 생각했는데, 나의 작은 노력이 누군가에게는 큰 도움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처음으로 들었다. 가능하다면 나중에 나보다 더 주니어인 분들, 혹은 학생분들에게 이래저래 도움을 줄 수 있는 방식을 찾고 싶다.


챙기지 못한 것들

회사 일이 많이 바빠지면서 회사 외적으로 열심히 하던 일들을 조금 내려놓게 되었다. 대표적으로 글쓰기와 WWIT 업데이트가 있는데, 글은 2020년 회고 이후 1년 내내 거의 하나도 쓰지 못했고 WWIT는 3개월 이상 업데이트 못 한 적도 많았다. 회사 일을 따라가기도 바빠서 그렇다고는 하지만, 저 두 가지를 너무 놓아버린 것 같아서 올해에는 의식적으로 노력을 좀 해보려고 한다. (한편으로는 본업에서의 업무 만족도가 높아져서 분산되던 집중력이 한 곳으로 모인건가? 싶기도…)


바라는 것들 / 해보고 싶은 것들

2022년에는 하고 싶다고 생각만 하고 실천하지 못했던 것들을 좀 해보고 싶다. 3D 툴인 블렌더를 배워보고 싶고, 입시 이후로 해본 적이 없던 소묘나 수채화를 그려보고 싶다. 맨날 컴퓨터로만 작업하다 보니 실제 종이에 연필과 붓으로 무언가를 그려내던 감각이 유난히 그리워졌다.


또 내 얕은 개발지식의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 각 잡고 개발 공부(아마도 리액트?)를 해보고 싶다. WWIT에 추가하고 싶은 기능들이 많은데 jekyll의 한계로 인해 해보지 못한 것들이 많다.


업무적으로는 위에 썼듯이 내 디자인에 당당한 디자이너가 되고 싶다는 소망이 있다. 아직도 내 디자인에 자신이 없고 디자인에 대한 피드백을 기다릴 때 가슴이 두근두근 뛰곤 한다. 스스로를 충분히 설득할 수 있고, 그래서 남들에게도 자신 있게 내놓을 수 있는 디자인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


작년의 좋았던 점에 ‘해가 갈수록 나는 더 나은 사람이 되어가는 것 같고 그런 내가 점점 더 좋아진다. 지금이 너무 행복하다.’고 썼는데 정말 그렇다. 2022년에 드디어 30살이 되었는데, 나이 먹어서 아쉬운 감정이나 20대 초반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은 거의 안 들고 30대의 나날들이 기대되기만 한다. 개인적으로 대학교에 처음 입학했을 때, 또 학교를 졸업하고 처음 취직을 해야 했을 때가 가장 혼란스럽고 힘들었는데, 이제는 직장으로서도 6년 차를 맞아 어느 정도는 안정된 느낌이랄까? 2022년이 끝날 때쯤에 한 해를 돌아보면서 또 작년보다 더 좋아지고 행복했던 한 해라고 기억할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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