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일기
겨울이 되니 눈이 건조하다.
책상 위에도, 주머니 안에도, 손이 닿는 곳이라면 인공눈물을 두었다.
현대인 필수템. 전 세계 약국 스테디셀러, 인공눈물.
인공눈물은 엄밀히 내 눈물은 아니기에, 조금 비인간적인 물건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눈이 아프다. 과연 오랫동안 보았던 노트북 때문인 걸까,
물 한 방울 흘릴 힘 없이 말라버린 마음 때문인 걸까.
톡. 우산에 빗방울 떨어지듯 인공눈물 한 방울 넣는다.
잠시 소나기가 내리고 앞을 바라볼 촉촉함이 생긴다.
인간을 가장 인간답게 만드는 건, 어쩌면 눈물
식물이 삼투압 작용으로 물을 빨아들이고 내보내듯
우린 내면이 흔들리고 재조립될 때 눈물을 내보낸다.
눈물로 약해지고, 기억하고, 다시 본다.
그래서 각자의 세계는 눈물로 작아지고 눈물로 커진다.
나는 내가 매일 랜덤으로 울었으면 좋겠다.
길가의 민들레에서, 낯선 이의 뒷모습에서, 혹은 어이없는 이야기에서
모든 세상 순간에서 유치하게 잘 우는 사람이 꿈이다. 인공눈물 없이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