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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예감

by 노연석

여명이 드리운 아침 길. 찬 공기는 온몸을 감싸 안으며 채온을 떨구고 나도 모르게 발걸음을 재촉하게 된다.


아직 물들지 않은 풍경을 뛰어넘어 잠시 찾아온 듯한 손님은 너무 일찍 왔다는 것을 알고 있을까. 어쩌면 너무 일찍 온 것이 아니라 어느 해보다 더 추울 거라고 알려 주려 왔는지도 모르겠다.


오늘은 어떤 옷을 입어야 할까 하며 들여다본 날씨는 선택의 폭을 좁히고 목도리까지 꺼내게 만든다. 일찌감치 꺼내어 입은 패딩 잠바가 어색하지 않은 날씨. 사람들도 나와 같은 마음이다. 거리가 어느새 겨울로 가득 차 있다.


도로 위를 달리는 자동차의 배기구에서 피어나는 수증기의 색이 더 선명해졌다. 세상 모든 사물들에서 싸늘함이 느껴지고 손을 대면 쩍 달라붙을 것 같은 아찔한 생각이 스쳐 지난다.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몸이 자동으로 반응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린다. 찬 바람은 들이마시는 숨을 따라 코끝을 찡하게 만들며 비염 환자를 괴롭힌다. 덕분이 오늘도 하루 종일 훌쩍이는 하루가 될 것 같다


다시 싸늘해져 가는 계절에 아직 못다 한 것 많은 계절을 내놓는다. 이 계절을 바쁘게 살았다고 생각했는데 후회가 많은 것을 보면 그렇지 못했나 보다. 역시 늦었다고 생각할 때는 너무 늦었다. 망설이고 고민하다 아까운 시간들을 허무하게 보내 버렸다. 다음 계절의 앞에 서니 바보 같이 알아차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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