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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아수 Jan 04. 2023

ADHD가 두렵다? 주의력결핍 심리학자의 일기


집중력이란 참 신비한 존재다. 


지나치게 하나에 몰두해서 주의를 전환하지 못해도 주의집중의 문제가 되고, 이것저것 산만해져서 하나에 제대로 몰두하지 못해도 주의집중의 문제가 된다. 정말 피곤하지 않은가. 


검사를 하고 상담을 하다 보면, 많은 사람들이 ADHD에 관심을 가지는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동시에 두려움도 큰 것 같다. "우리 아이가 ADHD이면 어떡하지요?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나요?"


원래 확인되지 않고 모호한 것은 쉽게 두려움을 자극하는 법이다. ADHD도 우리 삶에 불명확하게 스며든 것 같다. 이름은 어느 정도 익숙한 질병이 되었는데, 그 실체까지 상세하게 퍼져나간 것은 아니라서 더 그렇다.







나는 ADHD를 앓았던 것으로 의심되는 심리학자다. 병에도 스펙트럼이 있다. 목감기를 예로 들자면 경미하게 기침만 하는 사람이 있고, 목이 완전히 쉬어버리고 침을 삼킬 때마다 통증이 심한 사람도 있다.


나는 비유하자면, 약간의 기침만 동반하여 생활에는 큰 문제가 없었다고 봐야 하겠다. 


우선, ADHD가 어떤 모습으로 나타나는지부터 이야기해야 하겠다. 모든 ADHD가 동일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아니다. ADHD에는 크게 두 갈래가 있다. 


하나, 주로 눈에 띄는 ADHD다. 


과격한 행동으로 지적을 받는 경우가 많다. 어떤 아이가 계속해서 자리에서 일어나고 가만히 있지 못하며 어딘가를 타고 올라가거나 기어오르고, 마구 뛰어다니며 에너지를 주체하지 못한다. 강제로 앉아있게 하면 몸을 꼼지락거린다. 


엄마, 아빠가 대화를 하고 있으면 나서서 말을 끊는다. 다른 사람이 하는 행동에 간섭하지 않고는 참을 수가 없다. 말수도 굉장히 많다. 친구들의 분위기나 마음에 대해서도 잘 이해하지 못하고, 밀거나 치는 방식으로 마찰이 생기는 경우도 많다. 


둘, 흔히 말하기로 조용한 ADHD라고 부르는 케이스다. 


행동으로 문제가 드러나질 않으니 주로 고학년이 되면서 학습 효율이 떨어져서 눈에 띈다. 한참을 앉아 있었는데 한 장 짜리 숙제를 반도 끝내질 못했다. 왜냐고 물으니 '멍 때렸다'라고 대답한다. 정리정돈도 잘 되지 않고, 물건도 잘 잃어버린다. 가방 안을 열어보면 엉망진창이다. 


모든 사람이 다르듯, ADHD의 모습도 이 둘로 딱 떨어지지는 않는다. 적당히 섞여있는 경우도 있다. 

그렇지만 나는 2번째 ADHD에 가까웠다. 그때는 물론 몰랐다. 









어머니가 지나가듯 그런 말씀을 하신 적이 있다. 


"며칠 준비물을 챙겨주지 않고 네가 스스로 하도록 내버려 두었더니, 학교에서 전화가 왔더라. 너에게 무슨 일이 생겼느냐고."


나는 그런 아이였다. 


학교에서 받은 가정통신문을 제대로 챙겨 온 적이 없고, 학교에 가지고 간 물건은 자연스럽게 두고 왔다. 신발주머니를 자주 잃어버렸다. 수업 시간에 가만히 앉아있기는 했으나, 잠깐 멍하니 있다 보면 시간이 그냥 흘러버렸다. 


좋아하는 건 시간이 가는 줄 모르고 몰입해서 주변 상황도 신경을 쓰지 못했지만, 관심이 없는 주제에는 제대로 집중하지를 못했다. 교과서에는 늘 낙서가 가득해서 글씨가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교과서의 '국어'라는 글씨를 '백원'으로 바꿔둔 채로 교실 아무 곳에나 던져두었다가, 담임 선생님께 붙들려 간 적도 있다. 


이런 모습은 성장하고 나이가 들면서 덜해졌다. 어른이 되고 심리학을 공부하며 알았다. 성장하면서 전두엽도 함께 발달하여 자연스럽게 나아지는 경우도 꽤 있음을. 나 역시 그런 케이스가 아니었을까? 


거기에 더해서, 스스로 이런 점에 대해 인지하면서 내가 흥미를 느끼는 것들을 적극적으로 찾았다. 나의 흥미 여부에 따라 집중의 차이가 심하다면, 내가 즐겁고 재미있는 것을 하면 더 잘할 수 있다는 마음으로. 학습법도 내가 몰두하고 재미있게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냈다.


심리학은 내가 가장 사랑한 학문이었다. 공부를 하면서 집중력에 대해서 부정적 피드백을 받아본 적이 없다. 지나치게 몰두해서 여태껏 빠져나오지 못하고 심리학의 세계에 살고 있기는 하지만.


일을 할 때는 늘 실수가 적은 편이었다. 어렸을 때 놓치거나 실수하는 일을 만들지 않으려고 여러 번 확인하는 습관이 형성되어 지금까지 남아있는 덕분이었다.


빌게이츠 역시 ADHD를 앓았다고 한다. 그는 적극적으로 치료를 받았고, 동시에 그 충동성과 호기심을 성공의 열쇠 중 하나로 활용한 것 같다. 


세상 모든 것에는 양면이 있다고 한다. 우리가 다른 한 면을 발견했느냐, 하지 못했느냐의 차이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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