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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y Mar 02. 2024

맥북에 대하여

자질구레 에세이 1

나는 이 글을 애플의 맥북 프로로 쓰고 있다. 사실 1년 반 전쯤에 맥북을 살 때만 해도 "ios 앱 개발 공부를 할 것이다"라는 뚜렷한 목적이 있었지만 그 후로 ios 앱 개발 공부는 거의 하지 않았다. 사실 나는 맥북 프로의 사양을 필요로 하는 다른 프로그램들도 딱히 사용하지 않고 있다. 이 맥북으로 내가 하는 것이라 봤자 웹 서핑과 Zoom 회의 참석, 유튜브 보기, 지금처럼 문서 작성 등이다. 이 작업들은 사실 내가 이전에 쓰고 있던 LG gram으로도 충분히 할 수 있던 작업들이다. 이처럼 맥북으로 하는 일만 본다면, 나는 맥북의 사양을 분명 낭비하고 있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맥북의 사양이 나에게 너무 과도하다는 이유로 맥북 구매를 후회한 적은 별로 없다. 사양이 부족한 것은 큰 후회의 원인이 되지만, 사양이 넘치는 것은 큰 후회의 원인이 되지는 않는 것 같다. 맥북 구매를 후회했던 때는 축구게임을 하고 싶을 때였다. 게임을 거의 하지 않는 나지만 가끔 축구 게임은 하고 싶을 때가 있다. 그런데 맥북에서 축구게임, 그러니까 선수를 직접 조작해서 플레이하는 축구게임을 할 수 있는 선택지는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FC온라인, 피파 24 등이 맥 OS를 지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언젠가 xbox의 클라우드 게임으로 피파 24를 시도해 본 적이 있다. 클라우드 게임은 원격 서버에서 게임 프로그램이 돌아가고 나는 그 화면만 스트리밍 받는 방식이기 때문에, 내 컴퓨터 운영체제와 상관없이 게임을 즐길 수 있다. 하지만 클라우드 게임은 아직 게임을 플레이하기에 충분히 매끄러운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지 못한다고 느껴졌다. 그래서 금방 그만두게 되었다. 이 때도 클라우드 게임 이용권 4개월치를 구매했었는데, 하루만 시도해 보고 다시는 하지 않았다. 이것은 아마 작년의 나의 소비 중 가장 비효율적인 소비 중에 하나일 것이다.   

축구게임을 못한다는 것 이외에도 맥북의 불편함 들은 생각보다 꽤 많다. 일단은 키보드 키 배치부터 우리가 익숙한 키보드의 키배치와는 조금 다르다. command, option 키 등 새로운 키 활용법을 익혀야 하고, 키의 위치가 다르기도 하다. 지금에야 익숙해졌지만, 처음 적응하는 단계에서는 "통일 좀 하지!"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또한 윈도 OS에서는 자연스럽게 되던 화면 분할 등도 기본으로 지원하지 않아서, 따로 프로그램을 설치해서 사용해야 한다.  

물론 맥북의 좋은 점도 많다. 맥북을 사기 전에는 전혀 예측하지 못했던 사실인데, 나는 맥북 키보드의 키감을 좋아한다. 가볍고 경쾌하게 눌리면서도 적당히 탄성이 있는 키감이다. 맥북을 산 후 블루투스 키보드를 한동안 쓴 적이 있는데, 몇 달 쓰다가 맥북의 키감이 더 좋은 것 같아 블루투스 키보드를 당근에 팔아버렸다. 

그리고 나는 아이폰을 쓰고 있기 때문에, 아이폰과 맥북 간에 AirDrop으로 파일을 옮길 때 꽤 편리하다. 사실 연동성의 다른 사례들도 많겠지만, 나는 딱히 잘 활용하지 못하는 사람이다. 또한 맥 OS는 확실히 윈도 OS에 비해 빠릿빠릿하다. 부팅 속도부터 차이가 많이 난다. 내 맥북의 부팅 속도는 10초도 안 되는 것 같다. 그리고 맥북은 기본 사양이 좋다 보니, 어떤 프로그램을 돌리든 버벅거리는 현상을 경험한 적이 거의 없었던 것 같다. 그리고 맥북의 트랙패드는 익숙해지면 마우스를 사용하지 않아도 쾌적하고 편하게 화면을 조작하는데 충분하다. 아, 그리고 맥북 프로만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한번 충전하면 배터리가 다른 노트북과 비교하면 정말 오래간다. 맥북 디스플레이의 화질과 스피커 음질 또한 꽤 만족스럽다. 

이렇게 맥북의 장점을 쓰다 보니 맥북 사양이 나에게는 과함에도 불구하고, 내가 왜 맥북 구매를 그다지 후회하지 않는지 알 것 같다. 사람들이 익숙한 표준에서 벗어났음에도 엄청나게 팔리고 있는 것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여러 면에서 만족을 주는 기기임은 분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애플병"을 이유로 맥북 구매를 희망하는 사람에게 강렬하게 구매를 권하고 싶지는 않다. 맥북은 확실히 윈도 OS에 비해 제약이 많다. 내가 당연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안 될 가능성이 없지 않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가격이 사악하다. 어떤 기기든지 그렇지만, 맥북은 사용할 목적이 뚜렷할 때 더욱 빛을 발하는 기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아무리 이렇게 말해도, "애플병"에 걸린 사람들은 어떻게든 맥북을 살 이유를 찾아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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