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회사를 혼자 다닌다. 사람은 정서가 맞아야 친해질 수 있는데 나는 아직 나와 맞는 사람을 찾지 못했다. 그렇다고 사람을 싫어하는 건 아니다. 싫은 사람 한 두 명은 있지만 그 외에는 그냥 회사사람이라고 생각하고 다니고 있다. 그런데 다른 사람들은 나와 다른 것 같다. 친해지려 노력하고 무리를 이룬다. 이 무리에서 나만 다른 부서 사람 같다. 그래서 마음에 안 드는 게 있어도 얘기를 못하겠다. 얘기해도 나만 이상한 사람으로 만들어질 것 같아서.
그래서 계속 마인드 컨트롤 했다. 나는 회사에 돈 벌으려고 온 거다. 내 일만 하고 다른 건 신경 쓰지 말자. 다른 사람일에 신경 끄자. 그렇게 혼자 잘 지내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작은 일을 계기로 내가 얼마나 불안해하고 있는지 알게 됐다.
시작은 이랬다. 나와 몇몇의 팀원들이 동일한 내용의 프로젝트를 개별로 진행하게 되었다. 내용은 같고 품목만 달랐기에 계획서는 한 명만 써도 된다는 의견이 나왔다. 나는 당시 시간적 여유가 있었기에 자청해서 내가 다른 팀원들의 내용을 축합 하여 계획서를 작성하기로 하였다.
나는 간단하게 계획서 틀을 작성하고 내용만 축합 해주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 동료들의 생각은 달랐나 보다. 결정권이 없는 나에게 프로젝트 진행 중간중간 어떻게 진행해야 하는지 물었고, 사실은 나에게 물어본 게 아니라 해당 내용을 팀장님에게 확정받아 달라는 일종의 요청이었다. 또 그들은 품목만 전달하고 내용은 채워오지 않아서 사실 축합했다기보다 내가 전부 일일이 찾아서 작성해줘야 했다. 그러고도 품목을 계속 변경하여 수정이 끝이 없었다.
나는 단순하게 내용을 축합 해주는 역할을 생각했는데, 계속되는 동료들의 요청에 짜증이 났다. 그래서 업무의 선을 그어줬다. 내용 중 애매한 부분은 제가 결정권이 없으니 팀장님께 여쭤보고 결정하셔서 알려주시고 하나 바뀔 때마다 구두로 얘기해 주시면 체크하기 어려우니 수정할 내용을 한 번에 정리해서 엑셀이나 워드로 전달 부탁드린다고.
그런데 나의 선긋기가 기분 나빴나 보다. 같이 식사하러 가는 후배가 평소와 달리 나와 거리를 두며 나를 피하는 모습을 확인했다. 우리 팀 중 그나마 친근하게 대해주던 친구가 나를 외면하는 것 같아 식사하는 내내 계속 신경 쓰이고 불안하더라. 이미 혼자인데, 친한 것도 아니고 나를 위해주던 사람도 아닌데 그 별거 아닌 작의 호의가 사라지는 것에도 나는 무척이나 초조하고 불안해했다.
이성적으로 생각해 보면 내가 잘못한 건 없었다. 그리고 의미 있는 관계도, 사람도 아니다. 그런데 나는 그게 신경 쓰이더라. 나에게 중요한 일이더라. 이미 나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 나를 더 안 좋아하는 것마저도 나에게는 힘든 일이었다.
혼자 회사를 다니는 것 , 집단에서 소외감을 느끼는 것 모두 힘든 일이다. 실제로 이 회사에서 일하는 동안 내 몸은 몹시 망가졌다. 약 없이는 식사를 하기 어려울 정도로. 사람은 어쩔 수 없는 사회적 동물인가 보다. 혼자서는 살아갈 수가 없다. 혼자 살아가고자 해도 무리 안에 나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없으면 오히려 더 혼자 살아가기가 어렵다. 작은 일에도 크게 걱정되기 때문이다.
지금은 이런 감정을 대하는 게 어렵다. 아프고 쓰리다. 언젠가 내가 조금 더 어른스러워진다면 그때는 이런 나를 잘 보듬어주기를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