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자발적아싸 Dec 21. 2022

우리 회사에 답답한 사람이 있어

정치 싫은데 

이번주 주말은 일과 육아에 지친 나와 아내가 어머니께 아이를 맡기기 위해 어머니 댁에서 보내기로 했다. 늦은 저녁 아직 분가하지 않은 형이 술을 먹고 들어왔고 형과 나는 잠깐 얘기했다. 형은 내가 회사사람들과 관계가 어렵고 혼자 다녀서 힘들다는 얘기를 듣고는 형네 회사 사람에 대해 얘기하기 시작했다. 우리 회사에 참 답답한 사람이 있어. 사람은 착하고 선한데 사람 마음을 잘 몰라. 얘기를 들어 보니 형이 일하는 프리랜서 팀이 있는데, 이 팀을 관리하는 PM(본사직원)이 자꾸 자리를 비운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근태가 무너지기 시작했는데 이 팀의 두 번째 직급자가 항상 퇴근을 종용하시는 것 같았다. 오늘 PM 없는데 3시에 퇴근하는 거 어때? 이 얘기에 그 위의 부장님도 반대하지 않고 아래 직원들도 반겨하는 분위기인데 형이 답답하다고 얘기한 과장만 반대한다는 얘기였다. 저희 조금 일찍 간다고 대단히 빨리 가는 것도 아닌데 괜히 욕먹는 것보다 계약시간을 엄수하는 게 좋지 않을까요?라고 얘기하는데 이게 참 답답하다는 얘기였다. 


이 얘기를 듣고는 찔렸다. 딱 나 같은 사람이라. (내가 그래서 왕따인가?) 나는 그게 맞는 거 아니야?라고 얘기했다. 


형은 대답했다. 다른 사람들이 한쪽으로 갈 때 내가 싫어도 그쪽으로 가야 돼. 대세가 생기면 따르고 거기서 자신의 의견을 약간만 적용해야지 안 그러면 눈치 없는 놈 되는 거야. 나는 그런 경우 오늘 제가 약속이 있어서 4시까지는 해야 될 것 같아요. 4시가 돼서 사람들이 다시 가자고 그러면 오늘 만나기로 한 친구가 좀 늦는다고 하네요 5시까지는 해야 할 것 같아요 먼저 가세요. 5시가 돼서 또 가자고 하면 아 저는 10분만 더 하면 이 일이 끝날 것 같은데 괜찮으시면 5시 10분에 같이 가시겠어요?라고 얘기하면 결국 다 같이 5시 10분에 가게 된다는 것이다. 형의 얘기는 다른 사람을 반대하지 않으면서도 내 뜻을 반영할 수 있게 해야 된다는 얘기였다. 


형이 뒤에 붙여 얘기했다. 나는 담배도 안 피우는데 사람들이 같이 담배 피우러 가자고 얘기하면 꼭 같이 가. 같이 가자고 한 사람도 담배 피우러(쉬러) 혼자 가기 민망하니까 데려가는 거고 나도 다른 사람들에게 나 이 사람과 친분이 있어(나도 무리가 있는 사람이야)라는 식의 메시지를 줄 수 있으니 친해서 같이 다니는 것 같아도 결국필요해서 친하게 지내는 거야. 


형의 얘기를 듣고 있자니 머리가 아파왔다. 이렇게 살면 이것저것 생각해야 하고 사람 대할 때 생각이 많아질 것 같아 '나는 그냥 정치는 싫다' 하고 얘기했다. 그랬더니 형이 대답했다. '네가 싫어도 네가 사는 세상에 존재하는 거야'. 맞는 소리를 해도 너를 지지하는 세력이 없으면 힘이 없다면, 실력으로 다른 사람을 누를 수 있는 정도가 아니라면 정치도 회사생활에 필수라고 얘기해 줬다. 회사를 혼자 다녀서 힘들어하는 내게 도움을 주고 싶었다보다.  


내 소신을 지키며 살아온 삶에 후회는 없지만 형의 얘기가 내 마음속을 계속 맴도는 이유는 내가 소신을 지키며 사는 게 힘들기 때문일 것이다. 나라고 혼자 살아가는 게 쉽고 좋아서 혼자 살아가겠나. 삶의 태도가 변해야 버틸 수 있을 것 같다. 이대로 계속 맞으면 나는 금방 쓰러질 것만 같다. 네가 싫어도 정치는 네가 사는 세상에 실존한다는 형의 말이 내 머릿속을 맴돈다. 

작가의 이전글 혼자 다니는 나도 다른 사람이 신경 쓰이더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