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만 알면 인생 모든 문제를 해결한다?
내가 좋아하는 무협지를 보면 대체로 주인공이 기연을 얻는다. 깨달음을 얻어 경지를 돌파한다. 세계관 최강자가 된다. 죽여 마땅한 나쁜 놈들에게 똑같은 방법으로 되갚아 준다. 요약하면 단번에 큰 힘을 얻은 주인공이 시원하게 참교육하는 내용이다.
소설 속에서는 주인공이 세계관 최강자가 되는 과정을 고작 글 몇 줄 혹은 전체 분량의 천분의 일 정도의 분량으로 표현한다. 그래서 쉽게 얻은 것처럼 느껴졌다. 깨닫는 순간 엄청나게 강해진다. 나도 소설 속 주인공처럼 깨달음을 얻어 한순간에 강해지고 싶었다. 내가 강해져서 내가 해야 하는 일들을 어렵지 않게, 불안해하지 않으며 하고 싶었다. 무엇 때문인지는 모르지만 나는 괴롭고 힘들 때가 너무 많았고 내가 봐도 내가 너무 여리고 나약해서 앞으로도 항상 불안해하며 살아갈 것 같았다.
삶을 관통하는 참된 진리가 있다고 생각했다. 마치 그것만 얻으면 다른 사소한 문제들은 알아서 해결될 것 같았고, 그 깨달음만 얻으면 모든 것이 해결될 것 같았다. 나는 그런 능력을 얻는다면 더 이상 불안하지 않고 평안할 것 같았다. 그런 큰 깨달음에 대한 환상이 나에게는 있었다. 그래서 계속 그런 걸 찾았던 것 같다.
하지만 내가 찾은 진리는 내가 허상을 쫓고 있었다는 것이다. 깨달음은 이런 거다. 운동으로 치면 내가 운동을 배울 때 어떤 동작의 의미와 방식을 확실히 알게 되면 그것은 깨달은 것이다. 그런데 한 동작에 대해 깨달았다고 해서 그 운동 전체를 잘하게 되지 않고 한 동작만 잘 알게 된다. 어떤 운동에 대해 많이 알았다고 해서 그 운동에서 1등 하게 되고 그렇지는 않다. 그 동작을 이해한 것은 내가 모르던 것에 닿아 그것을 알은 것이지, 운동은 결국 동작이 몸에 익어야 하듯 깨달음도 알게 된 것이 체득될 때 내 것이 되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인생에 대한 깨달음도 결국은 실천에 옮기는 것만이 내 것이 되는 것이다. 한 번에 되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이제 로또 같은 깨달음은 찾지 않으련다. 대신 성실하고 정직하게 문제를 직면하고, 내 능력만큼만 보상받으며 설령 그것이 보잘것없고 작더라도 내가 받은 보상에 어떤 불만도 갖지 않기를, 그런 책임감으로 살아가기를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