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발적 왕따도 힘들다
회사에서 친한 사람 한 명 꼽아봐라 하면 음.... 없네? 회사에서 나를 좋아하는 사람 꼽아봐라 하면 음.... 생각나지 않아. 회사에서 나를 싫어하는 사람 생각해봐 하면 음..... 몇 명 떠오르는데?
나는 자발적? 타의적 왕따다 회사에서 왕따로 지내보니 참 힘든 게 몇 가지 있다.
1. 소외감이 시도 때도 없이 몰려온다. 팀 내에 두 무리가 있고 그 어느 무리에도 속해있지 않은 나는 그들끼리 모여서 술 먹자고 하는 얘기, 다음날 술 먹고 와서 하는 얘기들을 듣고 있으면 내가 내 자리에서 일하다가도 자리를 피해 줘야 할 것 같고. 내가 있으면 안 될 자리에 있는 것 같이 느껴져서 우울해지곤 한다.
2. 나를 일부러 배척하나? 피해의식이 생긴다. 아이가 아파 갑작스레 연차를 사용했다. 우리 팀은 가끔 법카로 커피를 사주곤 하는데 내가 연차를 낸 날에 법카로 커피를 사준건 우연인지 고의인지.... 사실 별거 아닌데 이런 피해의식이 생기는 게 점점 내가 이상해지는 것 같다.
3. 나를 싫어하는 사람도 있고 좋아하는 사람도 있을 텐데 나를 싫어하는 사람이 있는 무리의 사람들은 다 나를 싫어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 때가 있다. 나는 욕먹는 걸 싫어해서 사람들에게 피해 주는 일은 없는데, 그들의 시선이 안 좋게 느껴지는 것은 기분 탓인지 아니면 사실인지 알 수가 없다.
전에 유퀴즈를 보다가 영화평론가 이동진이 나와서 그런 얘기를 했다. 사람이 회사를 그만둘 때에는 인력과 척력이 있다. 인력은 나를 당기는 어떤 다른 일이 있어 그만둘 때, 척력은 이 회사가 나를 밀어낼 때. 자신은 척력에 의해서 나오게 되었다고 얘기를 하시는데 나 역시 이런 척력을 느끼고 있다. 이런 척력을 느낀 지 오래되었는데 이런 척력을 몇 년 동안이나 버틴 내가 대견하기도 하고 이제는 그만둘 때가 되지 않았나 매일 생각한다.
5년이나 다녔는데 이 장소가 여전히 나의 일부로 느껴지지 않는다. 처음 왔을 때처럼 나는 이방인 같고 방문자 같다. 오히려 나보다 늦게 입사한 사람들이 기존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을 보면 더 서글퍼진다. 뭐가 되었든 이곳은 내 장소가 아닌 것 같다. 언젠가 내가 편하게 지낼 수 있는 곳에서 일하고 있기를 기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