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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발적아싸 Sep 27. 2023

'목소리'까지 꾸미고 자빠졌네

코노에서 혼자 노래 부르기

나는 원래 말도 많고 내가 통제권을 잡아야 신나는데 그렇게 살지 못하고 있다. 이미지 관리 한다고 말 많이 안 하고. 내 친한 친구들 외에 모든 모임에서 아웃사이더라 통제권도 잡을 수가 없다. 그러니 어딜 가도 자리 나 지키고 있는 수준이고 재미도 없다. 


집에서도 주 양육자는 아내이기 때문에 집에서의 일은 대부분 아내가 결정한다. 요새 아빠들은 집에서 영 힘이 없다. 그러니 회사에서도 집에서도 신날일이 많지 않았다. 친한 사람이 별로 없다 보니 불만이나 일상에 대해 얘기할 사람이 없었다. 아내에게 회사에서 있었던 일을 간략하게 얘기하는 게 내가 하루 동안 하는 말의 전부였다. 


그렇게 살다 보니까 마음에 병이 들었다. 마음에 병이 드니 몸도 아파졌다. 아파서 결국 회사를 그만두게 됐다. 아프니까 몸이 낫기 위해, 마음을 치료하기 위해 책을 읽었다. 책에서는 마음이 낫기 위해서는 그때그때 말이나 노래로 감정배출하기, 능동적 여가활동하기가 도움이 될 거라고 했다. 


그래서 시내에 나가면 코노에 가기 시작했다. 노래방에 가면 나는 2가지 목소리를 쓴다. 하나는 내 원래 목소리 하나는 내가 꾸며낸 목소리다. 내 목소리로 노래하니까 멋이 없어서 더 듣기 좋은 목소리로 꾸며 부르기 시작한 게 후자의 목소리다. 보통은 노래할 때 후자의 목소리를 쓴다.


아내는 오빠 목소리는 평소보다 전화할 때 더 좋고 노래할 땐 전화할 때 보다 훨씬 좋아라고 얘기했었다. 그 정도로 차이가 나나 보다. 


코노에 가고 유튜브 쇼츠에서 팁을 얻어 노래 연습을 시작했다. 그런데 연습을 해보니 꾸며낸 목소리는 본래 목소리보다 더 낮은음이 났다.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안 그래도 잘 못하는 노래를 목소리까지 꾸미면서 하려니까 전혀 되지 않았다. 문득 이제는 외모, 이미지도 모자라서 목소리까지 꾸미고 자빠졌네 하는 생각이 들었다. 


기가 찼다. 내가 평소에 나를 얼마나 습관적으로 꾸며대며 살았는지 느껴졌다. 잘나 보이려고 얼마나 꾸며댔는지... 참 내가 봐도 내 인생이 기가 찼다. 그런 생각이 들자 목소리를 꾸미기 싫어졌다. 그래서 그냥 내 원래 목소리로 불렀다. 부르기가 편해졌다. 전보다 훨씬 편하고 고음도 잘 올라간다. 


듣다 보니 내 원래 목소리도 나쁘지 않다. 그냥 내가 좋아하는 거나 열심히 하고 살걸, 평생 나를 꾸며대는데만 에너지를 써서 실제로는 잘나지도 못하고, 내가 뭘 좋아하는지도 모르는구나. 지나간 시간이 너무 아깝다. 이제 라도 그만해야지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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