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각자의 세상이 있다.
잠들기 전 방에서 아내와 TV를 보고 있었는데 아내가 자기도 모르게 방귀를 뀌었다. 이게 무슨 소리야! 나는 신이 나서 아내를 놀렸다. 아내는 엄청 부끄러워하면서 너~ 나 놀렸어? 넌 맨날 뀌잖아 흥. 하며 응대한다. 아내가 이렇게 부끄러워하는 이유는 결혼 5년 차인 지금도 방귀를 트지 않았기 때문이다.
신혼 초 아내가 서로 방귀를 트지 않았으면 한다고 해서 나도 방귀를 참았었다. 오래된 장 트러블러인 내게 방귀 참기는 너무 고통스러운 일이었다. 언젠가부터 몰래 뀌기 시작하다가 결국에는 나 혼자 방귀를 터 버렸다. 아내는 더 이상 내게 잘 보이고 싶지 않은 거냐며 서운해했지만 사실 잘 보이고 싶은 보다 배 안 아프게 살고 싶은 마음이 더 컸다.
그 뒤로 나는 편하게 방귀를 텄고 아내는 그런 나를 매번 신나게 놀렸다. 아내가 자기도 모르게 방귀를 뀐 건 굉장히 드문 일이었다. 엄청 부끄러워하는 아내에게 내가 얘기했다. 자기도 편하게 뀌어 어차피 자기 잘 때는 뿡뿡빵빵 막 뀌는 거 오빠도 다 봤어 ㅋㅋ 편하게 해 편하게 나는 여자가 방귀 뀐다고 여자로서 매력이 떨어져 보이진 않더라. 아내는 그래도 방귀는 못 트겠단다.
나는 잘 때 자기 방귀 뀌는 거 보면 귀엽던데? 뮤지컬 배우 김소현인가? 그 사람도 남편한테 쌩얼 안 보여준다며 ~ 그 사람도 남편보다 먼저 잠들면 남편이 쌩얼 봤을걸? 쌩얼 보고 귀여워 생각했을 거야. 아내는 그 사람이 쌩얼 안 보여 주는 건 다 이유가 있을 거야. 전에 남자친구가 쌩얼 보고 헤어지자고 했다던가 하는. 내가 그런 사람 만나서 결혼하면 안 됐지. 생얼도 좋아해 주는 사람을 만나서 결혼해야지 결혼 전에 다 보여주고 확인했었어야지 하니, 아내는 사람이 그러는 데는 다 이유가 있는 거라며 존중해 주라고 한마디 했다.
나는 아내를 안아주면서 얘기했다. 자기 우리 아들 낳고 살 많이 쪄서 스트레스 많이 받아하잖아? 내 눈에는 자기가 이쁜데 살쪄서 안 이쁠까 봐 걱정하고, 방귀 뀌어도 이쁜데 그게 안 좋아 보일까 봐 걱정하고 이런 건 내가 싫어하는 게 아니야. 자기 마음속에서 내가 싫어할까 봐 걱정하는 거지. 현실을 살아~ 현실은 다 이뻐.
하며 말해줬는데, 순간 현실을 살라는 내 말에 나는 그렇게 살고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늘 다른 사람이 내 행동에 불쾌해할까 봐 걱정하고, 불쾌해하는 것 같아 낙담하고, 좋은 관계를 쌓을 수 없을 것 같아 미리 관계를 포기하는 나는 과연 현실을 살고 있었나? 현실이 아닌 내 걱정을 보고 살고 있지 않았나 하는 의문이 들었다. 나도 현실을 살고 있지 않았다. 아내에게 말했듯 내게도 말해주고 싶다. 걱정 가득한 머릿속 세상이 아닌 현실을 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