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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발적아싸 Oct 06. 2023

아내는 느긋하게 빠르다.

조급하지도 다급하지도 않지만 빠르다. 

아내와 같이 빨래를 갰다. 아내는 TV를 보면서 하나씩 느긋하게 갠다. 그런데 굉장히 빠르다. 나는 TV도 안 보고 집중해서 하는데, 아내가 더 빠르다. 신기하다 어떻게 저렇게 빠를까? 심지어 내가 갠 빨래보다 더 반듯하게 접혀있다. 놀랍다.


아내는 늘 빠르다. 상황판단도 빠르고 일처리도 빠르고 꼼꼼하고 정확하다. 그러나 느긋하다. 조급하거나, 다급하게 움직이지 않는다. 빨리 하려고 하지도 않는데 어떻게 저렇게 빠를까? 신기하다. 


나는 무슨 일을 할 때 굉장히 의욕적으로 하는 스타일이다. 무슨 일을 해도 이거 집중해서 빨리 해치우고 쉬자는 생각으로 온몸에 잔뜩 힘을 주고 일한다. 일이 끝날 때까지 다른 곳에 눈 돌리지도 않는다. 지금 하고 있는 일만 생각하고 여기에 모든 에너지를 쏟는다. 신기한 건 그렇게 해도 아내보다 느리고, 결과물도 아내보다 꼼꼼하지 못하다. 


궁금했다. 아내의 비결은 무엇인지 그래서 나랑 무엇이 다른지 관찰해 봤다. 관찰 결과 아내는 나와 달랐다.

나는 일을 시작하기 전에 동기부여부터 한다. 하기 싫은 나를 설득하고, 일을 시작하는 데까지 시간과 에너지가 소모된다. 드디어 시작하면 온몸에 잔뜩 힘을 주고 일한다. 내가 한 일에 대해 좋은 평가를 받고 싶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내는 '그냥 한다' 할 일이 있으면 바로 시작하고, 일하면서 잘해야겠다 생각도 안 하고 다른 잡생각도 안 한다. 그냥 기계적으로 일을 한다. 


그냥 한다는 말에 문득 김연아 선수의 인터뷰 장면이 떠오른다. 김연아 선수에게  '스트레칭을 무슨 생각하면서 하세요?' 질문하니 '무슨 생각을 해.... 그냥 하는 거지.... '하며 답하는 걸 본 적이 있다.  

김연아 선수 인터뷰 중

뛰어난 성취를 하는 사람들은 동기부여에 쓸데없이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나 보다. 동기부여 할 시간에 "행동"을 하는 듯하다. 이게 나와 다른 점이었다. 


일을 잘하려면 그리고 덜 지치려면 일을 '그냥' 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제 나도 아내처럼 

'그냥' 하기를 연습해 볼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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