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들이 왜 귀찮다고 얘기하셨는지 알 것 같아.
나는 1년에 3번정도 친구들을 만날 수 있다. 나도 친구들도 회사에 육아에 바쁘기 때문이다. 오랜만에 만난 우리는 끊임없이 떠들었다. 그러다 친구 하나가 얘기했다. 작은 아버님께서 지난 달 돌아가셨다고.
작은 아버님께서는 대기업 생산직에 근무하셨는데, 돈도 적지 않게 벌어 놓으셨고, 건강하셨는데 정년퇴임 후집에서도 눈치가 보이고, 할 일이 없으니 우울증을 앓으셨다고, 속상한 마음에 매일 술을 드셨는데 알콜 중독에 뇌출혈이 생겨서 돌아가셨다고.
나는 얘기했다. 우리는 너무 '역할'로 살아가는 것 같아. 만약 개인으로 살아가셨다면 퇴임 후에도 개인적으로 좋아하시던 일을 하면서 살아가셨을텐데....
다른 친구가 얘기했다. 그러게 요새는 이상하게 다 재미가 없더라. 동호회를 나갈 만큼 좋아하던 운동도 재미가 없고, 매일하던 게임도 이제는 친구들과 같이 안하면 재미 없어서 못하겠고, 뭔가 애써서 하고 싶을만큼 재밌는게 없네. 이게 나이 먹는건가?
나는 대답했다. 맞아. 왜 옛날에 어른들이 심심해, 재미없어 얘기하실 때 이런걸 해보세요 하고 말씀드리면, 귀찮아... 얘기하셨는지 이해가 돼. 이전만큼 재미있지가 않으니까 그 노력을 들여가면서 하고 싶지가 않은거야.
이 얘기는 이렇게 끝났다. 그러고 종일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고 집에와서 쉬던 중 갑자기 이 주제에가 생각 났다. 우리는 다른 문제가 사소해 질 만큼 '우리 얘기'가 중요해 졌구나.
이전에 영화를 보면 재미있었는데, 영화를 보며 느껴지는 감정보다 내 삶에서 느껴지는 감정들이 더 풍부해졌고, 영화에서 일어나는 일보다 내게 주어진 사건들이 더 드라마틱하게 느껴지고, 이전에는 걱정없이 즐겼던 취미 생활이 내 삶의 문제들 (직장, 가정, 가족)에 대한 염려와, 해결이 더 중요해졌기 때문에, 이제는 가벼운 마음으로 취미에 집중 할 수 없게 됐구나.
그래서 우리는 이제 '내 얘기'를 하고 싶어졌나보다. 나는 영화보다 게임보다 더 중요한 '내 얘기'를 마음껏 하고 싶은것 같다. 이런 얘기를 할 데가 없으니까. 직장에서도 가정에서도 어떤 역할과 맞닿아 있는 곳에서는 편히 얘기할 수가 없으니까. 그래서 우리는 친구를 만나고 서로 '내 얘기'를 하고 싶은가보다. 여기선 편하게 '내 얘기'를 할 수 있으니까. 그래서 우리는 끊임없이 떠들어댔던 것 같다. 그동안 토해내고 싶던 진짜를 토해내면서.
p.s 친구들아 3번말고 6번 보고싶다 ㅋㅋㅋ 자주 못봐서 미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