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생활은 업무 능력보다 이것.

일보다 뿌리내리기.

10개월의 휴식 끝에 새 직장에 들어갔다. 새 직장은 매출 규모는 크지만 회사 인원은 적은 회사였고, 사무실도 작았다. 사무실이 작다 보니 총괄전무님도 별도의 임원실이 없어 우리와 같은 사무실을 사용했다. 

그러다 보니 전무님의 일상이 다 보였다. 외부 인원, 내부 인원과 회의를 하고 전화를 하는 게 다 들렸고 

전무님이 어떤 분인지 조금씩 알게 되었다. 

이전의 직장생활을 생각해 보면 임원은 해당 분야에 지식이 깊고, 문서나 체계에 능숙한 사람들이었는데, 지금 전무님은 문서에도, 업무에도 지식이 깊거나 체계를 잘 잡는 분이 아니었다. 되려 잘 모르면서 큰소리치는 경우가 많았고, 직원이나 협력업체를 윽박지르는 경우가 많았다. 그리고 직원들이 무능하다고 늘 말하며, 자신이 하나부터 열까지 챙겨줘야 한다. 나는 다 알고 있다. 등의 말을 자주 하셨다. 

내가 보기에 전무는 개입하지 않아야 할 일들에 개입해서 팀장들을 무능하게 만들고 있었고, 

현장의 목소리를 회사에 반영시키지 않아 회사가 근본적으로 개선되지 않게 만드는 인물이었다. 

그런 전무를 보면서 생각했다. 어쩌면 회사는 일을 하러 오는 곳이 아닐 수도 있겠구나. 

회사는 해야 하는 일이 있고, 그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에게 그 자리를 준다고 생각해 왔다. 

즉 내 기준에서 회사 생활에서 포인트는 '업무능력'이었다. 

그런데 회사생활을 하면 할수록 업무능력이 좋은 사람이 회사에서 인정받는다 생각이 들지 않는다. 

바로 전무 같은 사람들 때문이다. 

어쩌면 회사는 자리 잡을 줄 아는 사람에게 그 자리를 주는 게 아닐까? 

임원이던 팀장이던 꼭 능력이 있는 사람이 아니라 아부를 하든, 밑의 직원을 괴롭히든, 큰 소리를 치든, 

무조건 자기주장을 관철시키든, 어떤 식으로든지 

자기 자리를 만들 줄 아는 사람에게 그 자리를 주는 게 아닐까 싶다. 

어쩌면 우리가 회사에서 해야 할 것은 일보다 회사에 내 자리를 만드는 게 아닐까? 

동료들 사이에 나의 자리를 만드는 일. 그게 직장 생활에 본질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