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시선에서 삶을 이야기하다.
나는 뇌병변 5급, 마흔한 살의 장애인이다. 대학교에서 사회복지학을 전공했고, 대학원에서는 가족치료학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현재는 장애인 복지시설에서 근무하고 있는 18년 차 사회복지사로, 쌍둥이를 기르는 엄마이기도 하다. 오래전부터 사람들에게 장애인이자 엄마로 사는 나의 이야기와 장애인 사회복지사가 바라보는 사회복지 현장에 대해 알리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나는 태어날 때부터 장애인이었다. 고모 말로는 엄마가 나를 임신했을 때 제대로 먹지도 않고 입덧 때문에 콜라만 마셔서 내가 장애인이 되었다고 하는데, 엄마의 말은 달랐다. 태어난 직후 내가 경기驚氣를 심하게 했는데 그 뒤로 장애인이 되었다는 것이 엄마의 설명이다. 누구의 말이 맞는지는 지금까지도 알 수 없다. 그 당시 아빠는 사우디아라비아로 파견을 나가 있었고, 임산부인 엄마를 챙겨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이제 와서 내가 장애인이 된 원인을 밝히고 싶은 생각은 없다. 그보단 지금 내가 주체적으로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나는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내가 장애인이라는 사실을 창피하게 여겼고, 할 수만 있다면 나의 장애를 최대한 숨기고 싶었다. 장애는 치료할 수 있는 질병이 아니다. 신체적인 기능을 완전히, 혹은 상당 부분 상실해 사람들이 소위 말하는 ‘정상적인’ 생활을 하는 것이 불가능한 상태가 바로 장애다.
뇌병변 5급 장애인인 나는 내 몸을 내 의지대로 움직이거나 조절하지 못한다. 이를테면 팔과 손의 불수의 운동 때문에 국물이 담긴 그릇을 들지 못하며, 음료수는 빨대가 있어야만 마실 수 있다. 혼자 할 수 있는 것들도 많다. 비장애인보다 느리긴 하지만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 보행할 수 있고, 혼잡하지 않은 시내에서는 운전도 가능하다.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한 부분도 물론 있다.(중략)
장애인은 동정받거나 배제당해서도 안 되고, 그렇다고 무조건적인 시혜의 대상이 되어서도 안 된다. 흔히 사람들은 장애인을 무조건 배려해야 한다고 착각하지만, 이런 인식은 (좋은 의도에서 비롯된 것이라 할지라도) 결과적으로 차별을 낳을 뿐이다. 그런 이분법에 매몰되지 않으려면 우선 장애인에 대해 알아야 한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어쩌면 우리는 장애인에 대해 알 수 있는 기회 자체를 지금껏 한 번도 가져본 적이 없는지도 모른다. 그것이 우리 자신의 의지였든 아니든 말이다.
장애인으로 살아가는 것이 불편하지만 불행한 삶은 아니라는 작은 깨달음을 독자들과 함께 나누었으면 좋겠다.
<불편하지만 사는데 지장없습니다> 책 서문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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