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백순심 Mar 27. 2023

[일사일언] 평등을 추첨할 수 있나요?

일러스트:허예진

 아이들 초등학교에서 “돌봄교실 모집 결과 인원 초과로 추첨할 예정이오니 학교 방문을 요청드린다”는 문자가 날아왔다. 작년엔 추첨 없이 돌봄교실을 이용했는데, 머릿속이 복잡해지기 시작했다. ‘나는 쌍둥이 워킹맘인데, 한 명만 추첨되면 나머지 아이만 학원을 따로 보내야 할까?’ ‘아니, 돌봄교실을 포기하고, 둘 다 학원을 보내는 게 스케줄 관리에 더 편한가?’ 이리저리 재보기 시작했다. 두 녀석 다 학원을 보낸다면 저녁까지 봐줄 학원을 알아봐야 한다. 예정에 없던 학원비 지출 생각에 부담이 덜컥 들었다.


 대망의 추첨 날, 나 대신 남편이 학교에 갔다. 전화기만 노려보며 남편 전화를 기다렸다. 내 예감대로 한 명만 되고, 한 명은 대기 10번이었다. 차라리 둘 다 떨어졌으면 마음을 비웠을 텐데. 3월 초까지 혹시나 돌봄교실 이용을 포기하는 아이가 있을지 기다려야 한다.


 퇴근 후 저녁, 남편에게 올해부터 추첨제가 도입된 이유를 들었다. 장애 학생 입학으로 인해 4명 자리가 줄면서 추첨이 필요해졌다고 한다. 처음 그 말을 듣고 약 3초간 알지도 못하는 장애 학생에게 원망의 화살을 돌렸다. 명색이 장애인 복지 현장에서 일하는 나조차 그런 생각을 하다니, 곧 반성했다.


이어 염려가 들었다. 어떤 학부모들은 괜히 장애인을 혐오의 대상으로 바라보지 않을까. 학부모들 사이 그런 원망이 나오지 않도록 학교에선 장애 학생을 위해 돌봄 교사를 추가 배치했어야 하지 않을까. 과거에 아이들이 다녔던 유치원엔 장애 학생을 위한 교사가 따로 있었다. 그래서 다른 원생들에게 돌아갈 돌봄의 손길이 줄지 않았다. 하지만 초등학교에선 장애 학생 때문에 다른 학생이 피해를 봤다는 생각을 갖는 사람들이 있을지도 모른다. 이는 교육적으로도 좋지 않다. 어른들의 역할은 아이들에게 소수와 경쟁하는 대신 동등하게 함께 갈 기회를 주는 것이라 생각한다. 학교는 작은 사회다. 아이들이 첫 단추를 바르게 잘 끼울 수 있는 곳이 되었으면 좋겠다.


                               이 글은 조선일보 <일사일언>에 연재한 글임을 알려드립니다.

작가의 이전글 [일사일언] “올해도 나는 열한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