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단쓰기클럽 240324
나라는 사람을 글로 쓴다면 어떻게 써야 할까 한참 고민하던 때가 있었다. 바야흐로 한 달 전, 한문단클럽 첫 번째 글을 무슨서점 사장님께 보낸 날. 그날은 이제부터 내가 쓴 모든 글에 따라다닐 자기소개글을 써야 한다는 지령 아닌 지령을 받은 날이기도 했더란다.
자기소개라, 한창 이력서를 쓸 때라서 그런지 내 소개를 한다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키워드는 웹개발자, 백엔드, 풀스택, 4년차, 주니어와 같이 직업적인 단어들이었다. 그리고는 1991년생, 여자, 직장인, 장녀와 같이 단순하게 내 신상을 묘사하는 단어들이 뒤를 이었다.
이렇게 나를 소개할 순 없지라는 생각에 자기소개를 쓰고 있는 자아를 글 쓰는 사람으로 바꿔 끼웠다. 그랬더니 떠오르는 단어들, 에세이, 불편, 솔직, 감정, 질문, 치유, 자각, 그리고 "나".
결국 나는 "나를 쓰는 사람"이라는 명료한 사실 하나가 남았다. 나는 남에 관한 글을 쓰지 못한다. 내 생각과 내 행동과 내 마음과 내 일과 내 관계와 내 결정만 글로 풀어낼 수 있다. 그래서 내 모든 글은 아주 구체적이고 개인적인 자기소개, 즉, 글로 쓴 자화상이다.
이런 결론에 도달하니 자기소개가 조금은 편안해졌다. 나는 그냥 평범한, 혹은 평범하고자 하는 사람, 솔직한 글을 쓰는 사람, 그리고 나와 같은 글을 쓰는 에세이스트들을 좋아하는 사람. 그렇게 탄생한 자기소개.
현정
평범한 삶을 꿈꾸는 30대 직장인
에세이 편애주의자
솔직하게 말하기가 어려워서
솔직하게 쓰기로 다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