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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정 May 23. 2024

시인이 되겠다는 건 아니지만

한문단클럽 vol.6 240522

요즘 ‘시’에 완전히 매료되어 있습니다. 조금 더 정확히 말하자면 ‘시인이 쓴 글’에요. 사실 저는 시를 싫어했습니다. 제가 느끼기에 시는 에둘러 표현한 속내까지 읽어내 주길 바라는 음흉한 글이자, 낯선 어휘로 문학적 우월을 뽐내려는 거만한 글이었거든요. 저는 솔직하고 꾸밈없는 글을 원했습니다. 늘 그런 글을 쓰고 싶었고요. 시를 읽을 때마다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뭔데?’ 이랬던 제가 시인의 산문집을 찾아 읽고 그의 시를 따라 쓰게 되었습니다. 언제부터였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안미옥의 『조금 더 사랑하는 쪽으로』부터였는지, 서윤후의 『쓰기 일기』부터였는지, 안희연의 『단어의 집』이었는지, 아니면 한정원의 『시와 산책』이었는지, 그것도 아니면 박연준의 『소란』, 김현의 『어른이라는 뜻밖의 일』부터였는지. 아마도 저는 이들에게서 솔직함의 다른 생김새를 발견한 모양입니다. 몇 겹의 천을 덮어서라도 꺼내놓을 수밖에 없는 마음과 한 번도 발음해 본 적 없는 단어를 동원해야 비로소 설명되는 마음을 알게 돼버린 모양입니다. 그런 마음이 있는지 몰랐습니다. 그걸 글로 쓰는 법은 더더욱 몰랐습니다. 이제 그 마음을 배우고 싶습니다. 시를 쓰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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