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쓰는밤 240601
여름이 가고 여름이 온*단다. 그걸 간다고 혹은 온다고 말할 수 있을까. 가는 것이 여름일까 아니면 오는 것이 여름일까. 우리는 그냥 여름 속에서, 가는 삶을 배웅하고 오는 삶을 맞이하며 가만히 서있는 게 아닐까. 그렇다면 삶이라는 건 또 무얼까. 삶이 가고 삶이 온다.
사람들은 어떤 죽음을 목도한 후에 비로소 어른이* 된다는데, 죽음을 목도하기 전이나 후나 그저 여름일 뿐. 나는 그냥 여름 속에서, 멀어져 가는 죽음의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찾아오는 죽음에 손을 흔들어야지. 죽음이 가고 죽음이 온다.
* 채인숙, <여름 가고 여름>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