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신청서(가족돌봄휴가)
한문단클럽 vol.8 240616
가족돌봄휴가 증빙 서류를 다음과 같이 덧붙입니다. 1) 주치의 소견서. 작년 말 아버지께서 왼쪽 눈을 크게 다치셨습니다. 다음 주 네 번째 수술 예정이고, 수술 전후 상주 보호자가 필요하다고 합니다. 2) 가족관계증명서. 아버지의 배우자, 즉 어머니의 사망을 밝힙니다. 가족돌봄휴가를 사용하려면 환자를 돌볼 수 있는 가족이 저뿐이어야 한다더군요. 어머니의 부재를 사망이라는 두 글자로 설명할 수 있다는 건 참 편리합니다. 어머니가 어째서 아버지의 보호자일 수 없는지 궁색한 단어들을 늘어놓을 필요가 없으니까요. 3) 부친의 가족관계증명서. 아버지의 자녀가 저와 동생뿐임을 증빙합니다. 동생의 사정은 이어서 소명할 테지만, 이쯤 되니 직장인은 마음대로 가족의 간병인이 될 수도 없다는 사실이 조금 쓸쓸하네요. 4) 동생의 재직증명서. 동생은 지난주 직장에 입사하여 현재 휴가 사용이 불가능합니다. 출근을 시작하자마자 동생은 매일같이 경영지원실 직원들을 독촉해야 했습니다. 서둘러 입사 관련 행정 절차를 마무리하고 서류를 발급받아야 했거든요. 저는 날로 커지는 동생의 초조함과 죄책감을 마주하며 다시금 생각했습니다. 피고용인의 신분으로 보호자가 된다는 건 꽤나 구질구질한 일이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