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랑한 계절
읽단쓰기클럽 240616 한문단클럽 vol.9
요즘 여기저기서 ‘명랑’이라는 단어와 마주친다. 무슨서점 인스타그램 속 6월의 풍경에서도, 얼마 전 읽은 『좋음과 싫음 사이 (서효인의 6월)』에서도, 방송인 최화정의 유튜브 채널에서도 나는 명랑을 만났다. 여름의 초입, 우리는 이런 공기를 명랑하다고 하는가 보다. 밝을 명(明)에 밝을 랑(朗), 밝고 밝은 계절이다. 나에게 명랑은 밝을 명(明)에 사내 랑(郞)으로 쓰인다. 아들이 아니라는 이유로 평생 사내를 이름에 달고 살아야 했던 사람, 우리 엄마. “명랑아” 부르면 “넌 왜 딸이니”로 듣고, “김명랑” 부르면 “아들로 태어났어야지”로 들었을 인생이 서글프다. 엄마는 내 이름을 지을 때 어떤 마음이었을까. 다른 생에 대한 일말의 미련 없이 오롯이 나만을 위한 이름을 고르고 골랐겠지. 당신과 달리 풍성한 밝음 속에서 자라길 기도하며 밝을 현(炫) 자를 새겨 넣었겠지. 혀 끝이 떫다. 백세시대라는 세상에서 엄마는 50여 년을 살고 죽었다. 한 해의 절반쯤 흐른 여름에 죽었다. 반쪽만 밝은 명랑한 삶이라서 딱 절반만 살다가 떠났다. 엄마에게 빼앗긴 밝을 랑을 선물하고 싶다. 이 명랑한 계절을 충분히 누릴 수 있게. 마음껏 밝을 수 있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