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계속해서 업으로 삼고자 한다면 우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2019년 2월, 대학을 졸업한 나는 여행으로 밥벌이를 시작했다. 관광공기업에서의 짧은 인턴기간을 거쳐 에어비앤비 체험 호스트로 활동했다. 에어비앤비 체험호스트는 공유숙박 플랫폼인 에어비앤비가 2016년에 론칭한 ‘당일 로컬투어’ 플랫폼에서 활동하는 로컬가이드다. 당시 신촌에 거주하고 있었던 나는 신촌 주변 대학들과 삼겹살 맛집을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소개했다. 투어를 2시간 30분 정도 진행하면 에어비앤비 수수료를 제외하고도 평균 약 10만 원정도가 남았다. 투어 시간이 많아지면서 내 체험프로그램에는 많은 좋은 리뷰가 쌓이기 시작했다. 짧은 시간 일하고도 일반 사무직 평균 일당을 웃도는 수익을 올릴 수 있었다. 나머지 시간은 카페에서 책을 읽거나 글을 쓰고 자격증 시험을 준비했다. 이런 게 진정한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이 아닌가 싶었다.
워라밸의 기쁨은 오래가지 않았다. 2019년 12월 즈음 중국 우한에서 원인불명의 폐렴이 발생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곧이어 2020년 1월, 국내에도 첫 의심환자가 발생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코로나 확산세가 두드러졌고 사회적 거리두기가 일상이 되었다. 내 체험의 예약률 역시 급격하게 하락하게 되었다. 2020년 3월에는 예약이 단 한 건도 없었고 수익내역이 ‘0원’을 기록하게 되었다. 한 순간이었다. 2020년 한 해 동안 폐업한 여행사는 960여 곳에 달했고, 수많은 항공·여행업 종사자들에 대한 구조조정 단행되었다. 더 이상 여행으로 밥벌이하기는 어려워 보였다. 나는 관광에 미쳤었던 지난 5년여의 시간을 뒤로 한 채 새로운 분야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여행 금지의 시대가 2년간 지속되고 있다. 엄밀히 말하면, 우리는 아직도 여행을 하지만, 코로나 이전과 달리 여행이 부자연스럽다. 마스크로 쓰고 실내시설을 들어갈 때마다 QR코드로 본인인증을 하고 손소독을 해야 한다. 5인 이상 모임은 금지되었고, 관광지 안 곳곳에 비치된 편의시설은 집합금지 안내문구로 도배되었다. 지하철에서 기침을 했다간 따가운 시선들을 감내해야 한다. 여행을 간다는 사실조차 주변 사람들에게 알리기 꺼려진다. 여행을 간다 해도 인파가 붐비는 관광지를 피해 다닌다. 여행은 생명을 담보한 행위가 되었다. ‘이불 밖은 위험한’ 세상이 도래한 것이다.
코로나가 창궐한 지 어연 2년, 여행산업은 그동안 우리가 알던 여행산업이 아니다. 무엇보다 해외여행에서 국내여행으로 구심점이 이동하는 여행산업의 변화가 눈에 띈다. 2003년 사스사태와 2009년 글로벌 경제위기 시기들을 제외하고 매년 성장을 거듭했던 여행산업은 2020년 큰 폭으로 하락했다. 세계관광기구(UNWTO)에 따르면, 2019년 15억 명에 육박하던 세계 관광시장규모가 1년 새 4억 명으로 줄었다. 이는 관광산업이 30년 전인 1990년 수준으로 퇴보한 것이다. 반복되는 사회적 거리두기와 국경폐쇄 속 국제 관광수요는 급감하고, 그 대안으로 국내관광이 인기를 얻고 있다. 2020년 상반기 기준 국제관광객수는 2019년 대비 65% 감소한 반면, 국내여행객수는 이미 코로나 이전 수준을 넘어섰다. 한국항공공사의 2021년 4월 국내선 항공통계에 따르면, 국내선 여객은 작년 동기대비 148% 증가한 299만8,686명(인천공항 제외)으로 이는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4월(274만3,852명)보다도 높은 수치에 해당한다.
여행패턴의 변화도 주목할 점이다. 코로나 시대 속 우리는 ‘짧은 기간 동안 가깝고 친숙한 곳으로 떠나는 여행’을 향유한다. 이는 코로나로 강화된 안전과 위생인식에 따른 변화다. 몇 달 전부터 여행일정을 계획해 해외 여행지를 찾아 3박 4일 또는 4박 5일의 기간 동안 다녀오는 과거 여행형태와는 대척점에 있는 여행트렌드다. [그래프 첨부] 한국관광공사는 ‘안전의식’이 바꾼 여행 트렌드를 ‘S.A.F.E.T.Y'를 통해 설명한다. S는 근거리(Short Distance), A는 야외활동(Activity), F는 가족(Family), E는 자연친화·청정지역(Eco-Area), T는 인기 관광지(Tourist Site) 그리고 Y는 ’수요회복은 아직(Yet)‘을 의미한다. 코로나19 발병 직후 여행객들은 주변 근거리로 여행을 가고, 밀폐된 실내공간을 벗어나 감염위험성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야외활동을 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이와 함께, 여행객들은 가족 단위의 소규모 일상관광과 자연청정지역으로의 여행을 통해 코로나19 위험성을 최소화한 형태의 여행을 누리고 있다.
코로나19 발병 직후 관광산업에 종사했던 많은 지인들 중 상당수가 관광산업을 떠났다. 내일배움카드를 통해 재취업교육을 받고 개발자로 이직한 사람도 있고, 패스트푸드 체인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거나 배달의민족에서 배달을 시작하거나 쿠팡에서 물류 관련 업무를 하고 있다. 나 역시 마찬가지다. 나는 코로나19 유행 초기인 2020년 3월에 전자책 전문 출판사를 설립했다. 대면사업이라는 관광업무의 한계를 인지하고, 비대면으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콘텐츠사업으로의 새로운 도전을 했다. 하지만 언제든 기회가 된다면 관광산업으로 다시 돌아오기 위해 항상 준비하고 있다.
여행을 계속해서 업으로 삼고자 한다면 우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급격한 변화의 시기를 겪고 있는 관광산업 속에서 어떤 방향성을 가지고 구체적으로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 코로나19 종식만을 무작정 기다릴 수만은 없다. 코로나 이후 여행방식은 결코 코로나 이전과 같을 수 없기 때문이다. 코로나 투어리즘은 이미 우리 눈앞에 다가왔다. 2021년 10월 기준, 우리나라 1차 접종률은 70%를 넘어섰고, 접종완료율은 약 50%를 돌파했다. 2021년 11월 초 즈음 정부는 본격적인 ‘위드코로나’ 준비를 위한 방침을 마련해 시행한다고 밝혔다. 코로나라는 긴 터널의 끝이 보이기 시작했다. 이제 본격적으로 관광산업으로 돌아가기 위한 공부가 필요한 시기다. 코로나 투어리즘의 본질을 정확히 알고 이에 필요한 능력을 배양한 자만이 여행으로 계속해서 밥벌이를 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