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중한 자식같은 '원고'를 드디어 취업시켰습니다!
2021년 7월 즈음이었나, 나는 브런치를 통해 한 통의 메일을 받게 되었다. 200일이 넘도록 글 한 번 올리지 않던 내 브런치에 방문해준 것만으로도 감사한데, 메일까지 주시다니...... 곧바로 메일을 열었다. '독서플랫폼 밀리의서재 ooo에이터입니다.'로 시작한 글은 내 원고에 대한 긍정적인 피드백과 출간제안이 이어졌다. 거기에다 내 기준에서는 꽤 괜찮은 선인세까지...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이었다. '밀리의서재' 정기구독을 하고 있는 독자였던 내가 그 곳에 책을 써서 유통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벅찼다.
곧바로 회신을 보내 제안을 수락했고, 지난 달인 9월, '밀리의서재'와 출간계약을 진행했다. 9월 30일에는 계약금도 입금되었다. <긱 이코노미>원고를 완성시키기까지의 여정이 떠올랐다. 누군가 책 하나하나가 '내 자식' 같이 소중하다라고 말했었는데, 그 말이 조금은 이해가 되는 것도 같았다. 아직 결혼조차 하지 않은 미혼이지만 말이다. 원고에는 2019년부터 시작된 긱워커로서의 나의 삶과 함께 방황하고 있는 여러 인연들의 인터뷰가 수록되어 있다. 원고에는 쉬운 문장으로 다듬기 위해 카페에서 머리를 쥐어뜯는 '내'가 담겨있다. 타출판사와 계약 후 지향점이 달라 계약을 파기하게 된 우여곡절의 순간도 배어있다. 이러한 방황 끝에 내 자식같은 <긱 이코노미> 원고는 '밀리의서재'라는 좋은 고용주를 만나 '취업'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책계약을 하고보니 내 원고에 이런저런 허점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1장부터 다시 내 원고를 읽어보기 시작했다. 시대에 뛰떨어진 사례를 가져오지는 않았는지, 틀린 정보들이 있는지 그리고 문장이 쉽게 읽히는지를 매의 눈으로 살폈다. 최신 정보를 추가하고, 문장을 수정했다. 틈틈이 3주동안 원고를 다듬었다. 회사에 첫출근하기 전, 부모님들이 아들딸에게 정장을 사주시는 것도 이러한 마음에서 비롯하지 않을까? 소중한 내 자식이 회사에서도 인정받기를 바라는 부모의 마음처럼 나는 원고를 매만졌다. 그렇게 내 1차 완성본은 '밀리의서재' 편집자분께로 넘어갔다.
홀가분하다. 매년 한 권씩 책출간을 하기로 스스로 다짐했었는데, 스스로의 약속을 지킨 것 같다. 책을 한 번 쓸 때마다 흰머리가 하나씩 늘어나는 것 같다며 걱정하시는 내 부모님께도 자신있게 '걱정마세요'라고 말도 했다. 무엇보다 갈 길을 잃고 방황했던 내 소중한 자식같은 원고가 좋은 주인을 만나게 된 것 같아 안도감이 든다.
다른 한 편으로는 두렵다. 흰 배경에 검은 글자만 가득했던 내 원고에는 곧 알록달록한 표지가 씌여지고, 그 위엔 '밀리 오리지널'이라는 브랜드와 내 이름 석자가 새겨질 것이다. 그리고 낯선 독자들을 만나 수많은 하이라이트와 메모로 도배되겠지. 그리고 무섭고도 냉철한 후기들도 책 상세페이지 아래 쌓일 것이다. 냉혹한 평가 속에서도 내 책이 잘 살아남을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