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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민제 Nov 13. 2021

31살 청년의 무의식에 대한 고찰

생각대로 살아가기 위한 몸부림

  

‘생각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 프랑스 소설가 폴 부르제(Paul Bourget)가 『정오의 악마』라는 책에서 언급한 말이다. 나는 해당 구절을 끊임없이 스스로를 성찰하고 미래를 구체적으로 꿈꾸어야만 능동적인 삶을 살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했다. 성찰과 비전 그리고 삶의 방향성이 설정되지 않고 살아간다면 현재 벌어지는 모든 일에 순식간에 휩쓸리기 십상이다. 조그마한 문제에도 쉽게 흔들리고 방향성을 잃어버릴 수 있다는 생각에 나는 폴 부르제의 ‘생각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는 구절을 마음 한 구석에 지니고 살아가고 있다.     

 

‘생각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라는 구절은 무의식의 힘을 의식한 구절인지도 모른다.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무언가를 간절하게 생각하고 바라다보면 어느새 그 바라던 것을 얻거나 성취한 경험을 적어도 한 번 즈음은 해본다. 자기개발 분야 베스트셀러 『시크릿』도 이러한 무의식의 위력을 기반으로 한 이야기를 한다. 시크릿에서 언급한 ‘끌어당김의 법칙’은 무의식 속에서 무언가를 갈망한다면 그것이 현실 속에서 이뤄진다는 주장을 한다. 물론 무의식으로만 구체적인 실천을 하지 않은 채 앉아서 생각만 한다고 꿈이 이뤄지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럼에도 일상 속에서도 항상 원하는 바, 뜻하는 바를 가슴 속에 품고 하루하루를 최선을 다한다면 그것이 분명 성취라는 결과물로 나타날 것이라고 나는 믿는다.     

 

나에게는 무의식의 위력을 절실히 느꼈던 몇 가지 에피소드들이 있다. 당시에는 내 실력 또는 운명이라고 믿었던 순간들이었지만, 돌이켜보니 무의식이 개입이 안 된 순간이 없었던 것 같다. 무의식과 관련한 에피소드와 그 때의 느낌을 인생의 흐름에 따라 이야기하고자 한다.      


우선 나는 삼수생이다. 수능을 세 번을 보고 대학에 입학했다. 대학입시에서 낙오되었던 경험은 지금 이 순간까지도 무의식적으로 내 인생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수험생 시절 수능시험을 볼 때마다 무의식의 힘을 느꼈던 것 같다. 모의고사도 수없이 보고, 수능시험에 대한 준비를 나름대로 철저하게 했던 것 같은데, 수능시험 때만 되면 불현듯 망했던 이전 수능시험에 대한 기억이 불현듯 떠올랐다. 수능 직전까지 보았던 모의고사 점수들은 어느 정도 만족할 만한 수준이었고, 재수, 삼수 기간 동안 충분히 많은 것들을 공부했다고 스스로 자부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매 수능시험 때마다 불현듯 덮치는 수능실패에 대한 경험과 불안감은 막을 수 없었던 것 같다. 그렇게 나는 삼수생으로서 대학입시를 마쳤고, 기대에 미치지 못한 점수로 대학에 입학하게 되었다.      


수능실패와 삼수를 했다는 나의 과거경험은 남보다 내가 뒤쳐져 인생을 살고 있다는 생각으로 이어졌다. 또래 친구들이 군복무를 시작할 때 나는 대학 새내기였고, 그들이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에 나갈 때, 나는 군복무라는 암울한 시기를 경험해야 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무언가를 결정할 때, 나는 자연스레 다음과 같은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졌다. ‘이 결정이 남보다 뒤쳐진 나에게 조금이나마 시간을 벌어다 줄 수 있는 결정인가?’ 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남자의 경우 군대를 가야 하는데, 군생활 기간은 남자들이 국가에 봉사하는 기간이므로 소위 ‘버리는 시간’에 가까운 시간이다. 그런데 만약 군생활 기간 중 내가 원하는 공부를 하거나 일을 할 수 있다면 어떨까? 나의 전공을 살려 통역병으로 군복무를 하거나 군복무기간동안 취업대비를 위한 자격증 공부를 할 수 있다면 시간을 벌 수 있을 것이다. 대학교 1학년 내내 남보다 뒤쳐졌다는 무의식 속에서 군생활을 유의미하게 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다. 그리고 어학특기병과에 지원하여 통역병으로 군생활을 할 수 있었다.     

 

남들보다 뒤쳐졌다는 나의 무의식은 어쩌면 자아성장에 있어 많은 도움을 주었던 것 같다. 군전역을 한 뒤 복학했을 때 나는 또 다시 남보다 뒤쳐졌다는 불안감에 휩싸였다. 내 여자동기들은 모두 사회로 떠난 상황이었다. 취준생과 대학생은 처한 상황 자체가 완전히 다르게 때문에 대화 자체도 잘 통하지 않는다. 그들은 자격증과 기업분석과 같은 이야기를 하는 반면, 나는 수업시간에 받은 과제와 관련한 이야기를 했다. 뒤늦게 대학에 입학을 했던 나이기에 나보다도 2~3살 어린 동생들이 취업과 관련한 이야기를 나눌 때 나는 중간고사와 과제에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상황이었다. 물론 지금에 와서는 그때의 고민이 참으로 사소했다고 느끼고 있다. 그러나 그 당시에는 왜 그렇게 조급했는지 모르겠다.      


남보다 뒤쳐졌다는 이 무의식적 불안감을 떨쳐내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 그래서 나는 취업준비생들이 취업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이점들을 분석해 냈다. 먼저 취업을 통해 그들이 얻을 수 있는 것은 크게 두 가지였다. 첫째, 안정적인 수입이었다. 월급을 받아 경제적 독립의 발판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 그들이 취업을 하려는 이유였다. 둘째, 커리어였다. 기업이나 기관에 취업을 하여 일을 하면서 일경험을 할 수 있다는 것 또한 그들이 취업을 하고자 하는 이유였다. 당시 대학교 3학년이었던 나는 대학생의 신분으로서 직장인의 수입과 커리어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먼저 수입적인 측면의 경우 나는 외부장학금 제도와 공모전을 생각했다. 내가 다니던 대학의 경우 학비가 학기당 300만원 정도였는데, 이 부분을 내가 면제받을 수 있다면 3개월의 학기당 약 100만 원 정도의 수익을 올리는 것과 동일했다. 나는 소득분위를 고려하지 않고 학업성취도와 봉사에 대한 의지와 같은 영역을 바탕으로 장학생을 선발하는 ‘아산장학생’을 지원했고, 최종 선발될 수 있었다. 이를 통해 나는 총 4학기 동안의 학비를 면제받을 수 있었다. 다음으로 교내외에서 주관하는 다양한 공모전에 참여했다. 공모전에 참여하는 것만으로도 업무지식을 쌓을 수 있었고, 수상을 통해 약간의 수입을 추가적으로 올릴 수 있었다. 공모전과 함께 커리어를 쌓기 위해 다양한 대외활동도 참여했다. 특히 LG드림챌린저의 경우 원 없이 내 꿈에 대해 2박 3일 동안 생각해보고 꿈을 구체화할 수 있었던 뜻 깊은 대외활동이었다. 어쩌면 남보다 못할 수 있다는 무의식적 불안감은 내가 열정적으로 대학생활을 할 수 있었던 원동력인지도 모르겠다.      


대학을 졸업한 후 남들과 같이 취업준비생이 되었고, 머지않아 한 공공기관에서 인턴생활을 하게 되었다. 그러나 인턴생활 중 접하게 된 책 하나가 안락했던 회사생활을 접게 했다. 바로 엠제이 드마코의 <부의추월차선>이라는 책이다. 이 책은 인생을 크게 3가지로 나눈다. 인도, 서행차선 그리고 추월차선이 바로 그것이다. 인도는 가난으로 이어지고, 서행차선은 평범한 서민의 삶, 추월차선은 부자의 삶으로 이어진다. 문득 ‘내가 그동안 공부하고 대학에 가서 인생을 성찰하는 그 모든 시간이 이곳 사무실 한 켠에 자리해 한글파일 문서 작성을 하기 위함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곰곰이 생각하다보니 ‘그렇지 않다.’라는 답을 스스로 내릴 수 있었다. 그리고 무의식적으로 군복무시절 사업을 하면서 멋있게 삶을 영위하고 있는 선임이 갑자기 떠올랐다. 그렇게 나는 창업의 길로 들어서게 되었다.      


창업의 길을 선택한 이후부터 나는 매순간 무의식과 생각의 힘이 정말 위력적임을 느낀다. 창업 또는 사업의 영역은 어쩌면 무의식의 지배를 많이 받는 것이 특징인 것 같다. 사실 무작정 회사에 뛰쳐나왔을 때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하는지 정확한 방향이 설정되지 않았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그 해답을 찾기 위해 도서관을 가게 되었다. 많은 성공한 사람들이 그러하듯 책을 통해서 뭔가 해답을 찾을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렇게 도서관에서 다양한 책들을 읽다보니 불현듯 과거에 작가가 되고 싶다는 꿈이 스멀스멀 들기 시작했다. 책을 쓴다는 것은 글전문가만의 영역으로만 여겨졌기에 꿈을 자연스럽게 접고 살아왔던 것 같다. 그런데 책을 읽다보니 많은 이들이 글을 쓰는 것이었다. 그중에서는 글쓰기 능력이 나보다 떨어지는 것 같은데 책을 출판한 이들도 있었다. 나는 이에 자신감을 얻고 내 책을 쓰기로 다짐했다. 내 원고를 출판사가 받아줄 가능성은 그렇게 높지 않지만, 그럼에도 일단 원고를 완성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게 나는 한 달이라는 기간을 잡고, 매일 A4 2장씩의 글을 써내려 갔다. 그렇게 원고를 한 달만에 완성했고, 출판사에 투고했다. 그렇게 내 첫 책이 출간될 수 있었다.      


책을 출간하는 과정에서 출판사 편집자와 많은 소통을 할 수 있었다. 이러한 소통덕분인지 출판사가 어떻게 운영되는지 얼핏 알 수 있었다. 회사를 뛰쳐나올 때 창업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그렇게 나는 출판사를 창업하게 되었다. 어쩌면 창업을 한다는 것 자체가 과거 ‘나’라는 존재가 꿈꾸었던 이상향과 현실 속에서의 경험이 만나는 것으로부터 비롯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이처럼 무의식은 지금까지도 나의 삶에 큰 영향을 주고, 앞으로도 줄 것이다. 내가 해야 할 일은 이러한 무의식을 내 삶에 긍정적으로 적용해 나가는 것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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