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아무도 타지 않은 작은 마을버스를 탔다
머리가 하얗게 샌 나이 든 기사님이 “어서 오세요”라며짧은 인사를 건넸다
나는 혼자 탄 것이 멋쩍어 괜히 “몇 분에 출발하시나요?”하며 말로 답했다
“15분에 출발합니다”라는 대답을 들으며 시계를 보니 아직 2분 정도가 남아있었다
기사님과 나는 또 하염없이 창밖을 보며 누군가 타지 않을까 내심 기대를 하였지만 이른 아침 출근길에는 지나다니는 사람도 거의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2분이 지나고 버스는 아쉬운 소리로 문을 닫으며 출발하였다
덜컹이는 차체 소음, 햇살이 앉은 노란색 분홍색 의자들, 새하얀 머리가 은빛으로 반짝이는 기사님, 구불구불한 도로, 무심하게 지나치는 길거리 사람들까지
나는 이름 모를 동화책 속 모험을 떠난 기분이 들었다
내려야 할 정류장의 안내 방송이 들리고 그렇게 내 짧은 모험을 끝낼 빨간 버튼을 눌러 기사님께 여행의 종료를 알렸다
텅 빈 버스 안에 “감사합니다”라는 인사를 남기고 “잘 가요”라는 기사님의 아쉬운 인사말을 들고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