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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ay May 11. 2023

20. 이제 우리 여기까지만해요

그만 멈춰요

좋아한다는 말보다 사랑한다는 말에 기울어질 때쯤 너는 걸음을 멈추었다가 어느새 혼자 걷고 있던 우리의 관계는 내가 너의 멈춤을 몰랐던 것부터 잘못됐을까 분명 우리 둘 조금 전까지 함께 걷고 있었던 것 같았는데 사랑이 가까워지는 것에 한 눈이 팔려 네가 같이 오고 있는지를 미처 보지 못했다 나는 어느새 사랑한다로 기울어지는데 너는 보일 듯 말 듯 한 곳에 멈추어있다가 돌아보니 그래 사랑이라는 감정에 현혹되었을 뿐 이것이 너를 사랑하는 일이라는 것을 잊었다 어쩌면 그 거리를 걷는 동안 나는 너를 잊고 너를 사랑하는 나를 사랑했는지도 모르겠다 납득할만한 이유를 찾고 싶은데 그래서 될 수 있다면 우리 다시 사랑으로 걸어 가자고 너를 설득하고 싶은데 나조차도 알 수 없는 이유로 입술 끝이 턱 하니 막혀 멀리 떨어진 너에게 아무 말도 하지를 못한다 어쩌면 이렇게 먼 거리의 너를 부르자니 내 목소리가 턱없이 작아 들리지 않을지도 꽤나 멀어진 이 거리를 너에게 오라고 하기에는 너무도 이기적이라 나를 위해 또 너를 위해 언젠가였을지 모를 우리를 위해 나도 그만 멈추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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