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만 멈춰요
좋아한다는 말보다 사랑한다는 말에 기울어질 때쯤 너는 걸음을 멈추었다가 어느새 혼자 걷고 있던 우리의 관계는 내가 너의 멈춤을 몰랐던 것부터 잘못됐을까 분명 우리 둘 조금 전까지 함께 걷고 있었던 것 같았는데 사랑이 가까워지는 것에 한 눈이 팔려 네가 같이 오고 있는지를 미처 보지 못했다 나는 어느새 사랑한다로 기울어지는데 너는 보일 듯 말 듯 한 곳에 멈추어있다가 돌아보니 그래 사랑이라는 감정에 현혹되었을 뿐 이것이 너를 사랑하는 일이라는 것을 잊었다 어쩌면 그 거리를 걷는 동안 나는 너를 잊고 너를 사랑하는 나를 사랑했는지도 모르겠다 납득할만한 이유를 찾고 싶은데 그래서 될 수 있다면 우리 다시 사랑으로 걸어 가자고 너를 설득하고 싶은데 나조차도 알 수 없는 이유로 입술 끝이 턱 하니 막혀 멀리 떨어진 너에게 아무 말도 하지를 못한다 어쩌면 이렇게 먼 거리의 너를 부르자니 내 목소리가 턱없이 작아 들리지 않을지도 꽤나 멀어진 이 거리를 너에게 오라고 하기에는 너무도 이기적이라 나를 위해 또 너를 위해 언젠가였을지 모를 우리를 위해 나도 그만 멈추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