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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하 Nov 20. 2022

무언가를 지속한다는 것

오정세 배우님 수상소감

살아가다 보면 답답함을 느낄 때가 참 많다.


나는 분명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했는데 그 결과가 예상보다 훨씬 못 미치는 경우가 있다. 그러면 이내 실망감에 휩싸이곤 한다. 그리고 비슷한 상황에서 비슷한 수준의 노력을 했는데 다른 누군가가 빛을 보면, 그것이 마냥 부럽고 나는 무엇을 잘못한걸까 자책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그 반대의 상황도 종종 있다.


회사에서 한 번은 범위가 방대하고 어떤 세부내용도 구체화되지 않은 새로운 시도에 관한 기획안을 제출할 일이 있었다. 스스로의 힘으로는 세부적인 내용들을 조율하고 미래에 대한 그림을 그려내기가 너무 어려웠던 기억이 있다. 그래서인지 힘을 조금 빼고 '어떻게든 되겠지' 라는 생각으로 업무를 거의 쳐내다시피 했던 것 같다. 그런데 결과가 너무나 좋았던 것이다.


과거에 내가 자신있는 분야의 일을 많은 공을 들여서 했을 때는 오히려 이런저런 비판을 받기도 했던 일이 떠올랐다. 사실 어떤 기획에서는 노력을 하지 않은게 아니라 결과에 대한 지나친 기대와 집착을 버리고 그저 임했을 뿐인데 이렇게나 결과가 다를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세상 모든 일이 어쩌면 그렇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많은 사람들 앞에서 이야기를 하거나 프레젠테이션을 할 때마다 이런 생각을 한다.

최선을 다해서 준비한 내용을 그저 나의 방식대로 명확하게, 전달력 있게만 이야기하자고.

내가 무슨 이야기를 하건 세상의 반은 그것을 훌륭하게 평가하고, 나머지 절반은 그것을 마음에 들어하지 않을 것이라고.


그것은 불공평한 것이 결코 아니다. 원래 세상이 그런 것이다.


지금껏 하던 것처럼 그저 묵묵히, 열심히 어떤 일을 하고 있다면 그것으로 이미 충분하다는 생각이 든다. 노력에 대한 결실이 단기적으로 바로 다가오지 않을 가능성이 많고 정체된 상황은 상당히 지속될지도 모른다. 그 때마다 마음을 달래주는게 중요한 것 같다. 이렇게 꾸준히 무언가를 지속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하고, 언젠가 반드시 이것이 빛을 볼 기회가 올 것이라고.


과거에 블로그를 오랜 기간 운영하면서도 비슷한 일을 많이 겪었다. 정말 많은 공을 들여서 포스팅을 했는데 생각보다 조회수가 잘 나오지 않아서 상심한 적이 많다. 분명 일희일비 하지 않기로 마음을 먹었는데도 뜻대로 되지 않았던 것이다.


반면에 어느 날은 특정 테마주에 관한 이야기를 편하게 늘여서 썼는데 조회수가 대폭발을 하기도 한다. 그럴 때면, 어안이 벙벙하고 감사한 마음이 들면서도 그렇게 흘러가는 것이 인생이라는 생각을 했다. 세상 모든 사람들의 생각과 시장을 예측할 수 있다면 그에 걸맞는 포스팅을 매일 찍어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인간은 한계가 있다. 따라서 매일 꾸준하게 사람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는 글을 써내려간다는 본연의 목표만 유지한다면 그것으로도 이미 다 한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무언가를 지치지 않고 지속한다는 것에 대해 이야기한 짧은 수상소감을 하나 공유하며 글을 맟치려 합니다.


과거 백상예술대상에서 배우 오정세씨가 수상을 하며 들려준 이야기입니다.


세상이 불공평하다고 생각했다던 오정세씨의 이야기는 처음 그 영상을 볼 때 정말 많은 눈물을 흘리게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한 편의 울림 있는 드라마를 보는 것처럼 두고두고 가슴 속에 새겨두게 되었어요.


이 글을 읽는 분들도 어떤 목표를 갖고 계시건 그저 묵묵히 지속하셨으면 좋겠습니다. 블로그를 운영하시는 많은 분들도 지금 잘 될 수도 있고, 조회수가 나오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식당을 운영하시는 분들도 지금 당장은 손님이 많이 없을 수도 있겠지요. 다만, 그 과정에서 내가 올바른 생각을 가지고 정직하게 최선을 다하고 있다면 곧 빛을 볼 준비가 되어 있다고 믿습니다.


부디 지치지 마시고 지속하시기를 바라며 각자의 때에서 빛을 볼 날을 기대합니다.





배우 오정세님 수상소감 (백상예술대상)


드라마, 영화, 연극, 단편 독립영화. 매 작품에 참여할 때마다 개인적으로는 작은 배움의 성장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어떤 작품은 스스로 반성하게 되고, 어떤 작품은 위로 받기도 하고, 또 어떤 작품은 작은 깨달음을 얻기도 하고. 또 그 깨달음을 다시 공유하고 싶기도 했습니다.


지금까지 100편 넘는 작업을 해왔습니다.

어떤 작품은 성공하기도 하고, 또 어떤 작품은 심하게 망하기도 하고.

또 어쩌다보니까 이렇게 좋은 상까지 받는 작품도 있네요.


100편 다 결과가 다르다는 건 좀 신기한 것 같습니다.

제 개인적으로는, 그 100편 다, 똑같은 마음으로 똑같이 열심히 했거든요.

돌이켜 생각을 해보면 제가 잘 해서 결과가 좋았던 것도 아니고, 제가 못해서 망한 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세상에는 참 열심히 사는 보통 사람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그런 걸 보면, 세상은 참 불공평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꿋꿋이, 그리고 또 열심히 자기 일을 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똑같은 결과가 주어지는 건 아니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망하거나 지치지 마시고, 포기하지 마시고 여러분들이 무엇을 하던 간에 그 일을 계속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자책하지 마십시오. 여러분 탓이 아닙니다. 

그냥 계속 하다 보면은, 평소와 똑같이 했는데 그동안 받지 못했던 위로와 보상이 여러분들을 찾아오게 될 것입니다.


저한테는 동백이가 그랬습니다. 

여러분들도 모두 곧 반드시 여러분만의 동백을 만날 수 있을 거라고 믿습니다.

힘든데 세상이 알아주지 않는다고 생각할 때 속으로 생각했으면 좋겠습니다.


곧 나만의 동백을 만날 수 있을 거라고요.

여러분들의 동백꽃이 곧 활짝 피기를, 

저 배우 오정세도 응원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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