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별하 Jan 25. 2023

안녕, 마스크

1/30부터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 해제 (일부 장소 제외)

우리 곁을 맴돌던 코로나19라는 유령이 이제야 비로소 떠나가는 느낌이다.


오는 30일부터 전국적으로 실내 대부분의 장소에서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된다. 마스크 착용은 사람들로 하여금 코로나 바이러스의 위험성을 간접적으로 실감하게 해주는 수단이었다. 사실 눈에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 자체만으로는 국민들이 일상 속에서 감염병의 위험을 느끼긴 어렵다. 마스크를 착용했을 때 느껴지는 특유의 답답함과 불편함이 경각심을 일깨우고 궁극적으로는 상호 간 배려를 이끌었다고 믿는다. 그래서 마스크 착용 의무가 감염취약시설/대중교통을 제외한 실내에서 해제된다면 많은 사람들이 감염병이 없던 예전과 같은 느낌을 받을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나의 주변 지인들은 코로나를 두고 저마다의 한 줄 평을 작성해 놓은 듯하다. 회식문화를 크게 변화시킬 수 있었던 계기였다, 여행을 못 가게 돼서 정말 아쉬웠다, 심지어는 친구 관계가 자연스럽게 정돈된? 기회였다고 말하는 이도 있었다.


내가 한 줄 평을 써보자면 코로나는 반갑지 않은 손님이자, 많은 아쉬움을 남겼던 녀석이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본격적으로 발병한 이후로 약 2년 동안 나는 코로나에 걸리지 않았었다. 나는 정말 우수한 면역력을 갖고 있다며 너스레를 떨어본 적도 많다. 그렇게 종식 선언이 될 때까지 걸리지 않을 운명이구나,라고 방심하던 찰나에 바이러스는 나의 호흡기에 스며들었다. 그토록 대외활동이 잦았던 시기에도 비껴갔던 바이러스는 하필 내가 채용한 인턴들을 인솔하고 교육해야 하는 시점에 방문했다. 그때는 정말 오랜만에 집합 방식으로 교육 프로그램을 재개하려는 시도를 했을 때였다. 기획안을 올리던 시점에 나를 비롯한 몇 명의 인턴들이 검사했던 자가키트에서는 두 줄이 선명하게 나타나기 시작했고 결국 계획했던 모든 대면 행사는 상상 속으로만 남겨두어야 했다. 인턴들은 동기들과 함께 연수원에서 만나 추억을 쌓을 기회를 놓쳤고, 나는 준비한 교육을 온라인으로 전환해야 하는 현실에 많은 좌절을 겪었다.


나에게는 그렇게 잠깐 불편했던 불청객으로 스쳐 지나갔다. 하지만 제법 많은 지인들에게는 큰 슬픔을 가져다주기도 했던 질병이다. 오랜 지병이 있던 부모님을 떠나보낸 사람도 있고, 영업시간제한이나 대면 행사를 자제해야 하는 환경으로 인해 사업이 크게 주저앉은 사례도 있다. 누군가는 단지 호흡기를 가려야 하는 수준의 불편함이었지만 다른 사람에게는 세상이 무너지는 경험이었을 수도 있다는 게 안타깝고 참혹하다.



그런 아픔들을 뒤로하고 이젠 한 발 더 나아가려는 것 같다. 물론 실내 대부분의 장소에서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된다고 해서 코로나 상황이 종결된 것은 결코 아니다. 일종의 방역 완화 정책일 뿐이다. 따라서 일부 시설이나 밀집된 장소에서는 여전히 경각심을 갖고 행동해야 한다.



'마스크를 벗는다' 할 때 쓰이는 '벗다'라는 단어는 여러 문맥에서 다양하게 활용된다.

여러 사전적 의미 중에서도 특히 '고통이나 괴로운 상태를 감당하지 않게 되다'라는 뜻이 눈에 띈다. 다들 저마다의 마스크를 양쪽 귀에 의지하여 얼굴에 밀착해 놓으려 부단히도 애쓰지 않았던가. 많은 사람들이 마스크를 벗으며 그간 쌓였던 많은 근심이나 걱정, 힘들었던 기억들을 많이 내려놓았으면 좋겠다. 꼭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야기된 괴로운 상태가 아니었더라도 말이다.


마침 절기상 입춘의 문턱에 서 있다. 글을 써 내려가는 지금은 역대급 한파가 찾아와 다가오던 봄도 달아날 것 같지만, 새로운 계절을 맞이하며 마스크를 훨훨 날려 보내고 좋은 기운을 흡수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무언가를 지속한다는 것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