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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myoo Jun 25. 2023

8. 어린아이에게 생각하는 것은 기억하는 것이다.

"어린아이에게 생각하는 것은 기억하는 것이고, 청소년에게 기억을 떠올리는 것은 생각하는 것이다." 


러시아 교육학자 레프 비고츠키의 말입니다. 그는 '아동 심리학계의 모차르트'라고 불립니다. 37세의 젊은 나이로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무려 180여 편의 저술을 넘겼고, 법학, 심리학, 문학, 의학도까지 설렵한 독특한 그의 이력 때문에 이런 별명이 붙었습니다. 이력도 독특하지만 그가 쓴 글은 하나하나 경외감을 일으키게 합니다. 저는 아이들을 가르치며 벽에 부딪칠 때면 레프 비고츠키의 책을 읽으며 해답을 얻곤 합니다. 물론 너무 어렵고 은유적인 표현이라 오랜 시간 글을 음미하면 겨우 그 일부나마 깨닫게 됩니다. 실제로 미국이나 유럽의 교육학계의 후기 비고츠키 학파들이 그의 이론을 지금도 계속 이어가며 연구하고 발전시키고 있답니다. 그들도 저처럼 선문답 같고, 시 같은 비고츠키의 글들을 분석하고 공부하겠죠? 


'생각하는 것은 기억을 떠올리는 것'과 '기억을 떠올리는 것은 생각 하는 것', 글자 그대로 해석하려면 선문답 같아 도통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실제로 비고츠키의 글들은 늘 이런 식입니다. 생각하고 또 생각하게 만들거든요. 비고츠키가 실제로 아이들을 가르치며 얻은 경험을 글로 옮긴 것이기 때문에, 아이들을 가르치며 그의 글을 적용해보면 더 잘 이해가 됩니다. 아동기와 청소년기의 특징을 대입해서 이 글을 생각해보면 조금 설명이 됩니다. 아동기는 사고 패턴이 만들어지기 전이라, 대부분 기억하는 활동을 하게 됩니다. 반면 청소년기에는 자신만의 생각 구조가 생겼기 때문에 그 안에서 기억을 떠올리게 됩니다. 청소년기에는 기억이 구조화되면서 생각의 틀이 구축됩니다.


새로운 기억을 저장하고, 기억나는 것을 떠올려보는 정도가 아동이 하는 생각이라고 하면 레프 비고츠키의 말이 이해될까요? 10세 이전, 아동기의 기억에는 어떤 특징이 있을까요? 아이들은 기억되는 정보들을 편견 없이 마구잡이로 기억합니다. 두서없이 기억을 저장하는 것이 데이비드 비요크런스가 말한 아동기 미성숙함'의 핵심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미성숙한 때문에 더 많은 것을 기억할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해주시기 바랍니다. 


쉽고 어려운 것을 판단하지 않고, 흥미로우면 기억하기 때문이 이를 잘 이용하면 더 많은 것을 기억하게 할 수 있습니다. 즉 즐겁다고 느끼게만 해준다면 어려운 것도 척척 기억하게 할 수 있습니다. 엄청난 기억력으로 어른들을 놀라게 하는 영재들의 비밀이 여기에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다 청소년기가 되면서 기억이 구조화되고, 생각의 틀이 만들어집니다. 이미 기억한 것은 알고 있는 것이니 쉬운 것이 됩니다. 반면 기억나지 않는 것은 모르는 것, 어려운 것이 됩니다. 서로 관련 있는 기억을 분류하고, 기억을 근거로 인과관계를 파악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몰랐던 것을 기억의 구조에 편입시키며 생각을 탄탄히 조직합니다.


이렇게 아이의 사고력과 이해력이 생겨나고 다시 통찰력으로 연결 됩니다. 막연히 기억한 것들이 어느 순간 퍼즐이 맞춰지는 것처럼 깨달음이 되는데, 이것이 통찰의 순간입니다. 보통 초등하고 고학년, 3 ~ 4학년 즉 고학년이 되면 서서히 사고력이 생기고 생각이 성장하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 제가 유튜브에서 AI시대에는 지식 그 자체, 암기해서 시험보는 능력은 중요하지 않다고 말씀드렸는데, 이는 초등학교 저학년 시기에 다양한 지식을 즐겁게 기억하며 기본기를 쌓는 것과는 다른 개념입니다. 학습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는데, 이젠 단순 암기 실력을 넘어선 통찰의 학습이 더 중요해진 것을 말씀드린 것입니다. 통찰의 학습이 가능해지려면 초등 저학년 시기를 어떻게 보내는 지도 중요합니다. 생각의 구조틀이 없는 초등학교 저학년 시기의 학습 방식을 이해하셨으면 해요. 다양한 지식을 놀이처럼 외우며 놀고, 읽기를 통해 독해력을 쌓아 통찰의 기본기를 만들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여기서 꼭 알아둬야 할 점이 있습니다. 아동기에는 기억 중심의 사고를 하기 때문에 논리적 사고력이 떨어집니다. 가끔 아무리 설명을 해도 이해를 못한다고 답답해 하는 학부모가 있는데 이해력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그 시기에는 당연한 일입니다. 그래서 초등학교 1학년 아이에게 논리적으로 설명해주는 것은 시간 낭비입니다. 100번 설명하는 것보다 기억해야 할 것을 명확하게 짚어주고, 잘 기억할 수 있도록 적절한 상황을 만들어주는 것이 이 시기의 효과적인 학습입니다.


그리고 이 시기에는 어려운 것도 즐겁기만 하면 기억할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한 많은 것을 외우게 하는 것이 좋습니다. 제가 아이들에게 천자문을 외우게 하는 것도 이 이유입니다. 저는 독해력을 키워주기 위해서 이 시기 아이들에게 천자문을 외우게 합니다. 1학년에 입학한 아이들에게 사자소학을 외우게 하는 초등학교가 있는데, 이것도 같은 이유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물론 놀이처럼 즐겁게 외울 수 있도록 그 방법을 찾아주고 연구할 필요는 있습니다. 무작정 숙제처럼 외우게 하기보다는 노래를 이용하거나, 날말 게임 혹은 퀴즈 게임 같은 것을 이용해서 놀이처럼 즐겁게 외우는 시간을 가져보세요. 저는 어릴 때 백과사전을 외워서 오빠와 퀴즈 게임을 했는데. 그것이 제 삶에 많은 도움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저도 학생들과 가끔 이런 게임을 하는데, 경쟁심을 자극하기 위해 저도 있는 힘을 다한답니다. 그런데 저도 아이들을 이길 수 없을 때가 있습니다. 아이들마다 자신이 흥미있는 분야가 있고, 그런 분야에서는 아이들의 암기력을 이기기가 힘들어요. 예를 들어, 공룡에 관심을 갖게 된 아이를 공룡 이름 외우기로 이기기는 쉽지 않습니다. 어떻게 그 복잡한 이름들을 그렇게 기억해내는지 참 신기할 따름입니다. 



https://youtu.be/xh0JdqTNioE


윤 경 미

(현) 성북동 좋은선생님 원장 

(현) 좋은 연구실 대표

(전) 대치동 KYLA Smart Education 원장

(전) 성북동 성당 주일학교 교사

 

저서 및 저작 활동  

<뮤지컬 앤 더 시티> 저자

<일기는 사소한 숙제가 아니다> 저자

<초등 1, 2학년 처음공부> 저자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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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

https://blog.naver.com/mmy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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