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myoo Jun 26. 2023

9. 기억력에서 사고력으로 발달하는 시기

* 요즘 제가 쓴 글을 다시 읽으며, 생각이 참 많습니다. 우선 내게 온 아이들을 잘 가르치기 위해 참 열심히도 공부했구나 생각이 들어 그 시절의 저를 칭찬해주고 싶어요. 하지만 동시에 지금 학부형들이 이런 복잡한 내용을 다 알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 들어 다음 번에는 더 도움이 되는 책을 쓸 수 있겠다는 마음도 듭니다. 그래도 아이들의 발달을 조금 이해하면 학부형들이 좀 더 좋은 자극을 줄 수 있으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아이들이 학습을 즐길 수 있도록 이끌어줄 방법을 찾기 위해 참 많이 노력했는데... 그 방법을 나누고 싶어요. 


앞 장에서 언급했듯, 6세부터 10세까지의 아동기에는 기억을 중심으로 사고합니다. 당연히 이 시기에는 언어나 수리 기억력이 좋은 아이가 공부에 유리할 수밖에 없습니다. 실제로 공부 잘하는 아이들은 공통적으로 학습과 관련된 기억력이 좋습니다. 한두 번 들으면 쉽게 기억나니, 학습 성과가 높을 수 밖에 없습니다. 영재의 조건도 많은 부분 기억력이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영재로 판정받은 아이들도 대체로 학습과 관련된 기억력이 높습니다. 


하지만 이런 아이들에게도 함정이 있습니다. 기억력이 뛰어나기 때문에 오히려 문제가 되는데, 추상화 능력이 떨어집니다. 쉽게 기억하다 보니. 중요한 것만 기억할 필요가 없죠. 그래서 중요한 것과 중요하지 않은 것을 구분하는 능력이 떨어집니다. 이것을 추상화 능력이라고 하는데, 핵심을 파악하는 능력이 떨어진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똑똑한데 말이 장황한 경우가 있습니다. 핵심만 파악해서 얘기하지 못하니 처음부터 끝까지 장황하게 얘기하는 아이를 종종 보았을 것입니다. 혹은 모든 걸 다 이야기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아예 얘기를 꺼내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주변 사람들이 자신의 장황한 얘기를 잘 들어주지 않는 것을 자주 경험 하면서, 아예 얘기를 꺼내지 않게 된 것이지요.


* 이런 아이들은 기억력 중심의 사고에서 한 단계 발전된 사고를 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합니다. 그런데 추상화 능력을 키워주어야 한다고 쉽게 말씀드리기엔 너무도 복잡한 내용이라, 설명드리기가 쉽지가 않네요. 아이의 지능 프로파일과 발달 상태, 성향 등 다양한 요인을 고려해서 발달을 위한 자극을 서서히 해주어야 한다는 정도로 설명드릴게요. 제가 말하고도 조금 무책임한 말이긴 하네요. ㅠㅠ 그렇지 않으면 아래 <노력 중독>에 나오는 김군의 경우처럼 지식만 잔뜩 쌓아두는 어른이 될 수도 있답니다. 


한국에서 온 김 군은 학창 시절 우등생이었을 뿐 아니라, 대학에서 전공한 신경학 분야에서도 뛰어난 성적을 보였으며, 박사 과정을 공부하기 위해 독일로 왔다. 김 군은 실로 엄청난 지식을 갖고 있었다. 두뇌 기능뿐 아니라, 신경의 작동 방식 그리고 두뇌의 세세한 부분과 그 속에 담긴 비밀을 다 파악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독창적인 지성 면에서는 처참한 낙오자였다. 비정상적인 조합이나 연관성에 대해서는 상상력이 전무했으며, 새로운 아이디어나 학문 방식을 고안하고 발전시키는 능력은 형편없었다. 엄청난 지식으로 무장한 젊은 과학자가 실제로는 바보와 다름없었다.


에른스트 포멜, 베아트리체 바그너 <노력중독: 인간의 모든 어리석음에 관한 고찰>


위 김 군의 사례처럼 뛰어난 암기력으로 학창 시절 공부를 잘했지만, 독창적인 지성 면에서 낙오를 겪는 사례는 의외로 많습니다. 이런 아이에게는 추상화 능력을 키워주지 않으면 활용할 수 없는 지식을 잔뜩 쌓아두고, 자랑하는 수준에 머무를 수도 있습니다.컴퓨터가 발달하고 창의성이 중요해지면서 단순 암기력에 대한 사회적 관심은 갈수록 더 떨어질 것입니다. 추상화 능력, 사고력, 통찰력을 키워주기 위해서는 핵심을 파악하는 연습을 하거나 줄거리를 요약해보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넓고 크게 보는 능력, 나무가 아닌 숲을 보는 능력 을 키워주어야 합니다.


반대로 학습 기억력이 낮아서 공부에는 재능이 없는 것처럼 보이는 경우도 있습니다. 혹 아이의 학습 기억력이 조금 떨어진다고 생각된다면 학습 능력만으로 아이를 재단하지 말았으면 합니다. 사고력이 자라는 초등학교 고학년 이후에 이런 아이가 오히려 두각을 보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이런 아이들을 더 주의해서 관찰해주었으면 합니다. 학습과 관련된 기억력은 상대적으로 떨어질 수 있지만. 이들에게는 더 특별한 재능이 있기 때문입니다. 직업의 분화가 가속화되면서 다양한 지능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아이들의 다양한 재능이 사회에 기여될 수 있도록 교육제도가 바뀐다면 세상은 훨씬 다채롭고 멋져질 거라고 상상해봅니다.


물론 언어지능이 떨어지면 학습에 불리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이런 아이일수록 초등학교 1, 2학년 때 조금 더 신경을 써주어서 독해 기본기를 쌓아주고, 응원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언어지능이 낮은 아이는 상대적으로 언어를 기억하는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어휘를 잘 기억할 수 있도록 언어발달 놀이를 꼭 해주셨으면 합니다. 책 읽기도 아이에게만 맡겨두지 말고, 즐거운 언어적 자극을 줄수 있도록 도와줘야 합니다. 언어 발달이 이루어지는 시기에 적절한 학습을 통해 기본기를 갖출 수 있도록 신경을 써주는 것입니다. 어휘력과 독해력이 학습 능력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구체적인 학습 방법은 chapter 2와 chapter 3에서 다시 소개하겠습니다.


https://youtu.be/xh0JdqTNioE


윤 경 미

(현) 성북동 좋은선생님 원장 

(현) 좋은 연구실 대표

(전) 대치동 KYLA Smart Education 원장

(전) 성북동 성당 주일학교 교사

 

저서 및 저작 활동  

<뮤지컬 앤 더 시티> 저자

<일기는 사소한 숙제가 아니다> 저자

<초등 1, 2학년 처음공부> 저자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mmmyooo

블로그

https://blog.naver.com/mmyoo 

 

 

 


 

  

매거진의 이전글 8. 어린아이에게 생각하는 것은 기억하는 것이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