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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므니 Dec 25. 2023

총.균.쇠를 읽은 후 아들에게 보내는 편지

사랑하는 OO이에게

엄마가 코스모스 이후로 오랜만에 벽돌책에 도전해 봤어.

벽돌책이라고 하는 것은 벽돌만큼이나 무겁고 두꺼워서 읽기가 힘들다고 별명처럼 부르는 거야.

OO이도 인류의 발전이 어떻게 이루어졌을지 궁금해한 적이 있었지? 그럴 엄마도 속 시원하게 명쾌한 답을 해주지 못해 조금 망설여졌는데 말이야. 이제 책을 읽고 나니 조금 분명하게 말해 있게 것 같아.


이 책을 쓰신 제레드 다이아몬드 선생님은 뉴기니의 해변을 걸으면서 얄리라는 분과 대화를 나누며 이 책에 대해서 생각해 보게 되었다고 해. 인류의 발전이 대륙에 따라 그처럼 다른 속도로 진행된 이유는 무엇일까? 하며 말이야.


다이아몬드 선생님은 뉴질랜드에서 떨어진 채텀제도에서 일어난 모리오리족과 마오리족의 역사를 살펴보며 폴리네시아에 인류가 정착하는 동안 펼쳐졌던 일들을 찬찬히 살펴보았지. 폴리네시아와 마오리족을 살펴보며 환경이 인간 사회의 다양성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볼 수 있었어. 한쪽은 결국 수렵채집사회로 돌아갔고, 한쪽은 농경사회로 발전했으니까 말이야.

 

왜 잉카제국은 스페인을 침략하지 못했을까? 의 이유를 담고 있는 이야기도 이 책에 잘 나와있었는데 유럽이 잉카제국을 정복하는 데는 잉카제국의 황제였던 아타우알파의 생포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어. 화려함을 자랑했던 잉카제국이었지만 스페인의 엄청나게 적은 군사에 굴복하고 죽임을 당하고 결정적으로는 황제아타우알파가 생포당했지. 어떻게 생포가 가능했던 것일까? 그것은 문자를 사용했던 스페인이 가지고 온 군사적 무기와 더불어 전염병(균)이 역할이 컸다고 보여.

 

그렇다면 스페인이 어떻게 잉카제국을 그렇게 수월하게 정복해 나갈 수 있었는지를 역사에서 살펴보아야 하는데, 역사에서 가진 자와 못 가진 자가 어떻게 나뉘는지 생각해 보자. 이것 역시 롱롱 타임 어고우, 아주 오래전 옛날로 거슬러 올라가서 수렵채집 생활시절을 상상해 봐야 해. 수렵채집을 하던 인류가 수렵채집에서 식물을 작물화하고 주위의 동물들을 가축화하면서 식량생산이 시작되게 되었지. 그리고 농경사회는 노동을 하지 않고도 살 수 있는 잉여시간과 잉여집단을 만들어 내게 되고 이것이 인구밀도를 높이게 되면서 문명을 일으키게 되었단다.

문명이 시작된 비옥한 초승달 지역이라고 들어본 적이 있을 거야. 막연히 세계사 책에서 그곳에 문명이 시작되고 발달되었구나 하고 사실을 받아들이기만 했다면 이번에는 그 이유를 살펴볼까? 그것은 우선 그 지역에 가축화하기 좋은 야생동물의 종이 많았고, 작물화하기 좋은 야생식물 종이 고루 분포해 있었던 거야. 쉽게 말하면 집을 짓고 동물을 기르고 식물을 재배하는 환경이 잘 조성되었다는 거지. 그 결과 인구밀도가 급격히 높아지면서 상대적으로 발달한 과학기술과 복잡한 정치조직을 갖춘 선진 세계에 들어설 수 있었어. 그리고 가축으로부터 파생된 균이 전염병을 만들어 냈고 면역력을 갖추며 병을 이겨내었지. 결국 이 균들은 주변 민족들까지 괴롭히며 죽게 만들었고 먼저 균을 가진 부족과 나라는 다른 민족을 정복하기가 쉬워졌던 거야.

 

아메리카와 유라시아에서의 발달을 살펴본다면 어떨까?

유라시아가 세계에서 가장 넓은 대륙이어서 생태학적으로도 다양한 종이 존재하였고, 이것은 작물화할 식물이, 가축화할 동물이 많았다는 뜻이야. 그리고 종(가로)으로 넓게 분포한 지리적 위치가 횡(세로)으로 길게 분포한 아메리카보다 파급속도가 더 빠르게 펼쳐졌던 거지. 가축화한 동물이 옮기는 전염병에서도 유라시아가 먼저 균을 소유한 대륙으로 다른 세계를 정복할 때 이점으로 작용했던 거고.

제도의 발전으로 더 공고해진 세력이 전 세계를 지배하는 형국으로 나아갔던 거야.

 

그래서 이 책 프롤로그에서 다이아몬드 선생님이 밝혔듯이 “역사가 종족마다 다르게 진행된 이유는 환경의 차이 때문이지, 종족 간 생물학적 차이 때문이 아니다.”라고 말할 수 있게 된 거야.

 

결론적으로 환경의 차이가 비슷한 인류의 시작이 비약적으로 바뀌는 데 영향을 주었던 것을 보면서 우리가 살고 있는 지금의 시대도 환경이 어떻게 우리를 변화시키고 발전시키는지 주목할 필요가 있어.

 

거대한 환경의 흐름에 그저 몸을 맡기는 것이 아니라 더 생산적으로 오래 지구를 아끼고 사랑하며, 나도 발전하는 방향으로 살 수 있을지 고민해 봐야 할 때가 아닌가 싶어. 그리고 이미 벌어진 나라의 격차를 어떠한 환경의 조성으로 바꾸어 갈 수 있을지 생각해 보면 좋겠어.


엄마도 처음에는 읽기가 쉽지 않았지만 이 책에서 결국 말하고자 하는 큰 줄기를 따라가며 읽다 보니 그리 어렵지 않게 느껴지더라. 어때? OO이도 최근에 발간된 <10대를 위한 총균쇠 수업> 읽어보지 않을래?

엄마와 하는 사춘기북클럽 다음 도서로 어때? 아, 생각 좀 해 보겠다고?

그래. 알았어.

엄마는 기다릴 수 있어. 준비가 되면 말해줘. 언제든 환영이니까 말이야.


2023.12.25

OO이와 함께 책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 행복한 엄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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