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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므니 Aug 15. 2023

맛있게 책 먹기

「책 먹는 법」을 읽고

유유 출판사의 한 손에 쏙 들어오는 포켓북 같은 책을 좋아한다. 휴대하기도 간편하고 -아이들과 놀이터에 갈 때 간식가방 귀퉁이에 쏙 들어가는 알맞은 크기- 읽기를 시작해도 금방 다 읽을 것 같은 마음에 부담이 없다.

유유출판사의 같은 시리즈로 읽었던 다른 책들도 재미있고 좋았고 유익했다. 그리고 어쩜 내가 읽고 싶은 책을 알아서 제목을 달고 기다리고 있는 책이 많은지. 그래서 이번에도 「독서모임 꾸리는 법」을 다 읽고 책 뒤편에 소개되어 있는「책 먹는 법」의  책 제목을 보자마자 이 책도 꼭 읽어야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을 쓰신 김이경작가님의 소개도 흥미롭고 깊은 내공의 소유자임이 느껴져 얼른 더 읽고 싶었다.  부제도 센스 있게 어쩜 그렇게 내 마음에 쏙 들게 지으셨는지. '든든한 내면을 만드는 독서 레시피'라는 부제처럼 그것에 빠져들 준비가 충분히 되었다.


p28 정운영 선생을 통해 저는 비판에도 배려가 필요하며 애정 어린 비판이 상황을 개선한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그리고 지성과 인성이 다른 것이 아니며, 책을 열심히 잘 읽는 사람은 타인의 마음과 세상도 그만큼 열심히 잘 읽는 사람이란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자신의 겪은 일화를 통해 깨달음을 도출해 내고 그것을 책과도 연결시켜 적용하는 점에서 나 또한 공감이 되고 배우게 되었다.


p49 독서란 쓴 사람과 읽는 사람의 만남이며 또 다른 세계와의 만남입니다. 그리고 만남에서 중요한 것은 결과가 아니라 과정이지요. 업무상 만나는 관계에서조차 우리는 사람에 대한 예의와 진실성을 강조하며 실적은 그 결과로 주어진다고 말합니다. 최고의 세일즈맨들이 하나같이 하는 얘기가 돈보다 사람에 집중했더니 돈은 따라오더라고 하지 않던가요.
책과의 만남도 마찬가지입니다. 읽는 순간에 집중하고 즐기면서 한 권씩 읽다 보면 어느 순간에 집중하고 즐기면서 한 권씩 읽다 보면 어는 순간 독서가 재미있어지고 배움이 쌓입니다. 그런데 1년에 100, 200권 목표를 세워 놓으면 만나는 과정보다 만났다는 결과에 초점을 두고, 읽었다는 사실로 자랑을 삼기 쉽습니다. 주객이 전도되는 것이지요, 정말 중요한 건 독서 목록을 늘리는 것보다 시야를 넓히는 것이고 마음의 크기를 늘리는 것인데 말이지요.


이 글을 읽고 정말 내 마음을 들킨 것 같아 부끄러웠다. 나도 독서의 목표를 정해 놓고 그것을 도달하고자 애쓰고 있고, 양적인 것에만 치우쳐서 독서를 즐기면서 진정으로 나 자신이 변화하는 계기로 삼지 않은 것은 아닌지 되돌아보게 되었다. 물론 목표를 세우고 그것에 도달하기 위해 애쓰니 더 많은 책을 읽게 되었고, 독서기록장을 쓰면서 읽었던 책을 다시 되돌아볼 수 있어 그것 또한 좋았다. 하지만 어느새인가 주객이 전도되어 독서목록을 늘리는 데 급급했던 것은 아닌지 생각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최근의 나의 독서 습관도 읽고 나서 기록해야 할 책이 밀려있는 것을 보고 책 읽기가 부담스러워졌고, 호기롭게 빌려왔던 책도 부담스러워 슬슬 피하고 있었던 중이었다. 그런데 왜 책을 읽고,  책과 만나기로 했는지 생각해 보게 되었다. 지금보다 더 나은 내가 되기 위해. 더 넓은 시야를 갖고 마음의 크기를 늘리기 위해 책을 읽어야 한다는 말을 잘 새겨보자.


p86 세상이 얼마나 크고 깊고 복잡한지, 그에 비해 내가 아는 것은 얼마나 적었는지 깨닫기 위해서는 내가 모르는 것과 만나야 합니다. 그때 몸으로 부딪쳐 만나면서 스스로의 모자람을 깨달을 수 있다면 가장 좋지만 경험엔 한계가 있지요. 그래서 책이라는 쉬 접할 수 있는 도구를 취하는 것이고요. 그런데 만약 책마저 내가 익히 알던 것만 읽는다면 어떻겠습니까? 자신의 부족함은 생각도 못 한 채 세상을 다 안다는 착각 속에서 편견과 아집만 키우지 않겠어요?


그렇다. 나도 내가 잘 알고 있는 분야나 익숙한 분야의 책만을 치우쳐 읽는 경향이 강하다. 그래서 책을 빌리다 보면 다 독서나 글쓰기에 대한 책이 많다. 물론 1만 시간의 법칙과 같이 전문성과 깊이를 위해서 노력과 시간을 투자하는 것은 분명히 필요한 일이지만, 그럼에도 치우쳐 다른 것을 보지 못하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겠다. 채사장님의 독서법과도 연관이 있는 듯하다. 자신을 불편하게 만드는 책을 읽으라고 하며 자신의 독서법을 소개한 영상을 보았다. 거기에서도 자신이 관심이 있고 좋아하는 소재만 따라가면 금방 싫증이 난다고 불편함을 꾹 참고 다른 책을 읽으면 거기에서 배움을 얻을 수 있다고 하였다. 그것처럼 나의 부족함과 무지를 채우기 위한 독서를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고민해 봐야겠다.


p91 어려운 책을 읽는 것은, 어렵다고 여겼던 앎을 얻는 기쁨만이 아니라  내 안의 세포를 깨워 한계를 넓히는 드문 기쁨을 줍니다. 그러므로 내가 모르는 세상, 내가 모르고 외면했던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서는 물론이요 나도 몰랐던 내 안의 나를 찾기 위해서도 반드시 어려운 책을 읽는 수고를 해야 합니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도 앞서 내가 했던 고민의 결과 같은 말이라서 마음을 탁 때렸다. 내가 읽고 싶은 책, 재미있어 보이는 책, 읽기 쉬운 책들만을 선호했던 것은 아닌지. 그것이 당연히 독서를 하는 즐거움과 독서를 유지하게 하는 이유가 되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치우쳐 있었던 것은 아닌지 또 되돌아봤다. 과연 나에게 어려운 책은 어떤 책일까. 당장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이 없고 감도 잡히지는 않지만 시도는 해보는 걸로.


고전에 대해서도 가이드와 어떻게 읽는 것이 좋을지 친절하게 안내해 놓았다. 고전을 읽었다고 우쭐해하고, 주위 사람들도 인정해 주지만 결국은 삶이라는 것에 와닿았다. '아니, 그런 책을 읽은 사람이 왜 그 모양이야?' 이런 말을 듣지 않도록 삶도 잘 살아내야 한다는 것이다. 많이 살지는 않았지만, 살수록 더 어려운 것이 삶인 듯하다. 내가 어떤 상황에서 취해야 할 태도,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나의 역할은 어떻게 정하며 나를 드러내고 나타내야 할까. 이것은 연습한다고 잘 되지도 않는다. 그저 있는 그대로의 '나'가 맞닥뜨리며 취하게 되는 나의 말, 표정, 태도에서 내가 어떤 이인지 드러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과의 관계가 두렵기도 하고 소심하게 움츠러들기도 한다.


나를 어떻게 나타내야 할까. 그전에 나는 어떠한 사람인가. 더 좋은 사람, 내면이 더 튼튼하고 건강한 사람이고 싶은데, 그것이 나의 생각과 바람대로 잘 되지는 않는다. 살면서, 관계하면서, 집에서 육아와 살림을 하면서, 직장에서 일을 하면서 나의 자아를 더 들여다보게 되고 나의 밑바닥을 자주 접한다. 그럴수록 잘 살고 싶다는 갈망이 커간다. 그만큼 많이 현실과의 간극에 무릎 꿇고 만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책을 읽는다. 더 잘 살고 싶어서. 내면을 튼튼하고 건강하게 만들어 어느 상황을 만나든지 건강하고 튼튼한 내면이 외면으로 자연스럽게 흘러나올 수 있도록 말이다. 오늘도 책을 잘 먹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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