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는 머리를 잡아 뜯었다. 도대체 몇 번의 도전이란 말인가.
쉴 새 없이 도전을 거듭했지만 전해지는 것은 연이은 낙방소식이다. 아동소설에도, 청소년소설에도, 성인소설에도 도전해 보지 않는 공모전이 없었다. 이쯤 되면 이 길은 나의 길이 아닌가 하는 자괴감과 처절함 패배감이 그를 휘감았다.
소설의 구성을 짜고 얼개를 엮으며 보낸 지난날이 주마등처럼 흘러간다. 수없이 많은 작법서를 읽고, 수업을 들었고, 자료 조사와 배경 조사에도 열을 올렸다. 그럼에도 들려오는 소식은 번번이 낙방이니 이제는 더 이상 물러설 데가 없다는 마음에 한기가 서렸다.
처음부터 소설을 쓴 것은 아니었다. 글을 쓰다 보니 글이 나를 구원하는 그 순간이 좋아서, 글 속에 파묻혀 힘든 일상을 잊는 게 좋아서 시작한 글쓰기였다. 그리고 소설을 읽을 때마다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세상이 열리고 그 앞에 오롯이 재현되는 세상 속에 하나로 살아가는 순간이 좋아서 소설을 사랑했다. 글을 쓰고 소설을 읽다 보니 이제는 내가 써 봐도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습작을 시작했다. 전공자가 아니어도 좋아하는 것을 좋아하고 즐기다 보면 이르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시작한 여정이 지금까지였다. 하지만 지금은 이 여정을 그만 마무리해야 하나 하는 마음에 서운함과 섭섭함이 밀려온다.
"소설은 두 번째 삶입니다."
누군가가 물었다. 왜 그리 글쓰기에, 소설 쓰기에 천착하냐고. 그것에 대해 다른 말로 응수하기보다 나의 두 번째 삶을 소설로 살아내고 싶은 마음에 그리 대답했다. 한 번뿐인 인생을 지금 이렇게 살고 있지만 소설을 쓰다 보면 그 세계 속에 나도 살아 숨 쉬고, 그 인물 속에 나 또한 이입되어 살 수 있으니 새로운 삶을 살고 싶어 소설을 쓰는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그런데 이제 그 두 번째 삶을 포기해야 하나 하는 마음에 찬바람이 스치고 슬프다. 생계와 꿈이 상관없는 것이라면 계속되는 습작과 도전을 멈추지 않겠으나 그렇지 않은 현실이 냉랭하고 허기가 진다.
과연 나는 무엇을 위해 썼는가. 무엇을 위해 쓰고 있었던 것인가에 대해 근본적인 질문을 해대며 두 번째 삶을 그만 포기하려는 헛헛한 마음이 J를 휘감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