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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므니 Jan 15. 2024

'나'는 어떤 사람일까

이 글감을 처음 떠올리고 막막하기도 구미가 당기기도 했다. 내가 바로 '나'인데 자문을 하는 게 우습기도 하고, 반대로 철학적이기도 해서 그랬다. 그래서 희화화되어 아무렇지 않게 내가 어떤 사람이긴. 바로 나인데.처럼 싱거운 선문답으로 끝날 수도 있을 거라 생각되어서 남에게 나를 소개한다면 어떻게 소개할까에 초점을 맞추고 '나'라는 사람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다.


우선 '나'는 요즘식으로 말하면 ISFJ이다. 예전에 첫 번째 검사 때는 ESFJ 더니 시간이 흐르고 난 뒤 두 번의 검사에서는 모두 ISFJ로 나왔다. 그래서 이제는 누가 물어보면 확실히 ISFJ라고 말한다. 다른 성향의 특징보다 이제는 확연히 나에게 I 성향이 많은 것을 인정한다. 누군가를 만나기 전에 긴장이 되고, 만나고 오면 진이 빠지는 듯한 느낌을 받으니 조용히 책 읽고, 필사하고, 글을 쓸 때가 편안함을 준다. 그리고 J는 무언가를 계획하고 일을 진행해야 마음이 편안하니 맞다고 본다.


또 나를 어떻게 설명하고 표현할 수 있을까. 나는 초록을 좋아한다. 봄꽃의 화려함과 화사함을 좋아하지만 봄꽃이 지고 난 다음 자라나는 연둣빛의 새순을 보고, 조금 더 커지는 잎의 초록을 보면 싱그러움과 환희를 느낀다. 초록을 좋아하지만 옷차림에서는 단정함이 묻어나는 진한 초록이나 네이비의 색으로 옷 입기를 좋아한다.


나는 읽고 쓰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다. 막연히 읽기만 한 시간들이 있었고, 쓰기 시작한 삶은 얼마 되지 않지만 쓸 때의 몰입감과 쓰고 나서 뿌듯함이 좋다. 내가 쓴 글은 내 자식 같아서 읽을수록 정이 들기도, 읽을 때마다 부끄럽기도 하지만 그래도 평생 가져갈 취미이자 특기가 될 만한 것을 발견했다는 기쁨이 있다.


나는 질서 있고 정리되고 예측가능한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다. 앞서 말한 J성향과도 일견 통하는 부분도 있는데, 이런 것을 통해 안정감을 얻고 편안함을 느낀다. 매일 해야 할 것을 꾸준히 해나가는 것도 좋아하고, 그대로 했을 때 성취감을 느끼기도 한다.


나의 이러한 성향이나 성격적 특성 말고, 나를 수식해 주는 여러 가지 말이 있다. 관계 속에서 딸이고 아내이고 엄마인 나. 직업적으로 강사인 나. 또 외모적으로도 키와 몸무게를 가지고 얼굴의 생김새와 머리 스타일 등을 통해 나를 설명할 수 도 있다.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겉으로 나를 드러내고 수식하는 말보다 내가 가지고 있는 내면의 것, 나의 어떠함이 자연스럽게 흘러나와 나를 설명하게 되었으면 좋겠다.


편안하게 나이 들며, 좋아하고 잘하는 것이 잘 어우러져 그것을 통해 자연스럽게 나를 드러내고 싶다는 바람이 커지고 있다. 그게 바로 지금의 '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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